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출범 100日 애경케미칼, 재무위기 애경그룹에 단비될까

그룹 내 화학 3社 '애경유화·AK켐텍·애경화학' 전격 합병
전년 연결기준 매출액 1조5525억원·매출액 929억원 달성
자본잠식 빠진 AK S&D·제주항공, 애경산업도 매출 제자리
애경그룹은 지난해 11월1일 애경유화, 애경화학, AK켐텍을 합병해 애경케미칼을 출범시켰다. 사진=애경그룹 이미지 확대보기
애경그룹은 지난해 11월1일 애경유화, 애경화학, AK켐텍을 합병해 애경케미칼을 출범시켰다. 사진=애경그룹
애경케미칼이 출범 100일 앞두고 호실적을 공개하며 주목받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애경케미칼은 지난해 연결기준 1조5525억원의 매출액에 영업이익 929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70.82%, 61.66%가 늘어난 것. 이에 애경케미칼은 주당 550원의 현금배당도 결정했다.

좋은 실적을 낸 애경케미칼이 배당을 결정하면서 재무위기에 빠진 애경그룹은 일단 한숨 돌린 수 있는 상황을 맞았다. 애경그룹은 항공·유통·화학을 그룹 내 3대 사업축을 삼고 있는데, 이중 항공과 유통부문이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위기를 맞은 상황이다.

특히 유통사업을 총괄하는 에이케이에스앤디(AK S&D)와 항공사업을 맡고 있는 제주항공이 모두 자본잠식인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애경케미칼이 좋은 실적을 바탕으로 현금배당을 결정해 그룹의 자금지원이 절실한 다른 계열사들에게 단비가 되고 있다.

출범 100일 만에 好실적


애경케미칼은 지난해 11월1일 애경유화·AK켐텍·애경화학이 합병한 회사다. 애경그룹은 지난해 8월 이사회를 열고 애경유화를 존속법인으로, 3사를 통합했다. 3사의 연매출액 총합은 1조7000억 원대였다.

합병을 거친 애경케미칼의 최대주주는 기존 AK홀딩스다. 보유지분은 합병 전 49.44%에서 62.23%로 확대됐다. 신임 대표이사에는 애경유화 경영전략 부문과 애경화학 대표를 역임한 표경원 대표가 선임됐다.

애경케미칼은 합병 당시 기존 3사가 가진 화학사업의 인프라와 노하우를 활용해 '글로벌 리딩 케미칼 컴퍼니'가 되겠다고 밝혔다. 오는 2030년까지 매출액 4조원을 달성하고, 영업이익 3000억원이라는 목표도 공개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재무위기를 겪고 있는 유통사업부문과 관련 지난해 AK S&D와 마포애경타운을 합병하려 했지만, 추진과정에서 사업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합병이 무산됏다. 사진=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
2일 재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재무위기를 겪고 있는 유통사업부문과 관련 지난해 AK S&D와 마포애경타운을 합병하려 했지만, 추진과정에서 사업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합병이 무산됏다. 사진=뉴시스


이렇게 출범한 애경케미칼은 출범 100일을 앞두고 지난 1월26일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을 공개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5525억 원, 영업이익은 929억원을 달성했다는 것. 전년 대비 매출액은 70.82%가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도 61.66% 늘었다고 밝혔다.

항공·유통 부문은 이미 자본잠식


애경케미칼이 합병을 통해 업계의 예상을 넘어선 실적을 공개했지만, 애경그룹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은 상태다. 그룹의 3대 사업 축인 항공부문과 유통부문이 자본잠식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생활용품과 화장품사업을 맡고 있는 애경산업은 지난 2019년 7013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2020년에는 5881억 원의 매출액을 내며 실적이 급감했다. 지난해에도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액이 4240억원에 불과해 매출회복이 요원할 것이란 게 금융투자업계의 관측이다.

유통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AK S&D는 이미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2019년 52%의 자본잠식 상태였으며, 2020년에는 68%로 오히려 높아졌다. 부채비율도 2019년 195%에 달했으며, 2020년에는 592%까지 폭증했다.

이에 애경그룹은 AK S&D와 마포애경타운을 합병시키는 결정을 내렸지만, 지난해 11월 25일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중단했다. 합병과정에서 사업성과 관련해 재검토사안이 발생해 합병을 원점부터 재검토하기로 했다는 게 애경그룹 측의 설명이다.

항공사업부문도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지난해 9월 기준 납입자본금은 385억원이지만, 자본총계는 14억원에 불과하다. 자본잠식률이 96.3%에 달할 상태다. 재무상황도 열악하다. 2020년 331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으며, 지난해 3분기까지도 2473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유통·항공·화학을 주요 사업 축으로 삼고 있는 애경그룹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항공과 유통사업부문에서 큰 타격을 받으면서 재무위기 상황을 겪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2일 재계에 따르면 유통·항공·화학을 주요 사업 축으로 삼고 있는 애경그룹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항공과 유통사업부문에서 큰 타격을 받으면서 재무위기 상황을 겪고 있다. 사진=뉴시스


언발에 오줌누기(?)


애경그룹은 그동안 항공과 유통사업 부문의 재무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오너 일가가 보유지분을 담보로 잡고 직접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을 비롯해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 등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약 700억 원대의 채무지급을 보증했다. 또한 AK홀딩스는 제주항공이 추진한 2000억 원대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 보유지분을 담보로 잡고 400억 원을 조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애경그룹은 여전히 재무위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애경케미칼 합병은 애경그룹의 메마른 자금줄에 생명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룹 내에서 유일하게 배당을 유지해온 화학계열사을 통해 배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애경케미칼은 지난달 26일 지난해 매출액과 실적을 공개하면서 현금배당 결정도 같이 공시했다. 주당 550원이 배당을 결정한 것.

이에 따라 애경케미칼의 최대주주인 AK홀딩스는 최대 178억 원 규모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배당금도 애경그룹 재무위기를 해결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규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애경그룹은 현재 화학을 제외한 항공과 유통 부문이 자본잠식에 빠질 정도로 재무상황이 악화돼 있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익성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사업전략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서종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ojy78@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