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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이티드항공 CEO "부유세 도입하고 상속세 100% 가까이 높여야"

스콧 커비 "부의 불평등이 사회 위협"…전국 단위 부유세 주장
"부자들 다른 주로 이주할 것"…주정부별 과세 방식에 반대
빌 게이츠·워런 버핏 등 부유층 증세 주장과 맥락 같아
지난 6월 7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 연차총회에 참석한 스콧 커비 유나이티드항공 CEO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6월 7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 연차총회에 참석한 스콧 커비 유나이티드항공 CEO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대형 항공사 유나이티드항공의 최고경영자(CEO)가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전국 단위의 부유세를 도입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상속재산에 대한 세율을 100% 가까이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20일(이하 현지시각)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스콧 커비 유나이티드항공 최고경영자(CEO)는 앞서 뉴욕타임스(NYT)가 18일 공개한 인터뷰에서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전국 단위의 부유세를 도입하고 초고액 상속재산에 대한 세율을 100% 가까이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커비 CEO는 "부의 불평등이 우리 사회에 위험이 됐으니 이를 해결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국 단위의 부유세가 필요하다"며 "주별로 시행하면 사람들이 다른 주로 이주할 것이기 때문에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커비 CEO는 이어 "일정 수준에서는 상속세율을 100%에 가깝게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나 역시 그 세금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대표적인 항공사 CEO가 자신의 세금 부담이 늘어날 수 있는 부유층 증세를 공개적으로 주장한 셈이다.

다만 커비 CEO는 부유세를 어느 정도의 자산을 보유한 사람에게 부과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세율을 어느 수준으로 정해야 하는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상속세율을 100% 가까이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재산 규모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부의 불평등이 사회 위협"…기업 CEO 신뢰 문제에 답변


커비 CEO의 발언은 기업 최고경영자들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약화하고 있다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NYT는 커비 CEO에게 기업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커비 CEO는 부의 불평등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특히 그는 부유세를 주정부가 개별적으로 도입하는 방식에는 반대했다.
부유층이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다른 주로 거주지를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연방정부 차원의 전국적인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상속세에 대해서도 초고액 재산에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지지했다.

커비 CEO는 이러한 세제 개편으로 자신에게 추가적인 세금 부담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상을 주장한 미국의 주요 기업인은 커비 CEO가 처음은 아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 등도 부유층의 세금 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게이츠는 지난 2020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시대 변화에 맞춰 조세제도를 다시 개편할 필요가 있다며 자신과 같은 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상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 역시 지난 2019년 자신과 같은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가 교육과 의료서비스 개선,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 상속세 면제 한도 1500만달러…과세 대상 극소수


미국에서는 현재 연방정부 차원의 상속 관련 과세가 시행되고 있지만 과세 대상은 극히 제한적이다.

미국 연방정부는 상속재산을 받는 개인에게 직접 부과하는 상속세를 운영하지 않는다.

대신 사망자가 남긴 재산에 대해 유산세를 부과한다.

일부 주정부에서는 별도의 상속세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미국 연방 유산세의 기본 공제 한도는 1인당 1500만달러(약 199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상속재산은 연방 유산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체 유산 가운데 과세 대상이 될 만큼 규모가 큰 유산은 약 0.2%에 불과하다.

과세 대상에 해당하더라도 공제 한도를 초과한 금액에 대해서만 세금이 부과된다.

커비 CEO가 주장한 100%에 가까운 상속세율은 현재 제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다만 그가 구체적인 과세 기준을 밝히지 않은 만큼 제안이 어느 범위의 부유층에 적용될지는 불분명하다.

◇트럼프 행정부 부유층 감세와 상반된 주장


커비 CEO의 발언은 미국의 부유층 과세 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과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민주당은 초고액 자산가의 미실현 자본이득에 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당시 논의된 방안은 순자산이 최소 10억달러(약 1조3278억원)이거나 3년 연속 연소득이 1억달러(약 1328억원) 이상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

미실현 자본이득은 주식 등 자산의 가치가 상승했지만 실제 매각으로 이익이 확정되지는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평가이익을 뜻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추진한 과세 방안은 입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고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세제 정책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공화당이 통과시킨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는 고소득층의 낮아진 소득세 한계세율을 영구화하는 조항을 비롯해 부유층에 유리한 세제 조치가 포함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주요 항공사의 현직 CEO가 부유세 도입과 상속세 대폭 인상을 공개적으로 주장하면서 부유층의 세금 부담을 둘러싼 논의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항공권 좌석 추가요금은 옹호…가격 인상에 대해서도 답변


한편 커비 CEO는 같은 인터뷰에서 유나이티드항공의 요금 정책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옹호했다.

그는 항공권 가격 상승과 통로석·창가석에 추가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항공권 가격과 관련해서는 "항공기를 운항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또 좌석과 서비스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 정책에 대해서는 "더 많은 돈을 내는 고객은 더 많은 것을 얻는다"고 말했다.

커비 CEO는 부유층에 대한 세금 부담 확대를 주장하면서도 항공사 고객에게는 선택한 서비스에 따라 차등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유나이티드항공 주가는 20일 미국 증시 개장 전 거래에서 0.3% 상승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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