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머스크의 로드스터 시연, 서방 자동차산업 전략 변화 상징"
중국산 전기차 생산비 유럽보다 약 1500만원 낮아…포르쉐도 고급화 추진
중국산 전기차 생산비 유럽보다 약 1500만원 낮아…포르쉐도 고급화 추진
이미지 확대보기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공중으로 뛰어오르고 거꾸로 매달리는 신형 전기 스포츠카 로드스터를 공개해 큰 화제를 낳고 있으나 이 화려한 기술 시연이 오히려 서방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드러낸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저렴한 생산비와 막대한 생산능력을 앞세워 세계 대중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자 테슬라를 비롯한 서방 업체들이 고가 차량과 특수 기술로 차별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머스크 CEO가 신형 로드스터를 테슬라의 마지막 인간 운전용 신차로 규정하고 로봇과 자율주행 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기존 자동차 제조업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적 변화를 상징한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슬라의 비행 로드스터 공개는 단순한 기술 과시를 넘어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부상이 서방 자동차산업에 미치는 압박을 드러냈다고 17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WSJ는 “머스크가 대중적인 운전자용 자동차 개발에서 사실상 물러나면서 그 시장을 중국 업체들에 내주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 공중제비 도는 로드스터…2028년 양산 가능성은 불확실
앞서 테슬라는 지난 15일 미국 텍사스주 웨이코 인근 로켓 시설에서 차세대 로드스터를 공개했다. 신형 로드스터는 전투기와 고성능 스포츠카를 결합한 듯한 디자인으로 등장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일반 자동차에서 보기 어려운 움직임이었다.
이날 행사에 등장한 신형 로드스터는 흡착 장치를 이용해 지상 약 21m 높이에서 거꾸로 매달리는 모습을 보였다.
또 냉가스 추진기를 이용해 다른 차량들이 늘어선 구간을 공중으로 뛰어넘고 비행 도중 차체를 한 바퀴 회전시키는 시연도 선보였다.
머스크는 이번 행사에서 미래형 스포츠카의 기술적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WSJ는 “이러한 기능을 모두 갖춘 로드스터가 테슬라가 제시한 2028년에 실제 양산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테슬라는 지난 2017년에도 차세대 로드스터를 처음 공개하면서 2020년부터 고객에게 인도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키지 못한 바 있다. 차세대 로드스터 출시 일정은 여러 차례 연기됐다.
당시 예약을 원하는 고객들은 5만달러(약 6690만원)의 계약금을 내야 했다.
WSJ는 이번 로드스터 역시 대규모 판매를 기대하는 제품이라기보다 머스크가 구상하는 테슬라의 미래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상징적인 차량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 "중국산 전기차 생산비 1500만원 낮아"…서방 대중차 시장 압박
WSJ가 이번 로드스터 공개에서 주목한 것은 중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이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대규모 생산체제와 비용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럽 자동차시장에서 기존 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자동차산업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생산한 전기차는 유럽에서 생산한 동급 차량보다 제조비용이 약 1만1000달러(약 1472만원) 낮다.
WSJ는 “이같은 비용 격차가 서방 자동차업체들이 중국 기업들과 대중차 시장에서 정면으로 경쟁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열린 파리모터쇼에서는 중국 자동차 브랜드들이 대거 등장했다.
WSJ는 행사장의 분위기가 중국 상하이나 베이징에서 열리는 자동차 전시회와 비슷해 보일 정도였다고 평가했다.
중국 업체들의 유럽 진출은 오랫동안 시장을 지배해 온 기존 자동차업체들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중국산 차량과의 직접적인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보호받고 있지만 신차 개발에서는 뚜렷한 활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WSJ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업계의 신차 출시 속도는 적어도 1970년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 중국 정부 지원에 생산 경쟁력 강화…서방은 고급화 압박
중국 자동차업계의 성장은 정부 지원과 대규모 투자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자동차시장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자동차산업 컨설턴트 마이클 던은 중국 기업들이 저금리 대출과 저렴한 토지, 에너지 공급, 인력 양성 등의 지원을 받으며 생산 경쟁력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대규모 제조업이 자동차 생산비를 낮추면서 서방 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던은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자동차를 범용 제품으로 만들고 비용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서방 업체들은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이동하거나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방 자동차업체들이 미래에는 틈새시장 중심의 기업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WSJ는 중국이 전기차 산업을 국가적 목표로 육성한 배경에는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민간과 군사 분야에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산업기술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분석했다.
