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미 해군, 함대지·잠대지 '벙커버스터' 확보 착수… 폭격기 진입 한계 돌파 포석

1600km 사거리 2단계 복합 탄두 도입 추진… 적 방공망 밖 원거리 타격 자산 확보
2027년 목표로 35기 개조 예산 편성… 이란전에서 드러난 지하 요새 관통 한계 대응
적 지하 거점 타격용 분석 제기… 아음속 요격 취약성과 재고 소진이 실질적 제약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인 USS 차피함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사진=미 해군이미지 확대보기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인 USS 차피함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사진=미 해군
미 해군이 유인 항공기를 적 방공망 안으로 투입하지 않고 1600km 밖 지하 요새를 파괴하기 위해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에 벙커 파괴용 탄두를 장착하는 개량형 초기 생산에 들어갔다는 것이 알려졌다.
홍콩 안보 전문 매체 아시아타임즈는 10월 15일(현지시각) 미 해군항공체계사령부가 방산기업 레이시온과 복합 관통 탄두 양산을 위한 사전 협의 공고를 냈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는 미사일이 두 단계로 작동해 먼저 단단한 방호벽을 뚫고 들어간 뒤 내부에서 폭발하는 방식으로, 강화 콘크리트 벙커와 지하 미사일 격납고를 무력화하려는 목적이다.

이란전 교훈과 해상 발사 플랫폼 채택


벙커 버스터 개발은 올해 2월 '에픽 퓨리' 작전 당시 이란 지하 군사시설에 대한 기존 무기의 타격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가능성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과 이스라엘군의 공습 이후에도 이란군은 파묻힌 벙커를 굴착해 이동식 발사대 상당수를 지켜내고 미사일 발사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항공기가 적 방공망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도 원거리에서 지하 표적을 파괴할 수단이 필요해졌다.

미국은 폭격기 투하용 관통 폭탄을 보유하고 있으나 적의 촘촘한 대공망 탓에 대형 폭격기 접근이 어려워졌다. 바다 건너편 원거리 작전 특성상 동맹국 영토가 필요한 지대지 탄도미사일 대신, 공해상을 자유롭게 오가며 접근할 수 있는 해군 구축함과 잠수함이 발사 플랫폼으로 채택됐다. 적 방공망 사거리 밖 해상에서 은밀히 지하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함대지·잠대지 순항 미사일로 눈을 돌린 이유다.

미 해군은 레이시온과 2단계 복합 탄두 개발 및 초기 생산 절차를 밟고 있다. 사업은 정밀 타격 미사일 체계를 총괄하는 파투센트 리버 사무소가 주관한다. 계약 금액과 납품 물량은 비공개 상태이나, 최근 예산안에는 2027년 초기 작전 운용을 목표로 기존 미사일 35기를 개조하는 자금이 반영됐다.

적 지하 거점 요새망과 아음속 비행 한계


아시아타임즈는 이번 전력 보강이 요새화된 적의 지하 미사일 기지를 겨냥한 조치라고 전했다. 가상 적국들이 전진 배치 자산을 산악 터널망에 분산 은폐하고 지휘부와 광섬유망으로 연결해 신속한 사격 후 이동 방식을 취하고 있어, 지상 발사대 추적을 넘어 지하 거점 자체를 타격할 수단이 필요해졌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아음속 순항 미사일인 토마호크가 현대식 대공망을 뚫을 수 있을지는 숙제로 꼽힌다. 2026년 7월 우크라이나 매체 밀리타르니는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러시아의 아음속 순항 미사일 Kh-101 33발 중 31발과 칼리브르 6발 전량을 요격했다고 전했다. 비행 계획과 유도 기술이 앞서더라도 저속 순항 미사일 고유의 요격 취약성은 남는다.

빠른 재고 소진과 생산 지연도 제약 요인이다. 미군은 2026년 2월 작전 이전 보유한 토마호크 약 3100발 중 4월까지 1000발 이상을 썼으며, 발당 재조달 비용 260만 달러(약 35억 90만 원)에 조달 기간은 최대 47개월이 걸린다는 추정이 나온다. 적의 레이더 교란과 함정 생존성 문제도 함께 거론된다.

실전 배치 선결 조건과 전력화 전망


관통형 토마호크가 실제 전장에서 위력을 발휘하려면 탄두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방위산업의 생산 능력 확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적의 선제공격에 맞서 바다 위 발사 플랫폼을 방어하는 체계와 복잡한 유도망을 보호할 보안 대책도 함께 요구된다.

재래식 관통 공격이 자칫 전략적 핵 대응을 부르지 않도록 명확한 확전 방지 장치를 갖추는 작업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미국이 핵탄두 탑재 해상 발사 순항 미사일을 함께 개발하고 있어 외형이 유사한 재래식 미사일 발사가 상대국에 핵 공격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편 견고한 지하 군사시설을 무력화해야 하는 전장 환경은 한국 안보에도 공통된 과제다. 다만 광대한 해상을 거쳐야 하는 미국이 함정과 잠수함용 원거리 순항미사일을 선택한 것과 달리, 육지 전선이 맞닿은 한국은 지상 발사대에서 쏘아 올리는 현무 초중량 탄도미사일 중심의 독자적인 타격 체계를 구축하고 있어 지리적 환경에 따른 전력 운용 방식의 뚜렷한 차이를 보여준다.


최삼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syis@naver.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