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는 거래 대상인 한국이 ‘부자 나라’이기에 얻어낼 게 많다고 본다. 기자는 트럼프 대통령을 오랫동안 취재해온 한 미국 언론인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이렇게 설명했다.
“트럼프는 호텔 사업자였다. 트럼프 호텔에 한번 가보라. 객실에 있는 텔레비전은 거의 다 삼성 아니면 LG 제품이다. 트럼프 호텔뿐 아니라 다른 고급 호텔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한국이 부자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한국에서 트럼프가 꼭 얻어내고 싶은 게 있다. 선박과 함정 건조다. 그는 1998년 6월 경남 거제시 대우중공업 옥포조선소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는 도크에서 제작 중이던 구축함에 꽂혔다고 한다.
조선업은 한국이 세계 최고로 꼽힌다.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전화 통화에서도 “미국의 선박 수출뿐 아니라 유지·보수·정비(MRO)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선업은 미국의 아킬레스건이다. 미국 조선업은 2000년대 이후 급속하게 쇠락했다. 미국은 향후 30년간 약 1500조원을 투입하는 해군 전력 강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업이 이 모양이니 한국을 비롯한 조선 강국의 도움이 절실하다.
특히 트럼프의 최종 목표가 중국 고립이기에 미국이 해군력에서 중국에 밀리면 모든 게 허사다. 스티븐 비들(Stephen Biddle) 컬럼비아대 교수는 최근 ‘포린 에퍼어스’ 기고문에서 “미국이 직면한 최대 위협은 중국의 해군력 증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약 20년 전에는 미 해군 함정이 282척, 중국이 220척이었으나 2010년대 중반부터 미·중 간에 역전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중국 함정이 440척, 미군이 295척이며 갈수록 그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K-조선의 도움을 받으려고 어떤 식의 거래를 시도할까? 집권 2기에 트럼프가 보인 행태를 보면 무차별 협박과 강압으로 한국을 굴복시키려 할 게 뻔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벌써 ‘한국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합동 연설에서 한국의 관세율이 미국에 비해 4배가 높다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했다. 트럼프의 경제 교사인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7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유럽과 중국, 한국에 대한 무역 적자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며 “이런 무역 적자가 존재하는 이유는 비관세 장벽이 있고, 관세가 높아 미국 기업들이 경쟁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의 관세 폭탄이 어디에 집중적으로 떨어질지 예고한 것이다.
미국이 오는 4월 2일 국가별로 상호 관세율을 발표한다. 트럼프 정부는 막대한 대미 무역 흑자를 내고 있으면서 관세 또는 비관세 장벽을 둔 국가를 ‘지저분한 15개국(dirty 15)’이라고 지칭했다. 한국이 여기에 포함되면 고율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지난해 미국과의 교역에서 대규모 흑자를 낸 나라는 중국과 유럽연합(EU), 멕시코, 베트남, 한국, 대만, 일본 등이다. 한국의 흑자 규모는 660억 달러다. 미국이 한국의 부가가치세, 환율 정책, 농산물 수입 규제 등을 문제 삼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약소국’ 우크라이나의 희생과 양보를 강요하는 ‘더티 딜(dirty deal)’을 하려 한다. 트럼프가 외교 안보와 경제 전반에 걸쳐 한·미 관계 재정립을 시도하면서 '머니 머신' 한국에 더티 딜을 강요할 수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