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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명분과 실리 모두 만족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라

류호택 기자

기사입력 : 2020-02-1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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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택 (사)한국코칭연구원 원장
‘명분’과 ‘실리’가 충돌할 경우 리더는 명분을 택해야 할까, 실리를 택해야 할까? 어려운 질문이다. ‘명분(名分)’이란 일을 꾀할 때 내세우는 구실이나 이유 따위를 말하며 ‘실리(實利)’란 실제로 얻는 이익을 말한다. 회사에서 명분이란 미션이나 핵심가치가 해당하며, 실리란 손익이라고 볼 수 있다.

리더라면 평소에 명분과 실리가 충돌할 경우,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미리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리만 취하게 된다. 그렇다고 실리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송양지인(宋襄之仁)’이란 말이 있다. 춘추시대에 송(宋)나라는 상당히 강력한 제후국이었다. 그런 그가 패자(覇者)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초나라와 홍수라는 강을 사이에 두고 전쟁할 때였다. 송나라가 먼저 진을 치고 기다릴 무렵 초나라 군사가 강을 건너기 시작하자 공자 목이가 즉시 공격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자 양공은 “상대가 준비하기 전에 기습하는 것은 인(仁)의 군대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하며 공격하지 않았다. 그러자 초나라 군대가 강을 건너 진을 치기 시작하자 다시 공자 목이가 공격을 주장했지만, 양공은 같은 이유로 공격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드디어 초나라 군대가 전열을 갖추자 그때서야 공격 명령을 했지만, 병력이 약한 송나라는 대패하고 말았다. 양공 또한 상처를 입은 후 병세가 악화하여 목숨을 잃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송양지인’ 즉 ‘송나라 양공의 어짊’이라고 비아냥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맹자’는 그를 어진 사람의 표본으로 칭송했다.

우리나라에도 명분과 실리를 다툰 사례들이 많이 있다. 병자호란 때 실리를 주장한 주화파인 최명길은 청나라와 화친을, 명분을 주장한 척화파인 김상헌은 청나라와 전쟁을 주장하였다. 결국, 싸움에 패한 조선은 청나라에 항복했다. 이와 같은 사례는 고려말, 조선 건국 초기에도 찾아볼 수 있다. 정도전은 ‘새로운 국가 건설’이라는 실리를 취했지만, 정몽주는 ‘고려의 충신’이란 명분을 선택했다.

이렇듯 기업도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경우가 생긴다. 아무리 명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가라고 하더라도 현금흐름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명분만을 고집하기는 어렵다. 또한, 명분을 팽개친 채 실리만 쫓다가 망한 기업들도 많이 있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소니는 노트북 바이오가 성공하자 혁신이라는 핵심가치를 버리고 이익이라는 실리를 좇다가 결국 삼성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크게 일으킨 정주영 회장이나 이병철 회장도 한때 어려움을 겪었지만, 중요하게 생각한 ‘신용’이란 명분을 실천해 크게 재기할 수 있었다.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신뢰를 잃는 것이고 결국은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신뢰를 잃으면서 기업을 망가뜨린 경우는 거의 재기하지 못하지만, 신용을 잃지 않은 경우는 재기한 경우가 많다. 항우와의 수많은 전투에서 연전연패하던 유방은 신뢰라는 명분을 얻었기에 전투에 지더라도 재기할 수 있었지만, 실리만 추구하던 항우는 한 번의 패배가 영원한 패배가 되어 버린 것도 명분의 중요성을 입증한 예이다.

예수가 만약 실리를 추구해 십자가에 매달리는 형벌을 피하는 실리를 추구했다면, 석가가 왕자라는 실리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편안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대의명분을 선택했기 때문에 지금도 많은 사람에게 감명을 주고 있으며 그들을 따르고 있다.

내가 아는 한 중소기업 CEO는 거래처에서 페이백을 요청하는 구매 담당자의 요구를 고민하다가 결국은 거래중단 결론을 내렸다가 담당자가 바뀌자 다시 거래를 시작하기도 했다. 당장 현금 흐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결정을 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그를 더욱 당당하게 만들었고 거래선은 물론 구성원들에게도 “우리 사장님은 믿고 따라도 좋겠다.”라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기업은 명분만 따를 수도 없고 실리만 따를 수도 없는 경우가 많겠지만, 명분을 따른다는 원칙하에 실리를 취하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그러면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송양지인’의 고사에서 상대에게 “전투를 바라지 않지만, 강을 건너면 공격하겠다.”라는 선전포고를 한 후 공격하는 것도 방법이었을 것이다. ‘기생충’으로 4개 부문 오스카 상을 수상한 CJ그룹도 영화제작으로 25년 적자를 기록했지만 “문화 없이 나라 없다.”라는 가치를 명분으로 실천해 쾌거를 이뤘다.

명분과 실리의 싸움은 지금 우리가 처한 지금의 정치 현실도 마찬가지다. 명분도 살리고 실리를 찾는 방법을 찾거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순간의 이익은 포기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천년기업가라면 명분도 살리고 실리도 살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사전에 예측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미리 준비해야 한다. 이런 준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


류호택 (사)한국코칭연구원 원장('지속가능한 천년기업의 비밀'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