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 실행의 중심 역할은 늘 시중은행이 맡아왔다. 정부가 중금리대출 확대와 정책서민금융 공급, 취약차주 지원을 강조할 때마다 실제 공급 확대 부담은 대부분 은행권으로 향했다.
아이러니한 점은 정작 중·저신용자 금융을 담당하기 위해 설립된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2금융권은 법정최고금리 인하와 건전성·영업 규제 강화 속에 오히려 활동 여력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서민대출 확대를 강조하면서도 해당 역할을 맡아온 업권은 규제로 묶고, 시중은행에는 공급 부담을 집중시키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은행권이 높은 실적을 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중금리대출과 정책서민금융 부담을 사실상 전담하도록 하는 구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중금리대출은 상대적으로 차주 리스크가 높고 연체 가능성도 크다.
최근처럼 연체율 상승과 충당금 부담 확대가 이어지는 국면에서는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기 쉽지 않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 역시 걸림돌이다. 민간 중금리대출도 일반 가계신용대출로 분류되는 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제한된 총량 안에서 더 위험한 자산 비중을 늘려야 하는 구조다.
해법은 은행 압박이 아니라 기존 서민금융 채널의 역할 복원에서 찾아야 한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은 애초 서민과 지역 중소상공인 금융을 담당하기 위해 만들어진 업권이다.
중·저신용자 금융 공급 확대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면 시중은행에 일률적으로 역할을 요구하기보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설립 취지에 맞게 움직일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부터 풀어주는 것이 우선이다.
저축은행업권은 중금리대출 시장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잠재적 채널이다. 다만 현재처럼 건전성 규제와 영업 제약, 수익성 악화 부담이 겹친 상황에서는 공급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이 진정으로 중·저신용자 금융 접근성을 높이려 한다면 저축은행업권의 숙원 규제 해소와 정책 인센티브를 병행해야 한다. 단순히 대출을 늘리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늘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
지난해 79개 저축은행의 순이익은 약 4100억 원 수준으로 개선됐지만, 상당 부분은 대출 영업보다 유가증권 투자, 즉 증시 호황에 따른 투자수익 영향이 컸다. 쉽게 말해 본업인 중·저신용자 대출 영업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수익성 방어를 위해 투자자산 운용 비중이 커졌다는 의미다.
포용금융은 단순히 은행 돈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영국처럼 금융서비스 접근 자체를 넓히는 방향도 함께 고민해야 하고, 국내에서는 이미 존재하는 서민금융 채널을 먼저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시중은행에는 건전성과 자본관리라는 현실적 한계가 있고,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에는 설립 취지에 따른 역할이 있다. 은행이 돈을 잘 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2금융권이 서민금융 본연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책의 판 자체를 다시 짜야 할 시점이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