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년 평균 17.42배의 두 배 넘어…닷컴버블 직전 최고치 44.19배 근접
파월 전 연준 의장 과거 발언 재조명…과거 고평가 국면서 주요 지수 20~89% 하락
파월 전 연준 의장 과거 발언 재조명…과거 고평가 국면서 주요 지수 20~89% 하락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온 가운데 장기 주가평가 지표가 닷컴버블 붕괴 직전 수준에 근접하면서 주가 급락 가능성을 경고하는 분석이 나왔다.
제롬 파월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해 제기했던 주식시장 고평가 우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모틀리풀은 미국 증시의 실러(Shiller)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42배에 접근했다며 과거 고평가 국면 이후 발생했던 주가 급락 사례를 18일(이하 현지시각) 분석했다.
모틀리풀에 따르면 지난 12일 종가 기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실러 PER은 약 42배에 근접했다.
이는 1871년까지 소급한 156년간의 장기 평균인 17.42배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2000년 닷컴버블 붕괴를 약 3개월 앞두고 기록한 사상 최고치 44.19배에도 근접했다.
모틀리풀은 “현재 미국 증시의 가치평가 수준이 역사적으로 매우 높은 단계에 진입했다”며 “과거 사례에 비춰 향후 주가 조정 위험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파월의 과거 경고 재조명…주가 고평가 이례적 언급
모틀리풀은 파월 전 연준 의장이 지난해 9월 미국 증시의 고평가 문제를 직접 언급했던 발언에 주목했다.
파월 당시 의장은 지난해 9월 23일 로드아일랜드주에서 열린 행사에서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 주식 가치평가를 어떻게 반영하는지 묻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연준이 전반적인 금융 여건과 통화정책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고 설명하면서 "여러 기준으로 볼 때 주가는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중앙은행 수장이 주식의 적정 가치에 관해 직접 평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모틀리풀은 파월의 발언을 미국 증시의 과열 가능성에 대한 경고로 해석했다.
파월은 올해 5월 연준 의장직에서 물러났으며 케빈 워시가 후임 의장에 취임했다. 파월은 현재 연준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모틀리풀은 파월이 의장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그의 과거 발언이 높은 주가평가 수준을 둘러싼 논의에서 여전히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과거에도 미국 중앙은행 수장이 주식시장 과열 가능성을 언급한 사례가 있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1996년 12월 미국기업연구소(AEI) 연설에서 당시 주식시장의 과열을 가리켜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인터넷 산업의 성장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리던 시기였다.
그러나 그린스펀의 발언 이후에도 미국 증시의 상승세는 3년 넘게 이어졌으며 닷컴버블은 2000년 3월에야 붕괴하기 시작했다.
모틀리풀은 이 같은 사례가 고평가 경고의 타당성과 실제 주가 조정 시점을 예측하는 문제는 서로 다르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실러 PER 42배 육박…과거 5차례 고평가 뒤 최대 89% 급락
미국 증시의 고평가 수준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는 실러 PER이다.
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CAPE)로도 불리는 이 지표는 최근 10년간의 물가조정 기업이익을 활용해 주가 수준을 평가한다.
일반적인 PER이 최근 12개월의 기업이익을 기준으로 계산되는 것과 달리 장기간의 이익 흐름을 반영한다.
경기침체기에 기업이익이 일시적으로 급감하면서 일반 PER이 크게 왜곡될 수 있는 문제를 줄이기 위한 방식이다.
모틀리풀에 따르면 1988년 경제학자들이 도입한 실러 PER을 1871년 1월까지 소급 적용한 결과 장기 평균은 17.42배로 나타났다.
그러나 올해 10월 12일에는 이 지표가 약 42배에 접근했다.
지난 156년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에 가까워졌으며 닷컴버블 붕괴 직전 기록한 최고치 44.19배와의 격차도 크게 줄었다.
과거 실러 PER이 30배를 넘었던 시기의 주가 흐름도 주목할 만하다.
모틀리풀은 지난 100년간 지속적인 강세장 과정에서 실러 PER이 30배를 넘어선 사례가 현재를 포함해 여섯 차례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를 제외한 과거 다섯 차례 모두 이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S&P500지수 또는 나스닥종합지수가 고점 대비 20~89% 하락하는 국면이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0년 닷컴버블 붕괴다.
당시 고점에서 저점까지 S&P500지수는 약 49%, 나스닥지수는 약 78% 하락했다.
모틀리풀은 "기술혁신이 수년 동안 높은 주가평가 수준을 뒷받침할 수 있지만 장기간 지속되는 고평가 상태는 역사적으로 상당한 조정 위험을 수반했다"고 평가했다.
◇과거 사례가 폭락 시점 알려주지는 않아…장기 투자와 구분 필요
다만 실러 PER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미국 증시가 곧 폭락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모틀리풀도 “실러 PER은 장기적인 주가 조정 위험을 보여주는 데 유용하지만 실제 하락 시점이나 촉발 요인을 예측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의 1996년 경고 이후 미국 증시가 3년 넘게 상승했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과거의 고평가 국면에서도 기술혁신과 기업이익 증가에 대한 기대가 상당 기간 주가 상승을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모틀리풀은 주가평가 지표가 보내는 경고를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단기적인 시장 전망과 장기적인 투자 성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장기간에 걸친 미국 증시의 역사적 수익률도 투자자들이 고려해야 할 변수로 제시했다.
모틀리풀에 따르면 지난 100여년 동안 배당을 포함한 S&P500지수의 연평균 총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20년 연속 보유 구간은 없었다.
이는 과거 주가가 크게 하락한 시기에도 장기적으로 투자한 경우에는 손실을 회복할 기회가 있었다는 의미다.
모틀리풀은 파월 전 의장의 고평가 경고가 현실화해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조정받더라도 장기 투자자에게는 우량기업의 주식을 낮은 가격에 매수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높은 실러 PER과 과거 급락 사례가 향후 주가 하락을 확정적으로 예고하는 것은 아니며 실제 시장의 방향과 조정 시점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모틀리풀은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