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 복합소재로 통신·전기·전자기기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탁월하게 차단해 주는 소재를 개발했다. 미세한 압력 변화도 감지할 수 있어 압력측정센서 역할까지 하면서 전 산업에 두루 활용이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원장 김명준)은 그래핀 복합소재에 ‘멕신(MXene)’을 첨가해 전기전도도가 높으면서도 매우 가벼운 전자파 차폐 소재를 개발했다고 24일 발표했다.
■그래핀-고분자 복합소재에 티타늄 카바이드첨가...기존 금속 전자파 차폐재 한계 극복
제4차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물인터넷(IoT) 기기,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자동차 전장 부품 등 전자기기가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다른 전자기기의 작동에 오류를 일으키거나 제품 수명을 단축시키는 등 악영향을 끼쳐 전자파 차폐 관련 기술의 수요가 늘고 있다.
ETRI는 연구진이 개발한 차폐 소재는 나노복합소재 사용군 중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파 차폐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연구진은 전자파 노출이 많거나 집약도가 높은 전자·의료기기, 자동차 전장부품, 웨어러블 스마트 제품, 로봇 등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에는 주로 구리(Cu)와 같은 금속을 이용해 전자파 차폐 소재를 개발했다. 그러나 금속 재료는 무거울 뿐 아니라 가공도 어려웠다. 새로운 소재인 그래핀을 활용해 전자파를 차단하려는 연구도 있었지만 금속보다는 전기전도도가 낮아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그래핀-고분자 복합소재에 멕신의 한 종류인 티타늄 카바이드(Ti3C2)를 첨가해 기존 금속 전자파 차폐재의 한계를 극복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소재는 높은 전기 전도도를 지니면서도 매우 가볍고 유연하고 저렴한데다 금속재료보다 제조하기도 쉬워 필름이나 코팅으로 상용 제품으로 양산하는 데도 유리하다.
또한 연구진은 다공성(多孔性) 구조를 가지는 그래핀·고분자 복합소재로 외부 압력에 따른 구조 변형에 의한 저항 변화를 측정하여 압력 센서로서의 응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특히 이차원 전이금속 카바이드가 결합된 경우, 비표면적의 증가로 인해 압력 센서의 성능을 나타내는 민감도가 크게 향상되는 것을 입증했다.
■다양한 스마트카용 전장부품 전자파 차폐에 적용 기대
최근 스마트 전자기기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 및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에서 전기·전자·통신 기술을 융합하여 사용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스마트 자동차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자동차 내부 전장부품의 적용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환경에서 매우 가벼우면서 유연하고 제조가 용이한 나노복합체 기반의 전자파 차폐 스킨 기술이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춘기 ETRI ICT창의연구소 신소자연구실 박사는 “이 기술은 나노 복합체로써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파 차폐 성능을 가지면 동시에 외부의 작은 압력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센서 기능, 면상발열체 등 다기능을 부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구진은 필름 제조나 코팅이 가능하여 전자 및 의료기기, 자동차 전장부품,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 및 로봇용 스킨 등 유해한 전자파 노출 환경에 적합한 차폐 소재로서 다양한 응용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국내·외 특허출원등록 진행 중...관련업체 등에 기술이전 가능 2년 내 상용화 기대
이 기술은 관련 국내·외 특허출원등록도 진행 중이며 전자기기, 전자소재 및 전자파 차폐 관련 업체 등에 바로 기술이전이 가능해 2년 내로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향후 연구진은 소재의 대면적화를 위한 필름 제조 및 코팅 기술을 개발하고 초 주파수 밀리미터파 대역에서 90dB이상 고 차폐율을 달성할 수 있도록 연구를 거듭해나갈 예정이다.
이 연구는 ETRI 정부출연금 주요 사업 지원으로 수행되었다.
이재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k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