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4년간 국내 상장사의 시가총액 순위 변동을 분석한 결과, 최상위권은 제한된 대형주를 중심으로 고착된 반면 중위권 이하에서는 수백 계단에 이르는 대규모 순위 이동이 나타난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피가 2021년 이후 박스권에 갇혀 있는 동안 시장 내부에서는 산업별 희비가 엇갈리며 판도가 크게 바뀐 셈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5년 12월 30일 기준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의 2021년 12월 30일부터 2025년 12월 30일까지 순위를 비교한 결과, 상위 10위권은 대부분 순위를 유지했으나 50~200위권에서는 산업 재편에 따른 순위 변동이 두드러졌다.
시가총액 최상단은 지난 4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 삼성전자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4년 연속 1위를 수성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4위로 내려갔으나 이듬해 다시 2위를 되찾은 뒤 3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2년 신규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직후 2위에 올랐다가 이후 3위로 한 계단 내려갔지만 여전히 상위 3강 체제를 유지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4년 내내 4위권을 벗어나지 않았다.
삼성전자우, 현대차, 현대모비스, 삼성생명 등도 4년간 상위 20위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KB금융은 2021년 16위에서 2025년 11위로 소폭 상승하며 금융주 중 최상위권에 자리잡았다.
조선·방산·중공업, 중위권서 톱10 진입
반면 중위권 이하에서는 산업별 희비가 엇갈렸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조선·방산·중공업 관련 종목의 약진이다.
HD현대중공업은 2021년 52위에서 2025년 7위로 45계단 올라 톱10에 진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같은 기간 147위에서 9위로 138계단 상승하며 시총 상위 10대 기업 반열에 올랐다.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41위에서 10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한화오션(144위→17위), HD한국조선해양(62위→21위), 삼성중공업(77위→31위) 등 조선 3사도 모두 상위권으로 이동했다. 방산 관련주인 한화시스템(118위→62위), LIG넥스원(207위→67위), 한국항공우주(112위→59위) 등도 순위를 크게 끌어올렸다.
현대로템은 153위에서 33위로, HD현대는 84위에서 45위로 각각 상승했다. HD현대 계열사들의 동반 상승이 두드러진 4년이었다.
■ 수백 계단 급등株 속출…신규 상장주도 약진
100위권 밖에서 상위권으로 도약한 종목들도 다수 나타났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21년 392위에서 2025년 22위로 370계단 뛰어올랐다. 효성중공업은 462위에서 43위로 419계단 상승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561위→68위), 이수페타시스(540위→72위), 포스코DX(291위→111위), LS ELECTRIC(191위→48위) 등도 대규모 순위 상승을 기록했다. 이들 종목은 2021년 말 기준 중하위권에 머물렀으나 4년 만에 중상위권으로 재편됐다.
이 기간 신규 상장한 종목 중에서도 빠르게 상위권에 안착한 사례가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2023년 상장 직후 54위에 올랐고 2025년 103위를 기록했다. 시프트업은 2024년 상장 후 94위에 진입했다가 2025년 190위로 내려갔다.
■ 플랫폼·게임株 부진…카카오 계열 대거 하락
반대로 2021년 상위권에 있던 플랫폼·게임 관련 종목들은 4년 사이 순위가 크게 하락했다.
NAVER는 2021년 3위에서 2025년 15위로 12계단 내려갔다. 카카오는 6위에서 23위로, 카카오뱅크는 11위에서 61위로 각각 하락했다. 카카오페이는 15위에서 86위로 순위가 71계단이나 떨어졌다.
게임주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크래프톤은 18위에서 57위로, 넷마블은 40위에서 116위로, 엔씨소프트는 28위에서 112위로 각각 순위가 하락했다. 펄어비스도 49위에서 175위로 내려앉았다.
2021년 팬데믹 시기 'K콘텐츠' 열풍과 비대면 수혜로 강세를 보였던 종목들이 4년 만에 약세로 전환된 모습이다.
■ '상위 고착·중위 이동' 구조 선명
이번 분석 결과, 국내 증시는 상위 10~20위권은 제한된 대형주가 자리를 지킨 반면 30~200위권에서는 산업과 기업 구성이 크게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1년 이후 글로벌 방산·조선 수요 급증과 에너지 전환 흐름이 국내 증시 판도를 바꾼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반면 금리 인상과 규제 강화 등으로 플랫폼·게임 업종은 밸류에이션 부담을 겪으며 상대적 약세를 보였다.
[표] 시가총액 순위 현황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