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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협상 AI 강국으로!

박무승 BNE협상컨설팅 대표 겸 한국협상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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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승 BNE컨설팅 대표 겸 한국협상학회 부회장
울 강남 한복판, 50층 높이의 대기업 본사 빌딩. 해외사업 본부장의 방에는 불이 꺼지지 않았다. 책상 위엔 수백 페이지에 이르는 협상 관련 서류가 쌓여 있고, 한쪽에는 회장님 보고를 준비해야 하는 노트북이 켜져 있었다.

문제는 시간이 새벽 1시라는 것. 몇 시간 전, 바이어 접대 자리에서 술까지 마신 탓에 피로가 극에 도달했다. 정신은 흐려지고, 졸음이 쏟아진다. 그렇지만 회장님께 보고할 내용은 국제적인 대형 계약 협상. 실수라도하면 수천 억 원이 날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지난번 로펌이나 컨설팅 회사에 의뢰해 받은 협상 전략 보고서가 별 실효성이 없었다는 점이다. 수천 만 원을 들여 받은 보고서는 협상 원리나 일반적인 접근에 머물렀고, 막상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은 거의 없었다.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방이 어떤 패를 가지고 나올지, 어떤 심리를 가졌는지, 우리가 취해야 할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 빠져있었다.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전자등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경제 강국이지만, 이처럼 협상에서는 여전히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협상에서 이런 문제들을 실제로 겪고 있다.

1. 데이터 없는 감각적 협상


한 대기업의 해외 법인장은 주요 고객과 협상 중, "우리가격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감으로 밀어붙였다. 고객사는 "당신들보다 15% 더 저렴한 가격을 제시한 다른 업체가 있다"고 맞섰다. 만약 AI가 시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고객사의 다른 제안을 사전에 예측했다면, 이 협상은 더 유리하게 흘러갔을 것이다.

2. 감정적 대응에 따른 손실


어느 한국 기업의 대표는 협상 중 상대방이 도발하는 태도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럼 거래하지 맙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1주일 뒤, 경쟁사가 같은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AI는 상대의 심리적 패턴을 분석하고, 최적의대응법을 실시간으로 제안할 수 있다.

3. 법률 조항 간과로 발생한 재앙


한 중견기업은 계약서 검토 없이 서명했다가, 몇 달 뒤 "계약 연장 시 자동 가격 인상" 조항을 발견했다. 1년 후, 기존보다 30%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했고, 협상을 다시 시작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AI는 계약서 조항을 분석하여 이러한 리스크를 사전에 경고할 수 있다.

이 모든 사례는 AI를 협상에 이용하면 해결이 가능한 것들이다. 이제, AI가 협상에 도입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우선, 실시간 협상 전략 추천이다. AI는 상대방의 발언과 행동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의 협상 전략을 제안한다. '상대방이 지금 거부하는 이유는 가격 때문인지, 아니면 시간이 필요한가'라는 문제 에 대해 AI는 과거 협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를 분석하고 즉각 대응법을 제시한다.

둘째, 정밀한 데이터 기반 협상 지원이 가능하다. 과거 우리 기업들은 '우리 가격이 경쟁력이 있다'는 말을 감각적으로 했지만, AI는 실제 시장 데이터를 분석해 '당신들보다 15%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경쟁사가 있다'는 정보를 사전에 제공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협상 준비부터 강력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셋째, 다문화 협상이 가능하다. AI는 각국의 문화 특성을 반영해 협상 스타일을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기업은 명확한 논리를 요구하지만, 일본 기업은 신뢰 형성을 중요시한다. AI는 협상 상대의 문화 배경을 분석해 최적의 접근법을 제안할 수 있다.

넷째, 계약서 자동 분석과 리스크 탐지가 가능하다. AI는 계약서의 숨겨진 리스크를 찾아내고 경고를 준다. 예를 들어, '이 조항은 향후 1년 후 가격이 자동으로 인상될 수 있음'이라고 표시해 기업이 불리한 계약을 체결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과 생산력으로 승패를 가려왔다. 이제는 협상력이 국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AI 기반 협상 기술을 도입하면, 한국 기업들은 더 이상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지 않고, 글로벌 무대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이제 한국 기업들이 협상 패러다임을 바꿀 차례다. AI기반 협상 기술을 통해 한국을 협상 AI강국으로 만들자!

박무승 BNE컨설팅 대표 겸 한국협상학회 부회장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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