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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시코, 코카콜라에 밀려 사업 분리 압박…월가 "작은 처방으론 부족"

WSJ "병입사업 독립·음료사업 분사 검토해야"…투자자들 근본적 개혁 요구
단백질 음료 판매 코카콜라 78% 증가·펩시 16% 감소…인수 브랜드도 부진
지난 2017년 2월 1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한 슈퍼마켓에 펩시 음료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7년 2월 1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한 슈퍼마켓에 펩시 음료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로이터

세계적인 식품·음료업체 펩시코가 북미 사업의 장기 부진으로 투자자들의 압박을 받는 가운데 병입사업 분리와 음료사업 매각·분사 등 근본적인 구조개편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격 인하와 신제품 출시, 마케팅 확대 등 기존의 개선책으로는 코카콜라와 벌어진 경쟁력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성장성이 높은 단백질 음료 시장에서도 코카콜라가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는 반면 펩시코는 판매 감소를 겪고 있어 사업 구조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펩시코가 부분적인 사업 개선을 넘어 병입사업 독립과 음료사업 분리 등 과감한 선택에 나서야 한다고 17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WSJ는 “펩시코 경영진이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더 이상 소규모 개선책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가 고점 대비 3분의 1 하락…코카콜라와 가치 격차 확대

한때 펩시코는 안정적인 브랜드와 꾸준한 이익 성장, 지속적인 주주환원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는 대표적인 소비재 기업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평가가 흔들리고 있다.

펩시코 주가는 2023년 고점에서 약 3분의 1 하락했으며 코카콜라와 비교한 주식 가치의 할인 폭은 25년여 만에 가장 큰 수준으로 확대됐다.

행동주의 투자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지난해 펩시코에 40억달러(약 5조3500억원)를 투자하고 북미 스낵·음료사업의 효율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까지 뚜렷한 경영 회복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2018년부터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2019년 이사회 의장까지 겸임해 온 라몬 라구아르타의 지도력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의문도 커지고 있다.

펩시코는 올해 북미 스낵사업을 되살리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신제품 출시와 마케팅을 확대했다.

그 결과 최근 분기 판매량은 소폭 증가했지만 해당 사업부 영업이익은 13% 감소했다.

더욱이 펩시코는 일부 제품 가격을 다시 올릴 계획이다.

가격 인하로 판매량을 늘리는 전략이 수익성 악화라는 부담을 가져오면서 다시 가격 조정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음료사업의 사정은 더 좋지 않다. 최근 분기 음료 판매량은 2% 감소했다.

라구아르타 CEO는 이달 실적 발표에서 "우리는 청량음료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하지 못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해외사업의 견조한 실적이 북미 부진을 일부 상쇄했지만 펩시코는 올해 들어 두 번째로 이익 전망을 낮췄다.

◇단백질 음료 경쟁서도 밀려…코카콜라 78% 성장·펩시 16% 감소

WSJ가 특히 주목한 것은 성장성이 높은 음료 분야에서도 펩시코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서카나 자료를 분석한 에버코어ISI에 따르면 코카콜라의 단백질 음료 브랜드 페어라이프는 전년 대비 판매가 78% 증가했다.

반면 펩시코의 경쟁 브랜드 머슬밀크는 같은 기간 판매가 16% 감소했다.

시장점유율에서도 격차가 크다.

코카콜라는 단백질 음료 시장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지만 펩시코의 점유율은 3%에 그쳤다.

이는 두 기업의 경쟁력 격차가 전통적인 탄산음료를 넘어 새로운 성장 분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WSJ는 분석했다.

펩시코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기대했던 브랜드 인수도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펩시코는 장 건강을 강조하는 프리바이오틱 탄산음료 브랜드 팝피를 약 20억달러(약 2조68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당시 펩시코는 팝피가 일정한 실적 목표를 달성하면 매도자들에게 최대 3억달러(약 4013억원)의 추가 대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재 펩시코는 이 가운데 거의 아무것도 지급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수 당시 설정한 성과 목표에 실적이 크게 못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WSJ는 이러한 사례들이 펩시코의 문제가 일부 주력 제품의 판매 부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병입사업 떼어내야"…코카콜라와 다른 사업 구조

WSJ가 제시한 핵심적인 구조개편 방안은 펩시코의 병입사업을 독립시키는 것이다.

