슐레겔 총재 "안정성 기준 미달"… 국민 서명 운동에도 난항 예상

이번 결정은 스위스 의회 내에서 제기된 비트코인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슐레겔 총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비트코인은 경제 충격 완화에 필수적인 외환보유고의 안정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앙은행은 언제든지 외환을 매각하여 시장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며, 비트코인의 극심한 가격 변동은 이러한 기능을 어렵게 한다고 설명했다.
헌법 개정 위한 국민 서명 운동 난항 예상
비트코인 지지자들은 6월 30일까지 10만 명의 국민 서명을 받아 헌법 개정안을 발의, 국민투표를 통해 스위스 국립은행의 비트코인 매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2021년에도 유사한 시도가 있었지만, 필요한 서명을 확보하지 못해 무산됐다.
지지자들은 최근 미국 정부의 비트코인 압수 및 보관 결정 등 암호화폐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슐레겔 총재의 강경한 입장은 이들의 시도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주요국 중앙은행, 비트코인 편입에 부정적
스위스 국립은행의 외환보유고는 주로 미국 달러와 일본 엔화 등 전통적인 외화 자산으로 구성돼 있으며, 금 보유액이 그 뒤를 잇는다. 이는 유동성과 위험 관리를 중시하는 스위스 중앙은행의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반영한다.
미국이 범죄 수사 과정에서 압수한 비트코인을 보관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주요 경제국들은 여전히 중앙은행의 비트코인 보유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고, 일본 정부 역시 비트코인 도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암호화폐 허브 스위스, 중앙은행은 보수적 입장 고수
스위스는 '크립토 밸리'로 불릴 만큼 암호화폐 관련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있지만, 정작 중앙은행은 전통적인 자산에 대한 투자를 고수하고 있다. 이는 민간 부문의 혁신과 공공 부문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스위스의 이중적인 입장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이번 스위스 국립은행의 결정은 다른 국가의 중앙은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이 암호화폐의 잠재력과 위험성을 저울질하는 가운데, 스위스의 선택은 당분간 보수적인 기조가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