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1조300억 원 과징금 정당성 여부 판단 요청에 대해 법원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17년 2월 법원에 불복 소송을 낸 이후 2년 9개월 만에 첫 판결이 난 것이다.
서울고등법원행정7부(노태악 부장판사)는 4일 오전 10시 30분 퀄컴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취소 소송에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에 대한 원고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16년 12월 공정위가 퀄컴 측 3개사에 내린 시정명령이 발단이다.
당시 공정위는 퀄컴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테크놀로지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테크놀로지 아시아퍼시픽 PTE LTD 등 3개사에 대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경쟁사의 활동을 저해하고, 제조사에 부당한 계약을 강요했다는 점에서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와 동시에 사상 최대 규모인 1조311억4500만원의 과징금을 낼 것을 요구했다.
공정위는 퀄컴이 인텔, 미디어텍 등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들이 자사의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를 사용하는 것을 거부해 왔고, 시장 지배력을 무기로 휴대폰 제조사에게 칩셋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면서 특허 계약을 유리하게 체결해 왔다고 봤다.
아울러 휴대폰 제조사들에게 각 단말 가격에 따라 다른 로열티를 받고, 제조사들이 가진 이통 관련 특허를 무상으로 사용할 것을 요구(크로스그랜트)하는 등 부당한 행위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퀄컴은 공정위의 과징금 징수가 부당하다고 봤고, 2017년 2월 법원에 공정위를 상대로 과징금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재판에서 법원은 퀄컴이 '공정하고 차별 없이 특허권을 제공해야 한다'는 '프랜드(FRAND)' 국제 표준원칙을 위반했다고 봤다. 경쟁 칩셋제조사에게 부당하게 특허권 제공을 거부해왔으며, 이를 통해 얻은 시장지배력으로 휴대폰 제조사와 계약할 때 더 유리한 조건을 내세워 일방적인 계약을 맺었다는 판단이다.
다만, 휴대폰 제조사와의 특허권 계약에서 로열티, 크로스그랜트 조건을 부과한 행위에 대해서는 퀄컴의 시장지배력 남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칩셋 시장에 국한되는 점을 들며 시정명령이 부당하다고 봤다.
법원은 1조 300억 원 규모 과징금에 대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의 일부 시정명령이 부당하긴 하지만, 이는 과징금 납부를 명령한 근거와 관계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징금은 이날 판결이 내려진 퀄컴의 위법 인정 행위를 근거로 산정됐으므로, 징수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3년가까이 끌어온 이번 재판은 1조가 넘는 최대 규모 과징금, 공정위 측 참가인으로 화웨이, 인텔, LG전자, 대만 미디어텍 등 주요 기업 다수가 참여한 점, 공정위, 퀄컴 양측이 내세운 법률 대리인만 50명 가까이 되는 점 등에서 세기의 재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공정거래법 판결은 2심으로 이뤄져 있다. 1심 고법 판결이 나왔지만, 양 측 대립이 팽팽한 만큼 대법원 상고심으로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박수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