코카콜라는 과거 직접 운영하던 병입·유통사업을 독립적인 사업자들에게 넘기면서 본사는 브랜드 육성과 제품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반면 펩시코는 여전히 광범위한 사업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미국 스낵사업인 프리토레이와 자체 트럭·창고를 갖춘 음료 유통사업, 빠르게 성장하는 해외사업을 모두 관리해야 한다.

WSJ는 이러한 복잡한 사업 구조가 경영진의 역량을 분산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펩시코는 오랫동안 스낵과 음료를 한 회사에서 운영해야 두 사업의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WSJ는 최근 실적이 이러한 논리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펩시코 경영진은 일부 지역의 병입사업을 외부 사업자에게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스낵과 음료의 배송망을 통합하는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사업 일부를 분리하는 방안을 살펴보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기존 사업의 통합을 강화하는 셈이다.

WSJ는 이처럼 서로 다른 방향의 조치들이 투자자들에게 명확한 구조개편 전략을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음료사업 매각·분사까지 거론…큐리그 닥터페퍼와 결합 가능성

구조개편의 대상은 병입사업에만 그치지 않는다.

WSJ는 펩시코의 북미 퀘이커 사업 매각도 하나의 선택지로 제시했다.

퀘이커 사업의 판매량 감소가 스낵사업의 소폭 개선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미국 음료사업을 어떻게 재편할 것인가에 있다.

펩시코는 마운틴듀와 게토레이 등 강력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지만 음료사업에 집중하는 코카콜라에 경쟁력이 밀리고 있다.

WSJ는 미국 병입사업을 독립시키는 방안뿐 아니라 음료사업 전체를 매각하거나 별도 회사로 분사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더 나아가 펩시코의 음료사업을 향후 독립할 예정인 큐리그 닥터페퍼의 탄산음료 사업과 결합하는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다만 이러한 방안은 WSJ가 거론한 잠재적인 선택지로 실제 거래나 분사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사업 분리에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문제도 있다.

코카콜라는 충분한 자본력을 가진 대형 병입업체들에 유통망을 넘길 수 있었지만 펩시코 주변에는 이와 같은 규모를 갖춘 독립 사업자가 많지 않다.

코카콜라 역시 북미 병입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수년간 수익성 악화를 감수해야 했다.

WSJ는 구조개편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은 아니며 대형 식품업체들의 사업 분리 성공 사례도 일관되지 않다고 지적했다.

◇펩시코 PER 14배·몬델리즈 19배…분리 시 가치 재평가 가능성

WSJ는 사업 분리가 펩시코의 기업가치 평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펩시코 주식은 예상 이익 대비 약 14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반면 오레오와 캐드버리 등을 보유한 글로벌 식품기업 몬델리즈는 예상 이익의 약 19배 수준에서 거래된다.

펩시코가 음료사업을 분리하고 프리토레이와 해외 식품사업을 중심으로 독립적인 스낵기업을 구성할 경우 사업 구조가 몬델리즈와 비슷해질 수 있다.

이러한 기업은 기존의 복합 식품·음료업체와 다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물론 사업 분리만으로 펩시코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몬델리즈 수준으로 상승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기업 구조를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브랜드 경쟁력 회복 여부도 중요한 변수다.

월가에서는 경영진의 개선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바클레이스의 로런 리버먼 애널리스트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경영진의 계획이 지나치게 전술적인 조치에 머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제프리스의 카우밀 가즈라왈라 애널리스트는 가격 전략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구했다.

TD코웬의 로버트 모스코 애널리스트도 주요 전략적 과제에 대한 진전이 느리고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앱터스캐피털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드 와그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현상 유지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라구아르타 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모든 선택지를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WSJ는 투자자들이 이제 경영진의 개혁 의지에 대한 설명보다 실제로 어떤 사업을 분리하고 어떤 분야에 집중할지에 관한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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