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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연변의 연꽃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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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의 연꽃 구경 / 백승훈 시인
“사막만년청풀은 첫 꽃을 피우기 위해/ 사막에서 몇십 년이나 견디는데/ 연꽃 씨앗은 첫 꽃을 피우기 위해/ 늪에서 몇천 년이나 견디는데/ 사람은 첫 꽃을 피우기 위해/ 어디서 몇 년이나 견뎌야 할까// 나는 그것이 궁금하고/ 꽃은 세상이 궁금해서/첫 꽃을 피운다.” -천양희의 시 ‘첫 꽃’ 전문
백두산의 야생화 탐사를 하면서 같은 꽃이라도 지역에 따라 꽃 피는 시기와 열매 맺는 시기가 같지 않다는 걸 새삼 느꼈다. 식물들은 그 지역의 환경에 맞추어 꽃 피울 시기와 열매 맺는 시기를 조절하기도 한다. 백두산에선 하루에도 사계절을 느낄 수 있다는 가이드의 허풍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으나 백두산 날씨는 변화무쌍해 종잡을 수가 없다. 햇빛이 쨍하다가 금세 구름이 몰려오고 비가 오기도 하고, 한여름에도 세찬 바람에 손이 시리기도 하다. 그런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피어나는 꽃들이라서 더 정이 가고 귀하고 어여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던 날, 일행 중 대부분은 예정대로 오전에 귀국하고 예약한 항공편의 시간 변경이 안 된 나를 포함한 세 명만 오후까지 남게 되었다. 비행기 탑승 시간까지 다섯 시간 정도 시간이 비어서 우리는 그 빈 시간을 보낼 궁리를 했다. 공항 근처에 있는 연변박물관을 관람하고 연길에서 유명하다는 진달래 냉면을 먹고 연꽃이 만개한 연길 시내 공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시원한 냉면으로 점심을 먹고 연꽃이 피어 있는 시내의 공원을 찾았다. 연꽃 구경은 맑은 연꽃 향기가 그윽한 이른 아침이 제격이지만 한낮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연꽃은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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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의 연꽃 구경 / 백승훈 시인

밑으로는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도 하늘을 향한 너른 잎들의 울울한 모습과 깨끗하면서도 곱게 핀 연꽃은 한여름의 더위를 잊게 해준다. 그 너울거리는 푸른 잎들과 붉고 흰 꽃잎들의 청초한 모습으로 인해 연지(蓮池)는 한바탕 축제를 벌이고 있는 듯하다. 거기에 소나기라도 한 줄기 쏟아진다면 연잎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마치 초원을 달리는 야생마의 말발굽 소리처럼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한다. 그 소리가 듣고 싶어 일부러 비 오는 날을 골라 연꽃 방죽을 찾은 적도 있다. 연꽃은 예로부터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송나라 주돈이는 ‘애련설(愛蓮說)’에서 “국화는 꽃 중의 은일자이고, 모란은 꽃 중의 부귀한 자이며, 연꽃은 꽃 중의 군자”라고 했다.

공원은 넓고 화려한 꽃들로 잘 정비돼 있다. 연꽃이 만개한 연지에는 꽃구경 나온 시민들과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로 제법 활기차고 흥겨움마저 느껴졌다. 어여쁜 연꽃들이 가득 피어 있는 연못가의 나무 그늘에 앉아 꽃을 보고 있으려니 낯선 이국땅이 고향처럼 편안하게 느껴졌다. 연꽃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데 공원 위쪽에서 흥겨운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 계단을 오르니 너른 공터가 있고 수십 명의 인원이 한데 어울려 악기를 연주하고 흥겨운 춤판을 벌이고 있다. 그들이 조선족임을 증명하듯 치고 있는 북에 그려진 태극 문양이 선명했다. 그 춤판에 뛰어들어 한바탕 어울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진흙탕 속에서 피어나도 제 색을 잃지 않는 연꽃 같은 사람들. 자신의 환경을 탓하지 않고 가장 맑고 고운 꽃을 피워내는 연꽃처럼 낯선 이국땅에 뿌리를 내리고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면서도 흥을 잃지 않는 그들을 보며 마음속으로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연꽃은 밤이 되면 꽃잎을 오므렸다가 태양이 떠오를 때 꽃잎을 열기 시작해 가장 뜨거운 한낮에 찬란하게 피어나는 꽃이다. 연꽃처럼 당당하게 살아가는 그들에게 ‘당신은 아름답습니다’란 연꽃의 꽃말을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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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백승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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