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KBA와 美 NHTSA, ID.3·ID.4·쿠프라 등 리콜… 북미 이어 유럽까지 사태 확산
셀 내부 '전극 정렬 불량'에 따른 미세 단락 및 화재 위험… 조지아·헝가리 팹 등 공급망 지목
리콜 추정 비용만 최대 8억 유로… 현지 생산라인 램프업(수율 안정화) 품질 관리 난제 부각
셀 내부 '전극 정렬 불량'에 따른 미세 단락 및 화재 위험… 조지아·헝가리 팹 등 공급망 지목
리콜 추정 비용만 최대 8억 유로… 현지 생산라인 램프업(수율 안정화) 품질 관리 난제 부각
이미지 확대보기차량의 충전 한도를 원격 소프트웨어로 80%에 강제 고정하고 차주들에게 화재 예방을 위해 야외 주차를 권고하는 비상조치가 시행된 가운데, 이번 사태는 배터리 제조 결함에 따른 천문학적인 비용 정산 문제와 더불어 글로벌 완성차 및 배터리 업계가 직면한 '해외 현지 공장 램프업(수율 안정화) 품질 리스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11월 2일(현지시각) 중국 2차전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가오공리튬(GGII)에 따르면, 독일 연방자동차교통국(KBA)과 미국 국립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공시 자료를 종합한 결과 폭스바겐은 2022년부터 2025년 사이 생산된 ID.3, ID.4, ID.7, ID.버즈(Buzz)와 산하 브랜드 세아트의 쿠프라 본(Cupra Born) 등 총 7만 2,700여 대에 대해 세 차례에 걸친 리콜을 진행 중이다.
폭스바겐은 내부 품질 검사 결과 일부 고전압 배터리 셀이 엄격한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열 부하 상승과 화재 위험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극 정렬 불량에 리튬 덴드라이트 위험"… 1월 북미 이어 글로벌로 번진 결함
이번 글로벌 리콜 조치는 지난 1월과 9월 미국 NHTSA를 통해 발표된 북미 지역 리콜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NHTSA 공고에 따르면 폭스바겐 미국 법인은 ID.4 모델에서 발생한 고전압 셀 모듈의 결함 원인을 '전극 정렬 불량(Misaligned Electrodes)'으로 공식 규정했다.
셀을 적층하거나 감는 제조 공정에서 양극, 음극, 분리막의 정렬 공차(통상 ±0.1~0.3mm)가 설계 허용치를 벗어나면서, 배터리를 80% 이상 충전할 경우 음극 표면에 국소적 전류 집중이 발생해 리튬 덴드라이트(Dendrite·결정)가 분리막을 뚫고 미세 내부 단락을 일으킬 수 있다는 메커니즘이다.
당시 미국 규제 당국 문서는 해당 결함 모듈의 공급선으로 SK온의 미국 조지아 공장(SK 배터리 아메리카)을 명시한 바 있다.
폭스바겐은 임시 조치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충전 용량(SOC)을 80%로 제한하고, 배터리 자가 방전 진단(SDD) 프로그램을 심어 이상 징후가 감지된 모듈을 딜러망에서 선별 교체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다만 폭스바겐은 이번 유럽 리콜 문서에서는 특정 셀 공급업체명이나 세부 결함 유형을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채 "근본 원인에 대한 정밀조사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대 8억 유로(약 1조 2,000억 원) 청구서… '비용 분담' 뇌관
업계에서는 이번 리콜로 인한 최종 비용 청구서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폭스바겐의 MEB 전용 전기차 플랫폼에 탑재되는 배터리 팩 용량(60~82kWh)과 셀 단가를 감안할 때, 7만 2,700대에 대한 단순 배터리 셀 소재 원가만 3억 5,000만~6억 달러에 달한다.
여기에 서비스센터 정밀 점검 인건비, 모듈 물류 및 교체 비용, 렌터카 대차 지원, 브랜드 이미지 실추에 따른 보상금 등을 합산하면 전체 리콜 비용은 5억~8억 유로(약 7,500억~1조 2,0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완성차와 배터리 제조사 간의 통상적 계약 관행상 명백한 제조 불량에 따른 리콜은 배터리 공급사가 직접적인 자재비와 교체 공임을 부담하고, 완성차가 간접비용을 분담하는 구조다.
그러나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수익성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배터리사 입장에서 이 같은 대규모 우발 채무와 분담금 정산은 향후 현금 흐름에 적지 않은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해외 공장 증설'이 낳은 구조적 성장통… 공정 복제력 시험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개별 기업의 불량을 넘어, 배터리 산업이 글로벌 현지화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마주친 '해외 신규 팹의 품질 제어 난제'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한다.
국내 모공장에서는 숙련된 오퍼레이터, 긴밀한 소재·장비 협력사 인프라를 바탕으로 신속하게 공정 수율을 잡을 수 있지만, 북미와 유럽의 현지 신설 공장은 숙련공 부족, 노사 문화 차이, 촘촘한 현지 규제 등으로 인해 양산 안정화(램프업)까지 통상 2~3년 이상의 지난한 과정이 소요된다.
모공장에서 검증된 높은 공정 정밀도를 해외 공장에서도 오차 없이 동일하게 구현해 내는 '생산 복제 역량'이 배터리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른 셈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들은 "전기차 화재 리스크에 극도로 민감해진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이 향후 장기 공급 계약에서 품질 패널티 조항과 책임 분담 한도를 한층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북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 등 통상 규제에 대응해 현지 공장을 짓는 것 이상으로, 해외 사이트의 공정 균일도와 품질 결함 유출 방지 시스템을 완벽히 정착시키는 것이 배터리 제조사들의 최대 생존 과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