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르담 정유 마진 배럴당 -10.95달러·싱가포르 -4달러 돌파… 유류 완제품 강세에도 '역마진'
VLCC 운임 배럴당 20~40달러로 평년 대비 10배 폭증… 호르무즈 우회로 물류비 '천문학적'
유럽 '단거리 원유' 쏠림에 북해 브렌트 현물 154달러 폭등… 美 정유사만 60달러 마진 독식
VLCC 운임 배럴당 20~40달러로 평년 대비 10배 폭증… 호르무즈 우회로 물류비 '천문학적'
유럽 '단거리 원유' 쏠림에 북해 브렌트 현물 154달러 폭등… 美 정유사만 60달러 마진 독식
이미지 확대보기중동 분쟁 격화와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로 인해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용선료가 배럴당 최대 40달러까지 치솟자, 막대한 운송비용이 정제 마진을 송두리째 갉아먹는 '물류발 역마진' 구조가 고착화된 탓이다.
10월 20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도쿄발 보도에 따르면,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집계 결과 유럽 정유업계의 수익성 기준 지표인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복합 정제 마진은 지난 10월 5일 기준 배럴당 마이너스(-) 10.95달러까지 추락했다.
아시아 시장의 벤치마크인 싱가포르 복합 정제 마진 역시 9월 10일 배럴당 -4달러 밑으로 주저앉으며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했다.
정유 마진은 휘발유·디젤 등 최종 석유 제품 판매 수익에서 원유 도입 단가와 해상 운임 등 조달 비용 일체를 뺀 실질 마진을 뜻한다. 지난 3~4월 이란 전쟁 발발 직후 유가 폭등으로 일시적 역마진을 기록한 이후 여름철 플러스 영역을 회복했으나, 9월부터 촉발된 '해운 대란'이 정유업계의 숨통을 다시 조인 것이다.
VLCC 운임 배럴당 20~40달러… 평년 대비 '10배' 폭증
정유사들을 적자로 몰아넣은 주범은 전례 없는 탱커선 용선료 급등이다.
LSEG 분석에 따르면, 중동에서 아시아 및 유럽으로 향하는 노선과 서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노선의 VLCC 운송 요금은 현재 배럴당 20~40달러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 이는 지정학적 위기 이전 정상 운임(배럴당 2~4달러)과 비교해 무려 10배 이상 폭증한 수준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 선물 시장에서 경유(디젤) 크랙 스프레드는 디젤 품귀 우려 속에 역대 최고치에 근접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서류상 호실적과 달리 유럽과 아시아 정유 현장에서는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비명이 터져 나온다. 제품 판매 가격의 상승 폭보다 원유를 공장까지 실어 나르는 선박 운임 상승 폭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운임 아끼려 '단거리 원유' 쟁탈전… 브렌트유 현물 154달러 폭등
극단적인 물류비 부담에 직면한 유럽 정유업체들은 아프리카나 중동발 원거리 원유 도입을 대거 취소하고, 운항 거리가 짧은 북해산 원유로 급격히 선회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북서유럽 정유사 입장에서 북해 브렌트유는 아프리카나 미주 등 장거리 노선에서 끌어와야 하는 원유 대비 배럴당 10~15달러 이상의 막대한 운송비 절감 우위를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유럽 정유사들이 북해산 원유 확보에 일제히 몰려들면서 정반대의 부작용이 발생했다.
단기 공급이 제한된 상태에서 수요가 폭발하자 10월 초 북해 브렌트 원유의 현물(Spot) 가격은 배럴당 154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는 선물 시장 거래 가격보다 무려 50%나 높은 기형적 프리미엄으로, 운송비를 아끼려던 유럽 정유사들에 또 다른 원가 폭탄으로 돌아왔다.
원유 수입의 대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정유업체들의 타격도 막대하다.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거나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오는 초장거리 우회 항로를 이용하면서 천문학적인 해상 보험료와 유류 할증료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美 정유사만 '파이프라인 안도'… IEA "가동률 감축·공급 긴축 불가피"
반면 해상 운송망과 분리된 북미 정유업계는 나홀로 유례없는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 정유사들은 캐나다 및 멕시코만 연안의 자체 내륙 송유관(파이프라인)을 통해 원유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있어 글로벌 탱커선 운임 폭등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 이에 힘입어 미국 정유사들의 마진은 현재 배럴당 60달러 이상의 기록적인 흑자를 구가하고 있다.
다만 정제된 디젤과 휘발유를 유럽이나 남미 등으로 수출하는 제품 탱커(Clean Tanker) 운임마저 동반 급등하면서, 미국산 석유제품을 해외로 실어 날라 차익을 거두는 글로벌 아비트라지(차익거래) 기회는 점차 위축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신 석유 시장 보고서에서 "해상 운송비 쇼크로 인해 전 세계 정유업체들은 3가지 가혹한 선택지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IEA는 "정유사들은 폭등하는 원료 조달 비용을 감내하며 적자를 보거나, 설비에 맞지 않는 덜 최적화된 저급 원유로 전환해 고부가 제품 수율을 떨어뜨리거나, 아예 정유공장 가동률을 대폭 낮추는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결국 전 세계 석유제품 시장의 공급 긴축을 한층 악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