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제재 표적이 돼 궁지에 몰린 중국의 세계적인 통신 및 스마트폰 업체 화웨이가 특허권을 앞세워 반격에 나서는 양상이다.
타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화웨이는 최근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에 기술 침해를 이유로 10억 달러(약 1조1800억 원)의 특허료를 요구했다.
화웨이는 버라이즌에 핵심 네트워크 장비와 유선 인프라, 인터넷 기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230개 이상의 특허권 사용료를 요구했다.
버라이즌은 화웨이의 직접 고객은 아니다. 다만 미국에서 네트워크 장비 기업 20여개가 화웨이의 특허 기술을 사용하고 있고 버라이즌은 이들 기업의 장비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을 거두는 만큼 특허 침해에 따른 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화웨이는 아울러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미국 이동통신사와 화웨이 간 거래를 제한하는 계획을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FCC는 미국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기업의 장비와 서비스를 구매할 경우 FCC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예비승인한 뒤 화웨이를우려 기업으로 지목했다.
화웨이는 "네트워크 사업자에게 억지로 기존 장비를 교체하게 하는 것이 안정성과 보안에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면서 "근거 없는 국가안보 우려가 오랜 국제 무역협정을 위반할 수 있는 빌미가 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선 화웨이의 이런 움직임들이 자신들을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시장에서 고립시키려는 미국 정부의 제재 압박에 대한 반격의 성격이 강하다는 관측이다.
버라이즌은 화웨이와의 특허 분쟁이 단순한 사용료 문제를 넘어선 사안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성명에서 "버라이즌을 넘어 미국 산업 전체에 영향을미치는 국가적이고 국제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화웨이는 자사가 보유한 수많은 특허권을 무기로 이런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적 재산 관리 소프트웨어업체인 아나쿠아(Anaqua)에 따르면 화웨이는 전 세계적으로 통신, 네트워킹 및 기타 첨단 기술 발명과 관련해 5만6492 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화웨이는 또 지난 3월 기준으로 전 세계 5G 표준 필수특허 출원 건수의 15.05%로 1위에 올라 있다. 여기에 ZTE 등다른 중국업체들까지 합하면 34%로 국가별 순위에서 1위다. 이어 한국 25%, 미국 14%, 핀란드 14% 순이다.
전문가들은 화웨이가 느끼고 있는 압박의 크기를 감안할 때 그들이 특허 분야에서 미국 기업들을 공격함으로써 잃을 게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화웨이가 갖고 있는 특허가 명백한 법적 권리인 만큼 미국 정부가 이를 막을 방법이 뾰족하게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환용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khy031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