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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조선업 재건'서 韓·日 조우…경쟁보다 분담에 방점

日, 쇄빙선 건조와 군함 수리 경쟁력 강조
韓 조선사는 USTR 대표·美 해군장관 만나
2037년까지 美서 400척 넘는 발주 전망도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인 ‘월리 쉬라’호가 한화오션 거제조선소에서 정비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출항하고 있다. 사진=한화오션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인 ‘월리 쉬라’호가 한화오션 거제조선소에서 정비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출항하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일본이 대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조선업 협력 방안을 마련하면서 한·일 양국이 미국 조선업 재건에 기여하는 그림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쇄빙선 건조와 군함 수리를 주요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국은 함정 유지·보수·정비(MRO)를 시작으로 건조 사업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고, 나아가 기술 이전과 공급망 확충까지 공동으로 해나간다는 계획이다.

30일 외신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미국과 관세협상을 벌이며 미국 조선업 재건에 기여할 방안을 제안해왔다. 한국처럼 일본도 조선업 협력을 관세협상의 주요 지렛대로 삼은 것이다. 이 안에는 양국 조선업 공동 기금 마련도 포함됐다.

일본 정부가 미국 조선업을 돕는 주요 분야는 쇄빙선과 군함 수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최근 "쇄빙선은 일본의 기술에 상당한 우위성이 있다"며 "쇄빙선이 협력의 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군함을 일본에서 수리할 수 없는가 하는 점도 있어 정부로서 지원해가고자 한다"고 했다.

한국도 조선업 협력 카드를 대미 관세협상에 활용하는 모습이다. 미국이 자동차 등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을 중심으로 무역적자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국이 미국 경제와 안보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분야로 조선업이 거론된다.

지난 15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 제주도를 찾아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를 면담하기도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그리어 대표에게 한미 간 공동 기술 개발과 선박 건조, 크레인 공급망 협력 강화 등의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한화가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기반으로 미 조선 생산 기반 확대와 기술 이전 등을 논의했다.

미국은 함정 건조 면에서도 한국 조선사들의 도움을 원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이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와 경남 거제 한화오션 조선소를 방문해 각각 정 수석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만나기도 했다. 가장 먼저 미 함정 MRO 사업을 수주한 한화오션은 월리 쉬라 호의 정비를 마치고 출항시켰고, 유콘 호도 수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미국이 조선업 토대가 매우 약하지만 자국 산업 육성과 중국 견제를 위해 많은 선박을 발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일 간 경쟁보다는 선박 건조를 적절히 나눠 맡는 구조가 유력해 보인다. 특히 함정 분야는 지난해부터 미 해군이 한국 조선사들에게 관심을 보여왔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류민철 한국해양대 교수에게 의뢰해 19일 발간한 보고서 ‘미국 조선산업 분석 및 한·미 협력에서의 시사점’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2037년까지 403~448척을 발주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달 미 의회에 발의된 조선·항만 인프라법(SHIPS for America Act)이 통과되면 미국 국적 전략상선단을 250척으로 확대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화물의 15%를 미국에서 건조한 선박으로 운송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 해군이 앞으로 30년간 364척의 군함을 새로 건조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쇄빙선 40척을 발주하겠다는 언급도 내놓았다.

류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함정을 고도화하고 경쟁력 있는 무기체계 개발을 통해, 미 함정 사업 수주와 해외로의 함정 수출 역량을 높이기 위한 중장기 관점에서의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협력이 매우 중요할 것이므로, 우리 조선·해운산업의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짚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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