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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갈등에도 살길은 해외뿐"… 中 테크 기업, 日 시장 공략 총력전

中 로봇 유니콘 림X 다이내믹스, 이달 도쿄 법인 개소… 휴머노이드 日 데뷔
'네이밍 세탁' 마구·'태국 우회 기지' 첸커 등… 국내 제살깎기(네이쥐안) 탈출 전략
다카이치 정권 '대만 발언' 이후 얼어붙은 관계… 일본 기업들 심사 지연 등 장벽 여전
2026년 10월 13일 일본 치바의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CEATEC 2026' 에서 방문객들이 기술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2026년 10월 13일 일본 치바의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CEATEC 2026' 에서 방문객들이 기술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쿄와 베이징 간 지정학적 충돌로 양국 외교 관계가 극도로 얼어붙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첨단 기술 기업들이 일본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 내수 침체와 과도한 제살깎기식 내부 출혈경쟁(내화·內卷·Involution)을 피해 해외로 활로를 뚫어야 하는 중국 기업들이 브랜드명 세탁, 제3국 우회 생산, 도쿄 현지 법인 설립 등 다양한 전략을 동원해 일본 비즈니스 생태계 침투에 나선 것이다.

10월 17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치바발 르포 보도에 따르면, 도쿄 외곽 마쿠하리 멧세(Makuhari Messe) 컨벤션 센터에서 10월 13일에서 16일까지 열린 아시아 최대 정보기술·전자 전시회 '씨텍(CEATEC) 2026'에는 수많은 중국 테크 기업들이 대거 부스를 차리고 일본 바이어 유치에 열을 올렸다.

선전 '림X' 휴머노이드 日 데뷔… 도쿄 지사 설립해 아시아 공략 전초기지화


전시장 관람객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은 곳은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피지컬(체화) AI 로봇 스타트업 림X 다이내믹스(LimX Dynamics) 부스였다.

최근 2억 달러 규모의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유치하며 누적 4억 달러를 확보한 이 신흥 로봇 강자는 정밀 모션 제어를 통해 춤을 추고 물품을 운반하는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을 일본 무대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뤄제빈 림X 시장개척 책임자는 "도쿄 중심부에 사무실 계약을 마쳤으며 이달 말 공식 일본 지사를 오픈할 예정"이라며 "물리적 로봇은 고객 맞춤형 엔지니어링이 필수적인 만큼 일본 현지에서 직접 고객사를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은 한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하기 위한 최우선 타깃"이라며 "까다로운 일본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다면 다른 글로벌 시장에서도 강력한 평판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색 지우고, 동남아로 우회하고"… 필사적인 '디커플링 우회'

지난해 취임한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국회 내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양국 관계는 벼랑 끝으로 치달았다.

중국은 일본 직항편 취소, 희토류 수출 통제, 일본 주요 기업 블랙리스트 지정과 함께 다카이치 정권을 '신군국주의'로 규정하며 외교적 제재를 가해왔다.

이 같은 냉각 기류 속에서 전시회에 참가한 중국 기업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리스크 지우기'에 골몰했다.

선전의 모바일 액세서리 스타트업 선전 마구 테크놀로지(Shenzhen Magoo Technology)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따온 서구풍 브랜드 '아울루마(Auluma)'를 전면에 내세웠다.
부스 어디에도 중국 본토 기업임을 명시하지 않은 이 회사는 이미 도쿄의 대형 전자 양판점 4곳에 입점하는 데 성공했으며, 내년 일본 법인 설립을 앞두고 있다.

단춘후이 해외영업 매니저는 "일본 소비자들이 서구식 브랜드명 덕분에 중국산으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정밀 전자부품(인덕터) 제조사인 선전 첸커 테크놀로지(Shenzhen Qianke Technology)는 공급망 우회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해외영업 총괄 차이샹린(케빈 차이) 이사는 "일본 바이어들이 중국 광시 본토 공장에서 제품을 직접 수입하는 것을 꺼리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 태국 사뭇프라칸에 신규 생산 공장을 완공했다"며 "중국 리스크를 우려하는 고객사에는 태국 법인을 통한 직거래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전·완구 부품을 생산하는 가이드 그룹(Guide Group)의 류쥔구이 사장은 일본 비중을 전체 매출의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중국 내 극심한 출혈경쟁(내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본 시장 공략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20년간 대미 수출에 의존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으로 타격을 입은 둥관 Y-스타 정밀제조 역시 일본을 새로운 생존 돌파구로 낙점했다.

韓·美 규제 보조 맞추는 日… "느려지는 테스트" 현지 높은 벽도


하지만 현장의 모든 중국 기업이 장밋빛 전망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일본 산업계가 대미 관계와 경제안보 법안을 의식해 중국산 첨단 하드웨어 채택에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용 드론 배터리를 출품한 선전 그레포우 배터리(Shenzhen Grepow Battery)의 궈진후이 글로벌 사업개발 매니저는 "도쿄와 베이징의 외교적 냉각기가 초래한 한기가 현장에서 분명히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그는 "일본 고객사들이 납품 테스트를 진행하면서도 최종 채택 여부나 피드백 일정을 기약 없이 미루는 등 의사결정이 눈에 띄게 느려지고 있다"며 "단기적 전시회 참가를 넘어 긴 호흡의 인내심이 필요한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테크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국가 간 갈등을 뛰어넘어 일본 시장에 필사적으로 진입하려 하고 있으나, 일본 정부의 대중 공급망 디리스킹(위험 완화) 기조와 맞물리며 진입 장벽의 두께는 한층 두꺼워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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