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그룹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 경기 침체 등으로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오히려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업계에 따르면 DL그룹의 지주사인 DL㈜은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크게 성장했다.
DL㈜은 올 3분기 연결 기준 1조4224억원, 영업이익 121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12.5%, 910.9% 각각 늘어난 수치다.
순이익은 221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DL이앤씨, DL케미칼 등 주력 자회사가 모두 순항하고 있는 점도 지주사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
증권가 예상을 넘은 ‘깜짝 실적’을 발표한 DL이앤씨가 대표적이다.
DL이앤씨는 올 3분기 연결 기준 1조 918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동기 대비 4.4% 늘었다. 영업이익은 83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증권사 컨센서스(739억원)를 10% 넘게 상회했다.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로 신규 수주는 줄었지만 원가율을 개선해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는 분석이다.
DL이앤씨의 원가율은 올 3분기 누적 기준 87.8%로 직전 분기 대비 2.4%p 하락했다.
100% 자회사인 DL건설도 직전 분기 대비 3.4%p 개선된 92.2%를 기록하면서 뚜렷한 개선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DL이앤씨는 원가율 높은 현장이 마무리되면 4분기 실적은 더욱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원가율이 높은 현장들이 주택 매출액에서 올 상반기 75%에서 하반기 67%, 내년 상반기 47%, 내년 하반기 28%로 점차 떨어질 예정이다”며 “지난해 착공 현장들의 원가율은 약 89%였는데 올해는 86~90% 수준으로 마진 믹스 개선은 필연적”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성이 높은 플랜트 사업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플랜트 사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1년 13%에서 지난해 18%, 올 3분기 23%로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플랜트 부문의 지난해 원가율은 83.2%로 전체 사업 부문 중 가장 낮았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익률이 높은 플랜트 매출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업황 개선 시 빠른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미래 성장 동력인 소형모듈원전(이하 SMR)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있는 미국의 엑스에너지가 최근 아마존과 대규모 투자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향후 SMR 시장에서의 성과도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DL그룹 석유화학 계열사인 DL케미칼은 중국발(發) 공급 과잉으로 인한 석유화학업계 불황 속에서도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호조에 힘입어 호실적을 올리고 있다.
DL케미칼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 2,319억원, 영업이익 477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3조7782원, 영업이익은 2594억원을 마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액(3조2860억원)보다 4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1~3분기 DL케미칼은 52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DL그룹에 따르면 DL케미칼의 효자 제품인 폴리부텐(PB)이 꾸준히 실적에 기여하고 있다.
폴리부텐은 윤활유 첨가제, 연료 청정제, 접착제 등 다양한 화학제품의 원료로 사용되는데, DL케미칼을 비롯한 전 세계 3개 기업만 고반응성 PB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여수 제2공장의 2만t(톤) 규모 증설을 완료하고 연간 생산능력을 22만t 규모로 늘리며 시장 장악력을 높였다.
지난해 말 새롭게 개발한 태양광 봉지재용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이하 POE)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것도 호실적의 배경으로 꼽힌다.
POE는 고무와 플라스틱의 성질을 모두 가진 합성수지로 태양광 패널 핵심 소재다.
DL케미칼의 미국 자회사인 크레이튼(Kraton)은 올해부터 3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795억원이다.
또 다른 자회사 카리플렉스(Cariflex)도 수술용 장갑 소재로 쓰이는 이소프렌 라텍스의 수요가 꾸준히 지속되며 25%가 넘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성장의 배경에는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가 있었다.
DL그룹은 2조원을 들여 글로벌 석유 메이저인 쉘(Shell)에서 분사된 석유화학 기업 크레이튼을 2021년 인수한 게 대표적 사례다.
이같이 과감한 인수 배경엔 이해욱 회장의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나 2019년 회장으로 승진한 이해욱 회장은 2021년 지주사 전환 작업을 통해 그룹의 지배 구조 개편 및 전문성 강화 등 장기적 성장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대림산업은 2021년 지주회사 DL과 건설 사업을 담당하는 DL이앤씨, 석유화학 회사인 DL케미칼로 분할됐다.
이런 변화가 실적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불러온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건설과 석유화학의 경기 사이클이 달라 사업별 투자에 제약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분할 전 대림산업이 영위하던 건설, 제조, 에너지 등을 다각화된 사업구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석유화학을 비롯한 제조 부문과 에너지 부문이 양호한 이익 실현을 통해 건설 부문의 변동성을 완화하면서 사업 안정성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는 건설과 화학이 나란히 DL그룹을 주도하는 상황은 더욱 본격화할 전망이다.
DL이앤씨는 연말까지 약 2조원 규모의 추가 수주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 6월 준공한 카리플렉스 싱가포르 신공장은 내달 상업 생산을 시작할 예정으로, 내년부터 실적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DL그룹 관계자는 “장기간 지속된 다운턴(하강 국면)에서 벗어나 완연한 실적 반등 추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용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yk_115@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