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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전망대] ②'미 국채 담보 스테이블코인'의 습격…‘통화 주권, 고립과 개방’의 기로에서

사진=구글 제미나이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구글 제미나이가 생성한 이미지
미국의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 통과 이후 ‘미 국채 담보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확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세계 각국(미국 제외)의 대응은 한마디로 “글로벌 금융시장(무역·기관)에서의 편의성은 취하되 자국 내 소매시장(개인 결제) 침투는 철저히 방어한다”는 전략으로 귀결된다.
국가별 경제 체력과 통화 주권의 성격에 따라 대응 방식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유럽연합(EU)은 ‘강력한 견제 속 제한적 허용’, 싱가포르·홍콩 등 금융 허브 국가들은 ‘조건부 완전 개방 및 규제 주도권 확보’, 경제 체질이 허약한 신흥국은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비(非)자국통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전면 금지, 중국은 위안화·달러화 포함 모든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전면 금지하고 ‘디지털 위안화’ 독점 체제 구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격변하는 고래 싸움 속에서 한국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고립을 피하면서 통화 주권을 지킬 수 있을까. 네 가지 시나리오를 통해 한국의 생존 전략을 모색해 본다.

◆ 유럽연합(EU), 비(非)유로화 스테이블코인 ‘일일 결제 건수·금액’ 빗장…유로화 주권 사수
현재 가장 공세적인 방어막을 치고 있는 곳은 EU다. 미 국채 담보 스테이블코인 역시 ‘달러 스테이블코인’ 범주에 속하는 만큼 역내 실물경제 침투를 막기 위해 일찌감치 입법 장치를 마련했다.

미카(MiCA)법의 단계적 실전 배치


EU는 미국의 지니어스법보다 1년 앞선 2024년 가상자산기본법인 미카(MiCA)법을 완성하며 선제적으로 규제 장벽을 만들었다. 우선 1단계(2024년 6월 발효)로 모든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EU 내 법인을 설립하고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특히 법정화폐 연동 스테이블코인(EMT·E-Money Token)은 인가받은 은행이나 전자화폐 발행기관(EMI)만 발행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2단계(2024년 12월 발효)는 그전에 EU 내 국가별 법으로 승인하던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업자(CASP·Crypto-Asset Service Providers) 인가를 EU 단일 면허 체제로 통합하고 투명성 공시를 의무화했다.

3단계(2026년 7월 발효)는 규제의 전면 시행 단계다. 미카법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못한 기업은 EU 역내 영업이 전면 불법화됐다.

서클과 테더의 엇갈린 운명

이 엄격한 장벽 앞에서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공룡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미국 서클(Circle)사는 미카법 요건을 100% 충족하며 USDC와 유로화 연동 스테이블코인(EURC)의 합법적 지위를 획득했다. 반면 “준비금의 60%를 유럽 내 은행에 예치해야 한다”는 조항에 반발한 테더(Tether·USDT)사는 라이선스 신청을 포기하고 EU 시장에서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EU는 통화 주권을 지키기 위해 비(非)유로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결제 및 송금 규모’를 하루 단위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외환시장, 무역 결제, 국경 간 송금 등 대형 기관 간 도매 거래는 물론 역내 소매 결제 시장까지 철저히 통제하는 것이다. 반면 EU 내에서 유로화(EUR)를 비롯한 EU 회원국 법정화폐(파운드 등)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건수와 거래 금액에 대한 한도 제한이 없다.

구체적으로 ‘발행사별 일일 거래 건수 100만 건 또는 거래 금액 2억 유로(약 3000억 원)’를 넘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걸었다. 다만, 가상자산 거래소 내에서 투자·매매(Trading) 거래는 이 한도에서 제외된다. 실제로 유로(EUR)화와 달러뿐만 아니라 다양한 화폐 기반의 EMT 발행사가 승인을 받았지만, 이는 결국 실물경제가 달러에 종속되는 ‘달러화’ 현상을 막기 위한 강력한 브레이크다.

◆ 글로벌 금융허브 국가, 조건부 완전 개방과 ‘규제 주도권’ 확보


싱가포르·홍콩·아랍에미리트(UAE) 등 글로벌 금융허브를 지향하는 국가들은 ‘전면 금지’ 대신 ‘제도권 흡수’를 택했다. 엄격한 자본금 요건과 자산 분리 보관 의무를 충족한다면, 다른 나라 법정화폐 연동 스테이블코인이라도 소매와 기관 거래 모두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글로벌 주요 금융허브 중 가장 선제적인 2023년 하반기에 스테이블코인 규제 최종안을 확정 발표했다.

싱가포르 금융청(MAS)은 G10 통화(달러·유로 등) 및 싱가포르 달러(SGD) 연동 스테이블코인만 제도권 안에서 인정한다. 현재 핀테크 기업 스트레이츠엑스(StraitsX)가 발행한 싱가프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인 ‘XSGD’와 미 달러 연동인 ‘XUSD’ 등이 정식 면허를 받아 유통 중이며, 서클사 역시 싱가포르 법인을 통해 라이선스를 확보했다.

이들의 전략은 문을 열어주되 “우리 영토에서 사업하려면 매달 담보 현황을 우리 당국에 보고하라”며 규제 통제권을 쥐는 것이다. 금융허브로서 경쟁력을 강화하면서도 소비자 피해는 원천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 신흥국의 생존 걸린 ‘빗장’…비(非)자국통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전면 금지

통화 가치가 불안정하거나 인플레이션이 심한 나라, 혹은 자본 유출 통제가 시급한 신흥국들은 달러 등 비(非)자국통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전면 금지하는 추세다. 자국 통화 가치가 폭락할 때 국민들이 각자 재산을 지키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미 국채 담보 스테이블코인 등을 사 모으기 시작하면, 급격한 자본 유출과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해 자국 화폐 경제시스템 자체가 붕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동남아 인도네시아, 남미의 볼리비아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초인플레이션을 겪는 아르헨티나는 이를 사실상 묵인·장려하고 있으며, 브라질은 엄격한 규제하에 허용하는 등 각국이 처한 환경에 따라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 중국의 ‘투트랙’ 전략…본토는 오직 '디지털 위안화'만

미국과 통화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은 본토와 홍콩을 철저히 분리하는 이중 전략을 취하고 있다.

우선 홍콩은 금융허브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당국의 요구 조건을 충족한다면 비(非)자국통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이라도 무역결제(도매)와 소매 결제 모두를 처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었다.

반면 중국 본토는 민간이 발행하는 위안화 코인을 포함해 유로화·달러화 등 모든 스테이블코인의 결제·송금·투자를 전면 금지했다. 통화 발행권은 오직 인민은행(PBOC)만 가져야 한다는 확고한 기조 아래 국가 주도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 위안화(e-CNY)’ 보급에만 역점을 두고 있다. 블록체인을 타고 국경 없이 흐르는 달러화 스테이블코인이 중국의 외환 방화벽을 무력화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을 대하는 세계 각국의 셈법은 저마다 경제적 이해관계와 처한 환경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글로벌 금융 생태계의 거대한 포식자가 될 ‘미 국채 담보 스테이블코인’이 전면 시행되면, 각국은 자국 경제를 지키기 위해 규제와 허용의 수위를 끊임없이 조절하며 수시로 빗장을 여닫을 것이다. 전대미문의 새로운 금융시스템 앞에서 한국 역시 고립되지 않으면서도 통화 주권을 지킬 수 있는 정교한 ‘한국형 서바이벌 가이드라인’을 서둘러 구축해야 할 때다.


황상석 글로벌이코노믹 수석 전문위원 h1234@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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