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흑자 전환 시기가 뒤로 밀리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의 영향으로 포드, 메르세데스-벤츠 등 주요 고객사들이 전기차 전환 계획을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미 지역에서의 노조 관련 이슈도 향후 공장 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잠재 위험으로 부상하고 있다.
28일 증권사와 업계에 따르면 SK온의 적자는 올해 상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1분기에는 평균 2800억원, 2분기에는 1400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SK온의 흑자 전환 시기는 이르면 오는 3분기로 예측된다. SK온의 흑자 전환이 불투명해지는 것은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인해 배터리 판매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SK온이 고객사로 두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은 자사 전기차 생산을 미루거나 전동화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포드는 자사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의 출고를 품질 문제 등을 이유로 지난 9일(현지 시간)부터 중단했다. 재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 차량에는 SK온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전량 탑재된다. 포드는 지난해 10월에도 미시간주 공장을 3교대에서 2교대로 변경했다. 최근에는 앞으로 5년간 하이브리드차 생산을 4배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전환이 아직 이르다는 것을 확실히 한 것이다.
벤츠는 2025년까지 신차의 50%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2030년으로 연기했다. 이 자리는 하이브리드차가 대신한다. 내연기관 차량에서 바로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했던 현대자동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도 하이브리드차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두 업체 모두 SK온 배터리를 자사 전기차에 사용하고 있는 만큼 향후 SK온의 배터리 판매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힘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도 향후 잠재 위험 요소로 꼽힌다. UAW는 지난해 대규모 파업으로 앞으로 4년간 25%의 임금 상승을 이끌어냈다. SK온이 포드와 3곳의 합작 공장을 짓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공장 운영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온과 포드가 지을 미국 배터리 합작 공장 기공식에서의 축사 순서가 포드, SK온에 이어 UAW였다"며 "이는 미국 완성차 업계에서 UAW의 힘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 수요는 1.2테라와트(TW)로, 전년보다 20%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SK온의 판매량은 정체가 예상된다"며 "상반기 판매량은 전년 하반기 대비 30%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