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유가·금리 불안에 AI 투자 둔화 우려…반도체주 압박
증권가 "AI 투자 중단 신호는 아냐…성장 지연 가능성은 경계"
증권가 "AI 투자 중단 신호는 아냐…성장 지연 가능성은 경계"
이미지 확대보기코스피가 대외 악재가 잇따르면서 6000선에서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으로 국제유가와 금리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인공지능(AI) 업계에서 개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면서 국내 증시를 이끄는 반도체주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AI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AI 개발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AI 산업 성장세 둔화 우려가 시장에 확산하고 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가 AI 발전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며 안전성 확보를 위한 속도 조절 필요성을 강조한 데 이어 샘 올트먼 오픈AI CEO,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등도 관련 논의에 동조했다.
AI 모델 개발이 늦춰질 경우 데이터센터와 서버 등에 대한 투자 속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주가 압박을 받고 있다. 반도체주의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코스피의 상승 동력도 약해지는 모습이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오픈AI의 신규 AI 모델 공개를 계기로 범용인공지능(AGI) 시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반도체 수요 확대 전망이 힘을 받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상승세를 타면서 코스피도 한때 7000선을 넘어섰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장기화하면서 종전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면서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우려가 확대됐다. 미국의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시장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내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
매크로 환경이 악화한 상황에서 AI 투자 둔화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코스피가 추가 상승 동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AI 수장들의 발언을 AI 산업의 성장 중단이나 인프라 투자 축소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AI 위험에 대한 우려가 투자 필요성을 높이는 동시에 투자 집행 속도를 제한하는 변수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경계할 부분은 AI 성장 자체의 종료가 아니라 시장이 기대한 성장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이라고 진단했다.
최 연구원은 AI 개발 속도 조절이 곧바로 인프라 투자 축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며 외부 검증 범위와 모델 개발 일정, 자본지출(CAPEX) 가이던스, 실제 발주 흐름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종목별 차별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면적인 비중 축소보다는 밸류에이션 조정과 종목 차별화가 기본 방안"이라며 HBM(고대역폭메모리), 서버 D램, 장기 계약, 순현금 등에서 강점을 가진 기업의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범용 메모리 비중이 높거나 레버리지와 증설 의존도가 큰 장비·부품주는 금리와 경기 둔화에 더 민감할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 경쟁력이 강점인 동시에 AI 성장 기대 변화에 따른 주가 민감도도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삼성전자 역시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돼 있다는 점만으로 AI 투자 둔화 우려를 완전히 피해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공인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ong@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