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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필수재 된 자동차, 개소세도 변해야

사치재 과세 명분 약화…세제 재설계론 부상
日·英·佛은 환경성능·탄소배출 기준 전환
서울 서초구 잠원나들목 인근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오른쪽)이 차량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서초구 잠원나들목 인근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오른쪽)이 차량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 종료를 계기로 자동차 세제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동안 개소세가 내수 부양을 위한 한시 인하 카드로 반복 활용되면서 세금의 본래 취지와 현재 역할 사이의 간극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는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이다. 현재 승용차에는 기본 세율 5%보다 낮은 3.5%의 탄력세율이 적용되고 있으나 다음 달부터는 세율이 다시 5%로 환원된다. 완성차업계는 6월 출고 혜택을 앞세워 막판 수요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세율 환원을 계기로 개소세 제도 자체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소세는 특정 물품이나 행위에 별도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승용차는 과거 고가 내구재이자 일부 계층의 소비재로 인식되면서 과세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자동차 보급이 일반화되고 이동권이 생활과 노동, 지역 경제와 직결되면서 사치성 소비 억제라는 과세 명분은 예전보다 약해졌다는 평가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는 자동차가 사실상 필수 이동 수단에 가깝다.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구조도 제도 재검토론의 배경이다. 자동차 개소세는 차량 가격에만 한 차례 붙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세와 부가가치세 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율 변화가 최종 구매 가격으로 이어지는 만큼 개소세 인하 종료는 고금리와 물가 부담 속에서 소비 심리를 더 위축시킬 수 있다. 반대로 인하 조치가 반복되면 소비자들은 종료 전 구매를 서두르고 종료 후에는 수요가 꺾이는 흐름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개소세가 경기 대응 수단으로 반복 활용되는 점도 제도 취지를 흔드는 대목이다. 사치성 소비를 억제하기 위한 세금이라면 경기 둔화 때마다 세율을 낮춰 자동차 소비를 유도하는 운용 방식과 충돌한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개소세 인하가 단기 판매 진작에는 도움이 되지만 종료 전 수요 쏠림과 종료 후 판매 공백을 반복시키는 한계도 있다고 본다.

해외 주요국은 자동차 관련 세금을 유지하되 과세 명분을 환경 부담과 고가 차량 부담으로 옮기는 추세다. 일본은 자동차취득세를 폐지하고 연비와 환경 성능에 따라 세 부담을 달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영국은 신차 등록 첫해 자동차세를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연계하고 고가 차량에는 추가 부담금을 부과한다. 프랑스도 고배출 차량과 무거운 차량에 부담을 더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면 폐지에는 신중론도 있다. 개소세를 없애면 고가 차량일수록 감세 효과가 커져 조세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고 세수 감소도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전면 폐지보다는 자동차의 달라진 위상과 전동화 전환 흐름에 맞춰 세제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고가 차량과 고배출 차량에는 부담을 남기되 친환경차 전환과 소비자 부담 완화를 함께 고려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항구 평택대학교 특임교수·전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자동차는 과거처럼 일부 계층의 고가 소비재로만 보기 어려워졌다"며 "출퇴근과 생계, 지역 이동에 필요한 필수재 성격이 커진 만큼 개소세도 인하나 연장을 반복하기보다 제도 취지를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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