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퀄컴의 소송 판결의 날이 밝았다.
세계 최대 통신 칩 제조업체 퀄컴이 공정위의 1조 원대 과징금 부과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 결과가 4일 나온다. 소송이 시작된 지 약 3년여 만에 법원의 첫 선고가 내려지는 셈이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노태악)는 이날 오전 10시30분 퀄컴 본사와 퀄컴 테크놀로지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CDMA 테크놀로지 아시아-퍼시픽 PTE LTD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공정위는 지난 2016년 12월 퀄컴에게 1조3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 처분이었다. 공정위는 또 휴대폰 제조사에 라이선스와 관계없이 모뎀 칩을 제공하고 모뎀 칩 제조사와 라이선스를 체결하도록 하는 등 시정명령도 내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퀄컴은 공정하고 비차별적으로 표준필수특허(SEP)를 제공해야 한다는 '프랜드(FRAND) 확약'을 위반해 경쟁 모뎀칩셋 업체에 SEP 라이선스 제공을 거절하거나 제한했다.
공정위는 퀄컴이 지난 2009년부터 7년간 경쟁 칩셋 제조사에 특허 사용권을 주지 않고 칩셋 공급을 이유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에게 라이선스 계약을 강요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퀄컴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퀄컴은 공정위 제재가 부당하다며 2017년 2월 불복 소송을 냈다.
퀄컴 측은 "공정위 처분은 사실관계와 법적 근거 측면에서 모두 부당할 뿐만 아니라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퀄컴은 또 "퀄컴이 보유한 특허권을 처분해 더 이상 권리를 추구할 수 없는 상태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공정위 처분이 계약 체결의 자유와 기업 활동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 전원 회의는 사실상 법원 1심 기능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불복 소송은 곧바로 서울고법으로 갔다. 2심 재판부는 소송 제기 2년9개월여 만에 판단을 내놓는다.
앞서 퀄컴은 취소 소송을 내면서 시정명령에 대한 효력정지도 함께 신청했다. 하지만 효력정지 신청은 2017년 9월 서울고법에서 기각됐다. 퀄컴은 대법원에 다시 항고했으나 역시 기각됐다. 전초전에서는 법원이 공정위 손을 들어준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에서 공정위가 패소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 대만, 유럽연합(EU) 등도 비슷한 혐의로 퀄컴을 제재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2015년 퀄컴의 특허권 남용을 적발해 9억7500만 달러(약 1조1583억 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와 함께 대만은 2017년 8억 달러(약 9504억 원), EU는 지난해 9억9700만 유로(1조3125억 원)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김민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entlemin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