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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트럼프의 민낯' 핵심 인재는 IN, 유학생은 OUT

이학만 상품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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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만 상품전략연구소장

세계는 지금 '인재 전쟁' 중이다. 미국, 중국, 유럽 주요국은 뛰어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정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변곡점이 바로 '사람'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누가 더 유능한 인재를 끌어오고, 누가 더 전략적으로 운용하느냐가 국가 운명을 바꾼다.

미국은 이 흐름의 중심에 있다. 특히 교육과 이민을 활용해 '선택된 인재'만 받아들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전보다 훨씬 실용적이고 선별적인 정책이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단순한 실용주의를 넘어 정치적 의도와 결합된 이중 전략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즉 전략산업 인재는 적극 유치하면서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유학생은 배제하려는 흐름이 강해진 것이다.

미국 교육정책의 이중 전략, 실용인가 정치인가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국익면제(NIW) 비자 심사 기준의 변화다. 반도체·인공지능 등 전략산업 분야 인재에게는 문호를 열되, 기여도와 실적에 대한 입증 조건은 크게 강화됐다. “미국에 꼭 필요한 인재라면 받아준다”는 게 정책의 핵심이다. 겉으로는 실용적 선별주의지만 실상은 정치 논리와 전략 계산이 깊숙이 작동하고 있다.

대표 사례는 하버드 유학생 비자 박탈 사건이다. 단순한 이민 문제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교육에 대한 정치적 통제 시도가 숨어 있다. 학문의 자유보다 ‘정치적 충성도’가 앞서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미국 대학은 여전히 유학생에 크게 의존한다. 일리노이공대, 뉴욕대, 노스이스턴대 같은 주요 대학은 유학생 비율이 30~50%에 이른다. 특히 공립 대학들은 유학생 등록금에 재정 의존도가 크다. 미국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유학생 전체가 미국에서 지출하는 교육비와 생활비는 연간 430억 달러 규모다. 한국도 매년 약 4만 명의 유학생을 미국에 보내며, 유학생 파견 순위 3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식(式) 전략이 본격화되면 유학생은 그 대상이 된다. 전략성과 정치성이 충돌하는 구도 속에서 교육은 점점 정치의 무대가 되고 있다.

하버드 사태가 보여준 정치의 민낯


트럼프 캠프는 하버드를 ‘좌편향’, ‘반유대 동조’, ‘중국과의 유착’ 등으로 몰아붙였다. 하버드 재학생 중 외국인이 27%나 되고, 한국인 유학생도 430명 이상이라는 점에서 그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결국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은 하버드의 유학생 비자 프로그램(SEVP) 자격을 박탈했다. 비자는 사실상 무력화됐고, 다수 유학생이 혼란에 빠졌다. 하버드가 반유대 시위에 소극적으로 대응했고,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고수했다는 이유로 집중 공격당한 것이다. 트럼프 진영은 연방 보조금 중단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고, 국토안보부는 ‘법적 자격 미달’이라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학계와 언론은 이를 정치적 보복이라고 본다.

이것은 일회성 사건이 아니다. MIT, 스탠퍼드, 예일 등도 언제든지 정치의 표적이 될 수 있다. 교육이 정치의 도구가 되면 학문의 자유와 대학 자율성은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학계와 경제계의 반발 그리고 세계의 충격

하버드 사태 이후 MIT, 스탠퍼드, UC버클리 등 주요 대학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유학생 없는 대학은 반쪽”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교수들은 “정치가 캠퍼스를 점령했다”고 비판했고, 유학생들은 “미국이 우리를 선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계도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유학생은 단순한 학습자가 아니라 미국 경제의 중요한 축이다. 등록금·생활비 지출은 물론이고, 특히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박사 과정의 55%가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그 영향력은 상당하다. 미국 국가과학재단(NSF)의 2023년 보고서도 이를 뒷받침한다.

세계 각국의 반응도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독일 교육부 장관은 “지식 교류에 대한 신뢰를 미국이 스스로 훼손했다”고 지적했고, 프랑스는 “교육에는 국경이 없어야 한다”고 반응했다. 캐나다는 유학생 친화 정책을 강화했고, 중국과 인도는 노골적으로 반발하며 자국 유학생 보호에 나섰다.

결국 미국이 교육을 정치화할수록 세계 인재의 흐름은 재편될 수밖에 없다. 교육은 국경을 넘어선 보편 가치다. 정치가 이 가치를 무너뜨릴 때 그 대가는 결국 미국 자신에게 돌아온다.

한국 유학생의 현실과 우리가 준비할 일


이 모든 변화는 한국 유학생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버드를 포함한 주요 대학에 재학 중인 유학생들은 비자 불안, 학업 중단, 체류 계획 변경 등의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일부는 졸업 후 취업 연수 프로그램(OPT) 기회를 잃고, 귀국을 고민하고 있다.

2025년 3월 기준, 미국 내 250개 대학에서 1500명 이상의 유학생이 비자 취소나 입국 거부를 경험했다. 이 가운데는 한국 학생도 상당수 포함돼 있으며, 일부는 불법 체류자로 간주돼 체포 사례도 발생했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 어두울 수 있다. 트럼프가 재집권한다면 유학생 정책은 더 정치화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캐나다, 호주, 유럽 국가들은 유학생 유치에 더 적극 나설 것이다. 미국 유학의 매력이 희미해지는 순간, 우리는 새로운 선택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제는 유학생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그들이 귀국 후 국내에서 성장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더는 ‘유학은 미국’이라는 고정관념에 묶여 있을 수 없다. 전 세계 어디서든 인재를 키우고, 다시 한국과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설계해야 한다.

유학생 보호는 곧 미래 보호다. 교육과 정치가 분리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임광복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c@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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