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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용 MLCC'도 D램 길 걷나...AI용 집중에 메모리 가격 구조 판박이

HBM 생산 확대에 D램 가격 오르듯 범용 MLCC도 답습
일본 무라타, 일부 제품 단종 통보…韓 업체들 반사이익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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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서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시장에서도 '메모리 반도체'식 가격 구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고부가 제품에 생산능력을 집중하는 과정에서 범용 제품 공급이 줄고, 이것이 시장 전반의 가격 상승으로 번지는 흐름이 고대역폭메모리(HBM)가 D램 시장에서 독자 영역으로 부상했던 궤적과 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MLCC 1위 업체인 일본 무라타제작소는 최근 고객사에 9개 시리즈 중 일부 사양 제품의 단종(斷種) 계획을 통보했다. 최종 주문 마감일은 2028년 3월 말, 최종 출하일은 2029년 3월 말로 정해졌다.

단종 대상에는 소비자가전·산업기기용 범용 제품은 물론 일부 전장용 제품도 포함됐다. 외신에 따르면 무라타 측은 "MLCC 공급을 안정화하고 지원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제품군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다른 제품의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해당 라인의 생산을 종료한다는 의미다.

MLCC는 전자제품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제어하는 핵심 수동 부품으로, 모바일·IT 기기뿐 아니라 최근에는 AI 서버와 전장용으로도 사용처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문제는 생산 구조다. 서버용 고사양 MLCC는 범용 제품보다 훨씬 많은 생산 자원을 필요로 하며, 사양에 따라서는 서버용 MLCC 1개를 만드는 데 범용 MLCC 3개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의 능력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한정된 생산 설비에서 고부가 제품 비중을 늘릴수록 범용 제품의 생산 여력은 더 빠르게 줄어드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로 일본 타이요유덴은 지난 5월부터 중저용량 소비자용과 일부 자동차용 MLCC 가격을 6~13% 인상하며 선제적으로 움직였다. 수주·출하 비율(BB)은 꾸준히 1을 웃돌고 생산 설비는 풀가동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2018년에도 일본 업체들이 전장용으로 생산 축을 옮기면서 범용 MLCC 품귀 사태가 벌어진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비슷하거나 더 강한 공급난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이 같은 재편의 최대 수혜 후보로는 국내 업체 삼성전기가 꼽힌다. 무라타의 범용·전장용 단종 물량을 흡수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완제품 업체라는 점에서 가동률 상승에 따른 가파른 영업 레버리지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대만 야게오, 국내 삼화콘덴서·아모텍 등 중소형 MLCC 업체들도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번 가격 상승 국면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AI 서버 출하 속도와 각 사의 증설 계획에 달려 있다는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사이클을 단순한 경기 순환이 아닌 구조적 변화의 초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수동부품 업종은 통상 경기에 따라 평가 가치가 오르내리는 대표적 경기 민감 업종으로 분류됐지만 AI 주도 수요 증가가 이 공식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판가와 가동률이 동시에 오르는 산업 특성상 영업이익 개선 속도가 매출 증가율보다 가파를 수 있다는 점도 이런 시각을 뒷받침한다.

업계에서는 무라타 등 상위 업체의 추가 감산 및 단종 여부와 국내 업체들의 증설 속도가 향후 가격 흐름을 좌우할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업체들의 감산과 단종으로 우리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지만 삼성전기 등 우리 업체들도 고부가 MLCC로 생산 설비를 돌리고 있다"면서 "실적 여부는 향후 공급 여건이 정리됐을 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park03@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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