이제 특정 성별의 역할이나 모습을 규정하는 제품 또는 마케팅은 절대다수의 공감을 받기 어려워졌다. 지금 패션·뷰티업계에는 '젠터 뉴트럴'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젠더 뉴트럴이란 전통적 성별 구분에서 벗어나 중립적 시각에서 개인의 개성과 취향을 존중하려는 움직임을 뜻한다. 젠더 뉴트럴은 젠더리스, 유니섹스와는 다르다. 젠더리스가 성별의 구분이 없는 개념이라면 젠더 뉴트럴은 성에 고정되지 않은 '나' 자체로의 삶을 영위하는 트렌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패션·뷰티업계는 젠더 뉴트럴 트렌드에 따른 특화 제품군 출시와 활발한 마케팅을 통해 MZ세대와의 접점을 넓혀 가고 있다.
2018년 론칭한 국내 최초의 젠더 뉴트럴 색조 화장품 브랜드 '라카'는 성별의 경계가 없는 뉴트럴 메이크업을 표방한다. '컬러는 원래 모두의 것'이라는 콘셉트 아래 남녀 모델이 동일한 컬러의 립스틱을 바른 화보를 선보이는 등 독보적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최근 라카는 신생 항공사 '에어로케이'와 컬래버레이션 캠페인을 진행해 MZ세대의 큰 호응을 이끌었다. ‘젠더 뉴트럴의 시대적 메시지를 전하는 라카와 성별을 구분 짓는 요소를 최소한으로 줄여 유니폼을 제작한 에어로케이가 만나 MZ세대의 공감대를 산 것이다.
라카가 공개한 캠페인 화보에는 라카 특유의 중립적 색감과 메이크업한 여성과 남성 모델이 에어로케이의 실용적인 유니폼을 입고 브랜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두 브랜드는 소셜미디어(SNS)에서 컬래버레이션 캠페인 콘텐츠를 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패션 브랜드에서는 '앤듀'가 최근 가을·겨울 시즌 화보를 공개하며 젠더 뉴트럴 패션을 이끌고 있다.
앤듀는 올 하반기 정소현, 안재형, 고웅호 등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 중인 패션모델과 함께 성별의 경계를 뛰어넘어 개개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젠더뉴트럴 패션을 앤듀만의 감각으로 새롭게 전개한다. 중성적인 매력을 자아내는 3명의 모델은 각자의 개성과 매력을 뽐내며 세련미를 더한 젠더 뉴트럴 감성을 완성도 있게 소화해 눈길을 끈다.
공개된 화보에서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파스텔톤, 차분한 모노크롬 컬러로 상반된 분위기를 연출하며 각기 다른 유니섹스 스타일을 선보였다. 격식을 갖추되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핏과 힙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향수 카테고리에서는 여성 향과 남성 향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이 빠르게 허물어지는 추세다. 전통 브랜드들이 앞장서 성별의 경계를 없애고 남녀 모두에게 어울리는, 혹은 남성성과 여성성이 공존하는 중성적 향기를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럭셔리 브랜드 구찌는 꽃이나 과일 향으로 대표되던 여성 향과 우디 향 또는 시원한 향으로 대표되던 남성 향의 구분을 깨고 성별에 국한되지 않는 젠더리스 향수 '메모아 뒨 오더'를 선보였다. 로만 카모마일과 머스크 샌달우드가 조화된 신비로우면서도 새로운 향에 젠더 뉴트럴이라는 시대적 가치관을 결합한 제품으로 밀레니얼 세대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스웨덴의 니치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는 여성스러움과 남성스러움이 균형을 이룬 매력적 향의 젠더리스 향수 '슬로우 댄스'를 선보였으며, 영국 니치 향수 브랜드 제인패커 역시 성별의 구분을 없앤 감각적 향을 담은 '뉴트럴 라인'을 출시해 화제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여성, 남성으로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젠더 뉴트럴 감성은 기성세대보다 예민한 젠더 감수성을 지닌 MZ세대와의 소통하는 트렌드다"라고 말했다.
연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r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