전기차 개발 과정에서 축적되는 전자장치와 배터리 기술이 방위산업 분야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 자동차업계가 생산 규모와 기술력을 동시에 확보하면서 서방 업체들이 기존의 대량생산 전략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 포르쉐도 고가 스포츠카 강화…서방 자동차업체 전략 변화
WSJ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대응하는 움직임은 테슬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독일 스포츠카 제조업체 포르쉐도 이달 초 고가 차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포르쉐는 중국 시장에서 판매가 크게 감소하자 판매량 확대보다는 고가 차량을 통한 수익성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다.
포르쉐는 15일 새로운 미드십 슈퍼카인 미션 S도 공개했다.
WSJ는 포르쉐의 이러한 움직임이 중국 업체들과 가격 경쟁을 벌이기보다 고급 스포츠카 시장에서 차별화하려는 전략을 나타낸다고 평가했다.
다만 WSJ는 포르쉐의 신차 공개조차 테슬라 로드스터의 공중 시연에 가려졌다고 전했다.
테슬라는 냉가스 추진기와 공중 회전이라는 극적인 기술을 내세웠지만 포르쉐는 기존 스포츠카의 고급화라는 방향을 선택했다.
두 회사의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중국 자동차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제품을 강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분석이다.
◇ 머스크, 대중차 대신 로봇·자율주행…테슬라 정체성 변화
머스크가 로드스터를 통해 보여주려는 미래는 단순히 고가 스포츠카 시장을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로드스터가 테슬라가 인간 운전자를 위해 내놓는 마지막 신차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슬라의 향후 사업 중심을 자율주행차와 로봇으로 이동시키겠다는 의미다.
WSJ는 머스크가 로드스터의 판매를 통해 테슬라의 미래를 책임지려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이번 차량은 회사의 기술적 역량을 과시하고 로봇 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투자자와 소비자들의 기대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2024년 초 중국 자동차업체들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기업들로 평가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무역장벽이 없다면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 대부분을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로 경쟁력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테슬라는 인간 운전자를 위한 신차 개발보다 물리적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기술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운전대를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자동차와 달리 무인 운행을 전제로 개발한 사이버캡이다.
테슬라는 최근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운영하는 사이버캡이 첫 한 달 동안 300대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는 머스크가 장기적으로 제시한 연간 생산 목표 200만대 이상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 로드스터의 진짜 의미는 비행 기술보다 산업 경쟁 구도
WSJ는 신형 로드스터의 비행 기능이 실제 양산 차량에 적용될 수 있는지보다 머스크가 왜 이러한 자동차를 공개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테슬라는 과거 저렴하고 대중적인 전기차를 통해 자동차산업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모델 3가 대표적인 사례였다.
그러나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테슬라의 성공에서 영향을 받아 자체 전기차 산업을 키우면서 세계 자동차시장의 경쟁 구도가 달라졌다.
이제 중국은 낮은 제조비용과 대규모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대중차 시장에서 서방 자동차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는 로봇과 자율주행으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으며 포르쉐 등 다른 서방 업체들은 고급차 시장의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WSJ는 이번 로드스터 공개가 머스크의 기술적 상상력을 다시 보여준 행사인 동시에 중국 자동차산업의 부상이 서방 업체들의 미래 전략을 얼마나 크게 바꿔놓고 있는지 드러낸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비행 로드스터가 실제 도로를 달릴 수 있을지와 별개로 세계 자동차산업의 경쟁은 이미 가격과 생산 규모, 기술 차별화를 중심으로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