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후보는 코로나 대출의 탕감을, 김문수 후보는 국가부채가 증가하더라도 자영업자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 자영업 위기는 단순 자금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이미 시장은 포화상태이고, 업종 중복과 과잉 경쟁으로 수익 모델이 지속 불가능한 상태이다.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정치권의 뜨거운 쟁점이 되었다. 이에 따라 후보들은 ‘빚탕감’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았지만, 문제 핵심은 자영업 구조의 근본적 비효율성이다. 부채를 일부 탕감해주는 것이 아닌 구조 자체의 개혁이 선행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홈플러스 사태는 단순한 경영상의 실수가 아니라 예고된 인재(人災)로 평가받는다. 단기적 수익을 위해 소비자와 시장의 신뢰를 저버린 결과, 유통 시스템 전체의 붕괴로 이어졌다. 유통산업은 투기의 장이 아니며, 불투명한 운영으로 인해 많은 사업자가 피해를 보는 현실이다.
유통과 물류산업은 효율성과 신뢰를 기반으로 움직이며, 규모의 경제와 과학적 경영 시스템이 핵심이다. 지금이라도 유통 물류산업을 글로벌 머천다이징 전략 관점에서 새롭게 조망해야 한다. 생필품 유통의 신뢰가 무너지면, 피해는 결국 국민과 서민에게 돌아가게 되는 구조이다.
필자는 이번 대선에서 빚을 탕감하기보다, 자영업 구조개혁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무분별한 ‘빚 탕감’정책은 단기 정치적 효과를 노림에 불과하고, 국가 재정을 악화시키며 장기적으로 경제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구조적 접근 없이 이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이 11%를 넘고, 정책대출 부실률은 13% 이상으로 치솟으며 국가 재정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정부의 ‘새출발 기금’은 신청자는 많지만, 실제 감면 혜택은 30%에도 못 미치며, 실효성이 낮은 실정이다. 단순한 자금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한 것이다.
정부는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는 명분 아래 감면 기준을 지나치게 엄격히 설정하였다. 대출금 사용처, 자산 보유 여부 등을 세밀히 따지면서 정작 급히 도움이 필요한 자영업자들이 제외되는 역설이 발생했다. 이는 제도의 근본 취지와 상반된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특히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 문제는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빚을 갚지 않은 이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는다’는 인식은 정책 자체의 정당성을 흔든다. 결국 전문가들은 단순 탕감보다 재교육과 자립 기반 구축 등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필자는 수십 년간 중소 유통 구조 개선을 위해 체인스토어사업, 공동물류센터 구축 등 다양한 정책을 제안해 왔다. 그러나 정책 실행은 언제나 더디기만 했고, 정부와 기관의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실행력 없는 비전문제도는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줄 뿐이다.
농협의 하나로마트는 전문가중심의 시스템 운영으로 성공했지만, 소상공인 지원을 목적으로 했던 나들가게 정책은 실패했다. 두 사업 차이는 아이디어가 아닌 운영의 질이었다. 통합경영 시스템이 없으면 어떤 정책도 지속이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시스템이 없으면 실효성은 낮다.
필자는 이번 대선을 계기로 자영업 개혁을 다시 제안하려 했으나, 여러 한계로 뜻을 접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아무리 훌륭한 제안이 있더라도 그것을 수용하고 실현할 시스템이 없는 현실 속에서는 모든 노력이 헛수고이기 때문이다. 진심이 통하지 않는 구조는 변화의 벽이다.
현재 운영 중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지원 방식은 구조적 한계가 분명하다. 단순한 자금 지원이나 일회성 컨설팅만으로는 생존력을 담보할 수 없다. 미국의 IGA나 슈퍼밸류처럼 본사 주도의 체계적인 현장 중심의 경영 시스템을 벤치마킹해야 하며, 농협 모델도 참고 대상이다.
이제는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체계적인 체인스토어 시스템이 절실한 때이다.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의 경쟁력을 키우고 생존을 담보하려면 감성적 접근보다 시스템적 대응이 요구된다. 지역경제 정책이 구조개혁으로 이어질 때, 지속이 가능한 해결책이 마련될 수 있는 것이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