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으로 게임·e스포츠 등 신사업의 영역을 확대한다. 태국, 싱가포르 1위 통신사와 힘을 합쳐 한국 e스포츠와 게임을 세계로 전파하겠다는 포부다.
SK텔레콤(대표 박정호)은 지난 5일 싱가포르·태국 1위 통신사 싱텔, AIS와 ‘게임 플랫폼 합작회사’ 설립 계약을 체결, 아시아 지역 8억 명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신사업을 추진키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세 기업들은 모두 같은 금액을 투자하며, 합작회사에 대한 지분과 권리도 3분의 1씩 갖기로 합의했다. 서비스 출시는 연내를 목표로 한다.이번 합작회사 설립은 지난해 2월 SK텔레콤과 싱텔이 체결한 ‘e스포츠·게임 공동 사업’ 파트너십의 결과물이다. 여기에 SK텔레콤은 태국 최대 통신사인 AIS를 사업 파트너로 초대해 아시아 주요 지역에 신사업 전초기지를 확보했다.
두 이통사와의 협업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싱텔, AIS는 다른 기업보다 앞서 게임 서비스 · e스포츠를 신사업으로 주목하고 장기간 준비해왔다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다"면서 "각국을 대표하는 통신사들이 이례적으로 이동통신이 아닌 신사업으로 손을 맞잡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합작회사 설립을 통해 ▲게이머 대상 전문 커뮤니티 ▲e스포츠 연계 사업 ▲게임 미디어 콘텐츠 사업 등을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게임을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보는 게임’ 등 게임 플레이 외적으로 새로운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가장 먼저 추진하는 서비스는 글로벌 게임 커뮤니티다. 게임 커뮤니티는 게임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기반으로 고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소통 공간을 말한다. 최근 국가별로 대표 사이트가 속속 등장하는 등 게임산업의 킬러 서비스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유럽에서는 월 1억 5000만 명이 방문하는 스팀 커뮤니티가 있으며, 이 외 미국 게임스팟, 한국의 루리웹 역시 전 세계 방문자 상위 1000대 사이트에 속해 있다. 이들 역시 국경과 장르를 넘나들며 게임 이용자들이 교류할 수 있는 전문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이를 허브로 삼아 다른 연계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e스포츠 역시 합작회사의 핵심 사업이다. e스포츠 시장은 전 세계 2억 명의 시청자를 중심으로 오는 2022년에는 시장 규모가 3조 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세계 최고 인기 e스포츠 구단인 'T1'을 운영하고 있다. 싱텔과 AIS 역시 각국에서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해왔다. 3사는 e스포츠 산업 내 각자의 위상을 활용한 다양한 연계 사업을 모색할 예정이다. 5G망을 활용한 가상현실(VR) 게임 생중계나 멀티뷰 중계 등 한국에서 상용화된 다양한 방식을 해외 팬들에게 제공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 외 게임 미디어 콘텐츠 제공 부분에서도 함께 협력하기로 했다.
SK텔레콤 측은 "이번 프로젝트를 1년에 걸쳐 준비했다"면서 "지난해 4월 한국에서 SK텔레콤과 싱텔그룹 경영진이 타운홀 미팅을 가진 후 협력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고 밝혔다. 지난달 MWC2020 취소 등 최근 대외 환경에 따라 프로젝트 지연 위기가 있었지만, 이들은 일정 변경 없이 신속하게 계약을 체결했다. 원격 화상회의 등 각 사가 보유한 ICT 역량이 있어 가능했다고 SK텔레콤은 강조했다.
지난 5일 저녁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추아 쿵 싱텔 그룹CEO, 쏨차이 AIS CEO는 서울-싱가포르-방콕을 잇는 원격 화상회의를 통해 회의하면서 이번 합작회사 설립 계약에 서명했다.
SK텔레콤이 합작회사 설립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 계약을 원격으로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박정호 사장은 두 기업 대표들에게 “글로벌 유력 회사들이 힘을 모아 세계 경제에 활력을 높이는 것이 글로벌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면서 “이번 위기를 사회 진화 계기로 전환할 수 있도록 5G, AI 등 첨단 ICT를 활용한 슬기로운 협력을 함께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싱텔, AIS 대표들 역시 “직접 만날 수는 없으나 화상회의를 통해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어 기쁘다”면서 “3사가 서로 다른 역량과 강점을 융합한 대표 협력 사례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답했다. 세 기업은 합작회사에 가치를 더할 수 있는 새로운 파트너와 게임 개발사를 함께 물색하는 등 생태계 확장에도 힘을 모으는 데 합의했다.
박수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