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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단상] 소상공인 생존 제안(1) '돈' 아닌 '구조개혁'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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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지난 18일에 열린 대선 후보 경제 부문 토론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민생 경제에 대한 정책은 구체성과 실행력이 결여한 채 모호한 표현에 그쳤고, 실현이 가능한 계획이나 수치도 거의 제시되지 않았다. 선언만 반복된 채로, 공허한 토론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정책도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채 반복되는 단기 처방에 그쳤다. ‘연체 이자 감면’, ‘긴급 자금 투입’ 등의 응급 대책은 일시적으로 지지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지속되게 가능한 생존 기반을 마련해주지는 못하는 실효성이 매우 낮은 방식이다.

현 자영업자들이 겪는 경영 위기는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니라 구조적인 위기 문제다. 고금리·고물가·고정비 증가라는 삼중고가 장기화하면서,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경영 지원이 아닌, 경영 체질과 구조를 바꾸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번 대선 토론에서 확인된 각 후보의 시각은 민간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여전히 관료 중심의 사고에 머물러 있었다. 민간 시장의 경쟁적 환경을 직접 체감하지 못하는 공무원식 정책은 실제 시장에서는 작동하지 않으며, 역동적 변화와는 괴리된 결과를 낳게 된다.
글로벌 경쟁 시대는 단순히 '얼마를 줄 것인가'보다 '어떻게 구조를 전환할 것인가'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 단기적 재정지원은 미래세대에게 부채를 떠넘기는 것이며, 국민 세금이 투입될 때는 반드시 구조적 변화와 생산성 향상이라는 조건이 병행돼야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필자는 1980년대 양재동 하나로 클럽 제안 이후 1990년대 KOSA 전무이사로 중소유통공동도매물류센터와 체인사업협동조합 연구소장으로 나들가게(스마트 샵)를 정부에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 담당자들과 대화하면서, 한국 속담 “소에 경을 읽어 준다”는 말을 실감했었다.

정부와 정치권은 중소 유통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함에 더 큰 책임감을 져야 한다. 단순한 규제 완화나 예산 지원을 넘어, 민간이 자생할 수 있는 시스템 인프라를 구축하고, 국가정책과 민간 전략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번 대선 경제 토론은 후보들의 국가 경제 비전과 민생에 대한 인식을 드러낸 자리였다. 이준석 후보는 체계적 경제 이론으로 미래 전략을 제시했고, 김문수 후보는 도지사 시절의 실적을 강조했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뚜렷한 해법이 없이 원론적 답변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대선 후보 공약은 과거 틀에서 벗어나, 시대 변화에 맞춰 진화하도록 깊이 있게 준비해야 한다. 반복되는 선거 공약은 유권자에게 피로감을 주고 정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현실과 괴리된 구호성 공약으로는 사회 변화를 이끌 수 없으며, 정책은 시대정신을 반영해야 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몰락은 지역 공동체 해체와 사회 연대 붕괴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이다. 유통 혁신과 경영 개선 없이는 지역 경제와 민생 회복은 어렵고, 국가 경제 기반의 약화로 직결된다. 지도자는 구조 변화를 실행할 수 있는 실현이 가능한 공약에서 시작해야 한다.

필자는 정치권과 대선 후보들이 세계적 유통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관심이 없다는 점을 문제로 본다. 전문가 네트워크가 부족해 현장 중심의 유통·물류 전문가들의 실질적 제안은 외면받고 있으며, 해외 성공 사례를 참고하려는 노력도 거의 없어, 정책적 혁신이 어렵다.

유통과 물류 구조의 근본적 혁신 없이는 자영업자들이 글로벌 경쟁 능력을 확보할 수 없다. 유통 단계는 길어지고 물류비는 계속 상승하는 가운데, 대형 플랫폼 종속 구조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생적 생존이 불가능하며, 구조 자체를 개혁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선진국들은 이미 자영업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유통과 물류 시스템 전반을 체계적으로 개혁해왔다. 미국, 일본, 독일은 체인스토어 방식의 집단 경영을 통해 구매 단가를 낮추고, 금융비용을 줄이며, 공동 물류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체인스토어 경영은 단순한 프랜차이즈 확장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이 방식은 공동 구매, IT 재고 시스템, 물류 공동화 등 유통 구조 전반의 혁신을 포함한다.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도 집단 효율을 통해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며, 한국 역시 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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