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KF-21 전투기 공동개발 사업을 진행 중인 인도네시아가 카타르에서 도입하려던 중고 미라주 2000-5 전투기 도입 사업을 재정 부족을 이유로 연기했다. 미국 보잉의 F-15EX 도입에 이어 프랑스 다쏘의 라팔 전투기 도입까지 인도네시아의 항공전력 도입계획이 중구난방인 가운데, 인도네시아가 국방비로 이를 모두 충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올해 인도네시아는 국방비를 20% 증액했지만 밀려 있는 KF-21 분담금 납부계획은 발표되지 않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이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의 개발분담금 미납에도 KF-21 양산에 돌입하자 인도네시아는 높은 관심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KF-21 공동개발 프로젝트에서 인도네시아 배제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지 일부 언론에서는 “KF-21의 양산 시작은 한국이 실제로 인도네시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납부 지연으로 신뢰성에 상당한 금이 갔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는 재정 문제로 KF-21 개발분담금 납부를 미루면서 다른 회사들과 전투기 도입계약을 체결해왔다. 지난 2022년에는 프랑스 다쏘의 라팔 전투기 42대를 구입하기로 계약한 데 이어 지난해 미국 보잉의 F-15EX 전투기 24대를 도입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카타르가 사용하던 중고 미라주 전투기 2000-5 12대를 구입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가 재정상 이유로 연기했다.
처음에는 인도네시아의 라팔과 F-15EX 전투기 도입 계약을 두고 KF-21 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인도네시아 국방비 현실을 고려할 때 라팔과 F-15EX에 이어 KF-21 사업까지 진행은 사실상 힘들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KF-21 사업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올해 국방예산을 지난해 대비 20% 증액한 250억 달러(약 32조9100억원)로 늘렸다. 현재까지 인도네시아는 1조2694억원 상당의 사업분담금 중 약 9900억원을 미납하고 있는 상태로 국방비가 확보됐음에도 KF-21 분담금 납부계획에 대한 일체의 발표가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의 KF-21 사업 포기 가능성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인도네시아와의 KF-21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방위사업청장은 분담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로 출국했지만 이렇다 할 결과물을 손에 들고 오지 못했다. 이후로 인도네시아와는 답보 상태다.
전투기는 특성상 생산 물량이 증가할수록 가격이 대폭 하락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KF-21 개발은 단독이 아니라 협력 개발이 훨씬 유리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가 KF-21 사업에 참여를 원한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방위사업청은 이를 공식 부인한 바 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