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이 식물성 단백질 트렌드를 타고 미국 두부 시장을 선도하며 본격적인 수익 창출에 나섰다.
풀무원은 미국법인 풀무원USA가 1991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이래 첫 흑자 분기를 기록했다고 24일 밝혔다.
풀무원USA의 최근 1년 동안 외형성장과 수익구조 개선을 함께 이뤄왔다. 19년 3분기 풀무원USA는 매출 548억 원에 영업손실은 58억 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2분기 매출은 작년 3분기 대비 약 20% 성장한 657억 원을 기록했고, 영업적자를 해소하며 영업이익 7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1991년 교민을 대상으로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풀무원은 2016년 미국 1위 두부 브랜드 '나소야'를 인수 후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인수 이후 생산, 물류, 영업, 마케팅 등 전 분야에 걸쳐 수익 개선을 위한 투자와 사업 효율화에 착수했다.
미국 시장에서 두부를 비롯한 아시안누들, 김치 등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며 안정적인 외형 확장에도 성공해, 풀무원USA 연간 매출은 지난해 처음으로 2000억 원을 넘었다. 사업의 외형이 커지면서 효율성도 증대하여 본격적인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기 시작한 것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해외 사업의 사활은 유통망 확보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세계에서 경제규모가 가장 크고 인구 3억 3000만 명의 미국 전 지역에 유통망을 구축한 풀무원은 영업, 마케팅, 생산, 물류 등 모든 사업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박자 맞춰 완성된 풀무원USA의 '순항'
풀무원의 미국법인의 성장 요인은 크게 ▲유통망 확장 ▲식물성 단백질 열풍 ▲물류혁신으로 꼽힌다.
풀무원은 나소야를 인수함으로써 월마트, 크로거, 코스트코 등 미국 전 지역을 아우르는 2만여 개의 리테일 점포 유통망을 구축할 수 있었다. 유통망 확보로 과감하고 공격적인 영업, 마케팅 전략이 가능해졌다. 먼저 한국식 짜장면을 선보인 풀무원은 이후 불고기 우동, 칼국수 등 아시안누들 라인업을 넓혀 나가며 두부에 이어 두 번째 미국 히트 상품을 만들어냈다. 2015년 풀무원의 아시안누들 매출은 5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2019년 3000만 달러를 돌파하며 4년 만에 6배 성장을 이뤄냈다.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성장했다.
변화하는 소비자의 입맛에 잘 대처한 덕도 있다. 최근 미국에서 식물성 단백질 열풍이 불면서 원조 식물성 단백질 식품 '두부'가 주목받고 있다. 실제 미국 닐슨에 의하면 미국 두부 시장은 매년 7~8%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올 상반기는 전년 대비 약 50% 성장했다.
풀무원은 식물성 단백질 트렌드가 국내보다 앞서 확대된 미국 현지 메인스트림 시장을 공략해 지난해 미국 두부시장 시장점유율 75%(닐슨데이터 기준)를 달성, 압도적 1위를 확고히 했다. 올해는 미국 두부 수요가 크게 증가해 미국 풀무원 두부공장은 모두 100% 가동하고 있다.
풀무원은 미국 동서부에 생산기지를 구축해 물류혁신을 이뤄냈다. 기존 풀무원 두부공장은 서부지역에 나소야 두부공장은 동부지역에 있다. 땅이 넓은 미국에서 생산기지가 특정 지역에 편중되면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령 풀무원 서부 캘리포니아 길로이 두부공장에서 동부 뉴욕의 마트까지 트럭으로 두부를 배송하려면 거리만 약 4500㎞로 물류비가 치솟아 수익률 악화로 이어진다. 즉, 나소야 인수로 유통망뿐 아니라 미국 동서부에 균등한 생산기지까지 확보해 물류비 등 고정비를 줄여, 수익구조를 개선할 수 있었다.
이효율 풀무원 총괄CEO는 "코로나19로 많은 식품기업이 올해 좋은 수익을 내고 있지만 풀무원의 해외 사업 실적은 일시적 현상이 아닌 사업구조가 개선돼 나타난 결과다"면서 "제품 전략부터 유통, 물류, 생산, 마케팅까지 서로 유기적으로 맞물려 수익창출을 위한 시너지를 내고 있어 앞으로 해외시장에서 규모 있는 성장과 수익창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r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