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이 황창규 KT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수장으로 낙점되면서 그가 이끌 KT앞에 놓인 과제에 관심이 쏠린다. 구 사장은 KT 평사원 출신으로 입사해 33년 만에 대표 자리까지 오른 만큼 KT의 가려운 곳을 너무도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그러나 그런 그가 이끌 KT 앞에 놓인 숙제또한 만만치 않다.
감소세를 보이는 수익성 만회는 물론 미래 성장 동력 찾기, 조직 재정비 등이 당장 손에 꼽히는 시급한 해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단 KT가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는 단연 부진한 성장성과 수익성이 꼽힌다. 이통 3사의 올해 1~3분기 별 매출액 증가율 평균에서도 KT가 가장 낮다.
SK텔레콤이 평균 6%대, LG유플러스가 5%대 후반인 반면, KT는 3%대에 그쳤다.
게다가 올해부터 5G 이통 서비스와 후속 투자가 시작됨에 따라 KT를 포함한 이통 3사 영업이익이 일제히 떨어지는 가운데서도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KT는 올해 1~3분기 설비투자만 약 2조 1000억 원, 마케팅 비용으로도 2조 원 이상을 투입했다. 이 같은 기조는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5G 커버리지(유효통신영역)를 위한 기지국 구축은 물론, 5G 서비스 경쟁력 강화차원의 5G 서비스·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구현모 내정자는 향후 기업 성장을 위한 미래 캐시카우에 기반한 성장동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KT(KT스카이라이프)는 당장 미디어분야에서 경쟁사의 추격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 모두 지난해 말 케이블TV 사업자와의 기업 결합에 성공하면서 유료방송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KT는 지난해 딜라이브와의 인수합병(M&A)을 논의했지만 유료방송 합산규제 문제로 진척을 못보고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역량 강화도 시급하다. KT는 지난달 한발 늦게 ‘시즌’을 시장에 선보였다. 지난 9월 먼저 선보인 SKT의 ‘웨이브’, 일찌감치 넷플릭스와 손 잡고 서비스 강화에 나섰던 LG유플러스보다 다소 늦은 셈이다. 금융 분야에서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이슈로 뒤처지고 있는 케이뱅크 문제는 어쩌면 더 큰 숙제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효율적 경영을 위한 조직 재정비도 시급하다. 이미 지난해 말 정기 연말 신년 인사와 조직 개편 등을 완료한 SKT, LG유플러스와 달리 KT는 이번 차기 대표 선정 일정에 묶여 아직 인사 조직개편을 하지 못했다. 구 사장 후보는 근 시일 내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구 사장 취임 이후 첫 조직개편인 만큼, 그가 어떤 방식으로 조직을 재정비하고 효율성을 높일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편, 구 사장 개인적으로는 법적인 리스크가 남았다. 구 사장은 국회의원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황이다.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구 사장은 지난 27일 KT 이사회가 밝힌 대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다. KT 이사회는 “CEO 임기 중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 또는 부정행위가 사실로 밝혀지면 이사회의 사임 요청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박수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