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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IFRS17 실패 자인한 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은 최근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에 큰 영향을 주는 지급여력비율(K-CIS·킥스) 기준을 현행보다 15%포인트(p) 내외로 완화하기로 했다. 새 회계제도(IRF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이 요건을 충족하느라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IRFS17 도입 이후 킥스 150% 권고 준수를 위해 후순위채를 대거 발행하는 상황이다. 보험사들의 후순위채 등 자본증권 발행액은 작년 말 기준 8조7000억원으로 2023년보다 272% 늘었다.

앞서 당국은 지난 2023년 보험부채를 시가평가 하는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과 이를 기초로 한 지급여력제도 K-ICS를 도입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제도 시행 후 1년 6개월 만에 기본자본 K-ICS 비율이 12.5%p 하락하는 등 자본의 질이 악화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특히 업계 1위 삼성생명마저 회사 설립 이후 처음 지급여력비율이 200% 미만으로 떨어지는 등 업계가 전반적으로 허덕이는 모습을 보였다.
IFRS17은 도입 초기부터 미뤄달라는 요청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자본 확충 부담이 과도해질 수 있고, 비슷한 제도를 운용하는 유럽 등과 달리 시기적으로 너무 이르다는 판단에서다. 금융당국은 제도 도입 이후에도 IFRS17과 관련한 여러 제도를 손질했다.

회계제도와 함께 도입된 새로운 수익성 평가 방식 ‘계약서비스마진(CSM)’은 매 분기 실적 발표 때마다 ‘고무줄 회계’ 논란을 일으켜 왔고, 실적 착시를 개선하기 위해 해지율 등 가이드도 수차례 이상 변경했다.

그렇다고 당국 정책이 실패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많다. 과거 IFRS4에서는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보험사의 실제 건전성과 회계상 숫자가 다르다는 문제를 포함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회계제도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시가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금융당국이 150% 기준을 설정할 때의 논리를 스스로 뒤집었다는 점에서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아울러 감독 기준이 또 바뀌면서 보험사들이 다시 자본 관리 전략을 세워야 하는 점도 되레 혼란만 초래했다는 비판이다.
금융당국 측에선 도입한 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켜야 하는 만큼 ‘현실적인 조정’ 외에는 선택지가 없을 수 있다. 다만 보험업계에서는 매번 바뀌는 감독 기준에 장기적 자본 관리 전략을 세우기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물론 새로운 제도에서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 100% 예측하긴 어렵다.

그렇다고 매번 그때 상황에 맞춰 제도를 바꾸는 일도 제도의 신뢰와 지속성 면에서 지지받기 어려운 행동임을 명심해야 한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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