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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백로가 사는 마을

백승훈 시인

기사입력 : 2024-06-1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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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비에 씻긴 오월의 쨍한 하늘 위로 백로 한 마리가 유유히 날아간다. 구름 한 점 없는 쪽빛 하늘을 날던 순백의 새는 들판을 가로질러 건너편 솔숲으로 내려앉는다. 해마다 단오 벌초를 할 무렵이면 나는 고향의 백로 서식지를 찾곤 한다. 논이나 천변에서 한두 마리씩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수백 마리가 떼 지어 장관을 이룬 모습은 서식지가 아니면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백로(白鷺)는 왜가릿과에 속하는 새 중 몸빛이 하얀 새를 일컫는 말로, 백로속에 속하는 노랑부리백로, 쇠백로, 흑로와 왜가리속에 속하는 대백로, 중대백로, 중백로, 그리고 황로속에 속하는 황로 등을 가리킨다.

겉으로 보기에는 희고 깨끗해 예부터 청렴한 선비의 상징으로 쓰여 왔으며, 시문이나 화조화에 많이 등장하는 새지만, 그 이미지와 달리 실제로는 환경 변화에 적응력이 대단히 높은 새다. 진흙으로 된 논바닥에서 가장 많이 보이고, 큰 호숫가부터 실개천까지 2급수, 3급수 가리지 않고 찾아다니며 물고기와 양서류 등을 잡아먹고 산다. 환경과학원이 펴낸 보고서 '한국의 백로와 왜가리'에 따르면 “백로는 습지 생태계의 상위 포식자로 집단 번식을 하는 습성 때문에 서식지가 훼손되면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한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많은 국가에서는 습지의 건강성을 파악하는 데 백로의 개체 수를 이용한다고 한다. 백로는 서식지의 건강성을 평가하기 좋은 생물학적 지표종으로 백로의 번식 성공과 서식 여부는 주변 환경의 변형이나 오염 정도에 매우 민감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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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의 주요한 특징은 몸에 비해 긴 목과 다리다. 큰 날개와 희고 날씬한 몸매가 합쳐져서 우아한 자태를 연출한다. 물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이 새들은 긴 목과 다리를 사용해 물속을 걸어 다니며 물고기를 사냥한다. 여름이 되면 자라나는 화려한 장식깃 역시 백로의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인데, 이 장식깃은 번식기에 자기 어필을 위해 자라나는 것이다. 모내기가 끝난 초록 들판을 백로들이 한가롭게 서성이거나 소나무 위에 떼 지어 앉아 있는 백로들의 모습은 평화롭기 그지없는 흐뭇한 풍경이다. 하지만 백로 떼가 보금자리를 꾸민 숲의 풍경은 그리 아름답지 못하다.

백로는 자기 둥지를 중요히 여겨서 처음 둥지를 찾을 때도 힘센 수컷이 좋은 장소를 먼저 차지하고 한 번 둥지를 지으면 자기 알과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해 둥지 주변에 다른 백로가 오는 걸 싫어해서 다른 백로가 둥지에 오면 공격해 쫓아낸다. 나뭇가지를 물어다 둥지를 튼 둥지 속에서 알을 품고 새끼를 키우는 동안 나무들은 새들의 독한 배설물로 인해 죽기 십상이다. 강이나 논에서 물고기를 잡아먹은 백로는 숲에 배설물을 남겨 강의 질소를 숲으로 옮기는 역할도 한다. 그래서 둥지를 튼 나무 자체는 죽지만 그 주변의 식물들을 잘 자라게 한다. 또한 쥐나 해충을 잡아먹기도 하니 인간에게 이로운 새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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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번식하는 특성 때문에 백로가 모여 사는 숲의 나무들은 제대로 살아남지 못한다. 가지마다 층층이 둥지를 짓고 알을 품어 새끼를 키우다 보니 나무 주변은 온통 분변 천지다. 나무들은 새똥으로 인한 백화 현상으로 하얗게 말라가고 악취가 진동한다. 연신 먹이를 물어 나르는 어미 새와 먹이를 기다리는 솜털 보송한 어린 새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숲은 늘 시끄럽고 부산하다. 어딘가에선 백로 떼의 소음과 분변을 견디지 못하고 소나무를 벌목하여 서식지를 아예 없애기도 했다는데, 내 고향에선 백로 서식지에 대한 민원이나 파괴 움직임은 없는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백조가 우아하게 물 위에 떠 있기 위해서는 물밑에서는 쉼 없이 자맥질해야 하는 것처럼 백로와 함께 살려면 우리는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만 한다. 공존은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해 나의 불편을 기꺼이 허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백승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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