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인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8단체는 3일 입장문을 내고 “상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사 충실 의무 확대와 더불어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의 의결권 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안이 이날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까지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경제8단체는 “자본시장 활성화와 공정한 시장 여건의 조성이라는 법 개정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이사의 소송 방어 수단이 마련되지 못했고, 3%룰 강화로 투기세력 등의 감사위원 선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간 상법 개정안은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야당인 국민의힘이 반대해왔지만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이 긍정적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여야는 전날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이른바 ‘3% 룰’을 보완해 처리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와 집중투표제 도입 조항은 제외한 뒤 추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3% 룰이 시행되면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아닌 주주의 의사에 더 힘이 실리는 만큼 기업이 행동주의 펀드 등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 재계의 우려다.
국회에서 정부로 법안이 넘어가면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될 예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상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재계는 상법 개정안의 부작용을 완화·제거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8단체는 “국회에서도 경제계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필요 시,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그런 만큼 △경영판단 원칙 명문화 △배임죄 개선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 등에 대한 논의가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경영판단 원칙을 명문화하면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근거로 주주들이 민사 소송과 배임죄 고발을 남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배임죄 개선은 기업 경영진의 판단이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부작용을 고려한 제안이다. 아울러 사모펀드 등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나타났을 때 경영권자가 이를 '포이즌 필' 등으로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재계가 지속 주장해왔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