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은 차입비용 넘어 금융시장 유동성 전반 압박
IPO·하이일드채·사모대출까지 얼어붙으면 AI 자금줄 타격
IPO·하이일드채·사모대출까지 얼어붙으면 AI 자금줄 타격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투자 경쟁이 금리 상승에도 좀처럼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융시장 전반의 유동성을 조일 경우 AI 투자 붐 자체를 끝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레그 입 월스트리트저널(WSJ) 수석 경제해설위원은 “금리가 단순히 AI 기업의 차입비용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위험자산 전반의 자금 조달 여건을 악화시켜 AI 투자 열기를 식힐 수 있다”고 20일(현지시각) 분석했다.
입 위원은 현재 상황이 2000년 인터넷 열풍 당시와 닮았다고 지적했다. 당시에도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가운데 인터넷 기업과 투자자들은 벤처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을 이어간 뒤 인터넷 주식 거품은 붕괴했다.
◇ AI 수요는 금리와 무관?…유동성 경로가 변수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은 초지능 경쟁에서 승리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투자수익률이 사실상 무한대에 가까운 만큼 금리가 높아져도 AI와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줄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아놀드벤처스 공동의장 존 아놀드도 높은 금리가 AI 관련 투입재 수요를 줄이지 못하는 대신 기업의 운영비용을 높이고 그중 일부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경우 오히려 물가 안정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입 위원은 이 같은 주장이 “금리의 영향을 기업의 직접적인 차입비용에만 한정해 보는 오류”라고 지적했다.
단기금리는 금융시장의 유동성 비용을 결정하는 기준점 역할을 한다. 연준이 금리를 연속해서 올리면 긴축 효과가 미 국채에서 기업·가계 대출, 주식 등 위험도가 높은 금융자산으로 차례로 확산된다.
특히 차입을 이용해 위험자산을 사들이는 투자자들의 자금 여건이 악화한다. 기업공개(IPO), 하이일드채권, 사모대출, 자산유동화 상품 등에 대한 투자 수요도 줄어들 수 있다.
AI 기업들이 기술 경쟁을 이유로 높은 금리를 감수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하는 자본시장 전체가 위축되면 투자 붐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 입 위원의 분석이다.
◇ 닷컴 붕괴도 연준 긴축 영향…목표는 물가 2%
입 위원은 역사적으로 주요 자산시장 붕괴 과정에서도 연준의 긴축 흔적을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1929년과 1987년 주식시장 폭락, 닷컴버블과 주택시장 붕괴, 1982년과 1997~1998년 신흥시장 위기 등을 사례로 들었다. 금융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투자가 뒤따라 감소하고 경우에 따라 경기침체로 이어지며 결국 물가 상승률도 낮아진다는 것이다.
다만 연준의 목표가 AI 투자 붐 자체를 끝내는 것은 아니라고 입 위원은 강조했다. 연준이 원하는 것은 전체 물가 상승률을 목표치인 2%로 낮추는 것이며 AI와 관련된 물가 압력까지 반드시 같은 수준으로 떨어뜨릴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AI 투자 열기를 뒷받침하는 막대한 유동성을 줄이지 않고서는 전체 물가 상승률을 2%로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경우다.
입 위원은 이런 상황이 온다면 연준에는 AI 붐을 지탱하는 금융시장 유동성을 흡수할 수단이 있으며 이를 사용할 의지도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