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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힘내자, ‘착한’ 바이러스

최영운 기자

기사입력 : 2020-04-01 06:30

최영운 정보과학기술부 부장·부국장이미지 확대보기
최영운 정보과학기술부 부장·부국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

결국엔 그 치료제는 개발되겠지만, 그동안 각국은 코로나19를 대응하는 위기관리 방식을 통해 그 나라의 안전시스템을 가늠할 것이다.

영국 역사학자 에드워드 핼릿 카(Edwrd Hallett Carr)는 "역사란 과거의 사건들과 서서히 등장하고 있는 미래의 목적들 사이의 대화“, 즉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갈파했다.

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토종 전염병’으로 시작된 코로나19가 한국에 이어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로 급속히 번져나갔다.

그 기세는 발병 3개월여 만에 세계 환자 수가 3월말 현재 78만여 명을 넘어섰고, 누적 사망자도 3만8000여 명에 육박했다.

글로벌 경제는 이미 2008년 금융위기의 불안을 능가하는 공포감에 휩싸였다.

미국을 중심으로 '슈퍼 경제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세계 증시와 유가 등은 개장(開場)이 두려운, 그야말로 ‘시계제로’의 불안한 나날이다.

그러나, 인류는 한편으로는 질병과 끊임없이 싸우면서 미래를 개척해 왔다.

14세기 중세 유럽의 페스트(흑사병)는 봉건제를 붕괴시켰고, 16세기 천연두는 잉카 등 남아메리카 원주민 문명의 종말을 불러왔다. 비교적 최근인 1918년에 시작해 1920년까지 창궐한 스페인독감은 영국의 경제적 몰락과 미국의 부흥을 가져왔다. 21세기 코로나19는 인류에게 새로운 경제 시스템과 ‘새로운 제국’의 출발을 예고할지 모른다.

한국은 코로나19 초기에 국가 차원 증상자 격리와 치료로 나름, 관리가 되는 국가였지만 지난 2월 18일 ‘확진자 31번’ 발생 이후 일상이 무너졌다.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진 바이러스 공포는 확진자 수는 총 9700여 명, 사망자는 16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환자 발생 68일 만인 3월 28일 완치자 수가 격리 치료 중인 환자 수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완치율도 60%에 근접했다.

확진자 수와 집단감염의 위험은 아직 광범위하게 퍼져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그 놈의 나쁜 바이러스’와 싸움에서 한국은 점차 승기를 잡아가는 느낌이다.

우리나라는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각국서 출입 제한국 리스트에 올리며 '세계 왕따국'이 됐다. 그렇지만 특정지역 고립과 봉쇄보다 연대와 연결로, 의료진을 포함한 공동체 정신으로 바이러스에 맞섰다. 특히 젊은이들은 ‘그 놈’을 잡기위해 자발적으로 ‘착한 기술’로 힘을 보탰다.

20대 경희대생은 코로나19 이슈로 불안해하는 사람이 많자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코로나맵’을 개발해 무상 지원에 나섰다.

프로그래밍 교육 동아리 ‘멋쟁이사자처럼’ 출신의 고려대생들도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간 장소를 확인할 수 있는 ‘코로나 알리미’ 사이트를 제작해 가까운 진료소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의·약대생이 주축이 된 배달약국 팀의 ‘콜로나 맵’은 원격진료 가능 병원과 약국별 약 배송 가능 여부를 실시간으로 보여줘 약사들의 업무를 줄였다.

이외에도 전국 마스크 판매처와 재고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마스크맵’, 전 세계 확진자 증가 추이와 함께 코로나19 안전수칙, 소상공인·아이돌봄 지원사업을 보여주는 ‘라이브 코로나 맵’ 등 공동체를 위한 ‘착한 기술’은 국제사회에 부러움과 벤치마킹 사례로 꼽혔다.

‘전염병의 세계사’ 저자 윌리엄 맥닐은 “인류가 출현하기 전부터 존재했던 전염병은 앞으로도 인류의 운명과 함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인이나 국가나 사회악의 ‘나쁜 바이러스’와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선한 바이러스’가 사회 곳곳에서 더 많아지고, 더 강해져야 한다.

그래야 짐승같은 디지털범죄의 유사 ‘n번방’도, 한국 정치 흑역사로 남을 ‘꼼수 위성 정당’도 막아낼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최영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oung@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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