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최근 우리 정부에 중국 이동통신회사 화웨이 제재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한 가운데 화웨이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이노텍 등 국내 주요 업체에 부품 공급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화웨이 모바일사업부 소속 한 임원은 지난 23~24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부품 공급사 임원과 만나 기존 계약 조건대로 부품 공급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에 따르면 이 기업이 구매하는 한국산 부품 규모는 연간 106억5000만 달러(약 12조6000억 원) 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사업보고서에서 주요 매출처로 애플, AT&T, 도이치텔레콤, 화웨이, 버라이즌 등을 꼽고 이들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전체의 15%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도 화웨이가 생산하는 스마트폰과 PC에 D램과 낸드플래시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을 화웨이에 공급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현재 ‘제재 동참’과 ‘거래유지’ 사이에서 의사결정을 쉽게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는 우리 기업들의 경쟁사이면서 주요 거래업체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기업들이 '어떤 길'을 택하더라도 상대국으로부터의 제재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 의사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