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경기도 수원 디지털시티 생활가전사업부를 방문했다. 인공지능(AI) 가전 경쟁력을 점검 차원이었다. 이 회장은 AI 기반 제품·기술 전시 공간을 둘러보고 전략 제품별 핵심 기술 개발 로드맵을 살펴봤다. 이 회장이 생활가전사업부를 찾은 건 올들어 처음이다.
이 회장은 생활가전사업부장인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 등 주요 임원진과 오찬을 한 뒤 1시간 30분가량 사업장을 둘러보며 각종 기술을 살폈다.
이 회장은 현장에서 "이건 우리의 독자 기술인가", "우리가 얼마나 앞서 있나", "이 기술을 개발하는 모멘텀이 무엇인가" 등의 예리란 질문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최근 현장 경영 행보를 보면 AI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AI 가전=삼성'이라는 공식을 알리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에서도 삼성전자는 '모두를 위한 AI'를 주제로 참가해 스마트싱스를 기반으로 한 AI 홈 서비스와 다양한 AI 가전을 선보였다.
당시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 7일 IFA 2024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는 AI의 원년"이라며 "개별 제품에 AI를 탑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AI가 연결된 기기끼리 데이터를 주고받으면서 사용자에게 맞춤형 가전으로 거듭나는 초개인화에 집중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회장의 이같은 행보는 본격화할 AI 시대에 앞서 선제적으로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미래에 대응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식 그래프 원천 기술을 보유한 영국 스타트업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 인수 소식을 공개했다.
지식 그래프는 관련 정보를 서로 연결된 그래프 형태로 표현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데이터를 통합해 사용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빠른 정보 검색과 추론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개인화된 AI를 구현하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AI를 중심으로 모바일과 가전, 자동차를 AI 기술로 엮는 이른바 초연결 시대를 설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AI·로봇 스타트업 발굴 작업에도 착수했다. 올해도 ▲AI ▲로봇 ▲IoT디바이스 ▲디지털헬스 등 영역에서 우수기업을 발굴한 뒤 사업성을 검증하고 협업 기회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유인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inryu00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