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엔비디아 AI칩 중국 우회유입…유통망 실사 도마

미 당국 “11만5000개 이상 유입” 판단…엔비디아 “전체의 0.5% 미만”
엔비디아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엔비디아 로고. 사진=로이터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에도 엔비디아의 첨단 인공지능(AI) 칩이 동남아시아와 대만, 일본 등을 거쳐 중국으로 유입된 사건이 잇따라 적발되면서 엔비디아의 글로벌 유통망 관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으로 향한 엔비디아 AI칩 밀수 사건에 대한 미국과 아시아 각국의 수사가 확대되면서 엔비디아와 서버 제조업체들의 고객 실사 체계에 허점이 있었는지를 둘러싼 당국의 조사와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미국의 수출통제를 위반하거나 밀수를 고의로 도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지 않으며 관련 법규를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 당국자들과 업계 전문가들은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으로 향한 대규모 칩 주문 가운데 최종 사용자가 누구인지 충분히 확인했는지를 문제 삼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들 국가는 중국 기업에 원격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합법적인 데이터센터의 거점인 동시에 일부 밀수 사건에서는 중국으로 제품을 돌리는 경유지로 지목됐다.

◇미 당국 “11만5000개 넘는 제한 칩 중국 유입”

미국은 2022년 중국이 첨단 AI 반도체를 군사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이유로 엔비디아와 AMD의 고성능 AI칩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후 미국의 통제를 우회하는 광범위한 유통망이 형성됐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중국 서부 지역에 미국의 수출 제한 대상인 엔비디아 프로세서 11만5000개를 설치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수십 곳이 건설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엔비디아와 여러 당국자는 미국의 수출통제를 고려할 때 이 계획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하지만 블룸버그가 취재한 미국 당국자들은 최근 공개된 기소 사건 등을 토대로 중국에 이보다 많은 규모의 컴퓨팅 자원이 밀반입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AI 산업 분석업체 세미애널리시스도 공급망과 생산·설치 자료를 비교한 결과 수십만개의 AI칩이 통제를 피해 유입된 것으로 추산했다.

엔비디아는 이에 대해 미국 검찰이 문제 삼은 우회 유출량은 자사 제품 전체의 0.5%에도 미치지 않는다며 규모가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엔비디아는 중국 반도체업체들이 올해 약 200만개의 프로세서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과 비교하면 적발된 우회 물량은 미미하다고 밝혔다.

◇130대 서버 주문…74대 중국행 뒤 56대 압수

엔비디아의 복잡한 유통구조가 밀수 브로커에게 틈을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엔비디아는 일반적으로 최종 사용자에게 칩을 직접 판매하기보다 델테크놀로지스, 슈퍼마이크로컴퓨터 등 서버업체에 공급하고 이들이 칩을 서버에 탑재한 뒤 제3자 유통업체를 거쳐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대만 인프라업체 플라잉타이거는 지난해 말 엔비디아의 첨단 블랙웰 칩이 들어간 슈퍼마이크로 서버 130대를 주문했다.

당초 대만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할 목적이라고 신고했지만 현지 검찰은 플라잉타이거 관계자들이 엔비디아, 슈퍼마이크로, 현지 데이터센터 직원들과 공모해 서버를 중국으로 빼돌리려 했다고 보고 있다.

이 가운데 74대가 주로 일본과 인도네시아를 거쳐 반출됐고 대만 당국은 지난 5월 나머지 56대를 압수했다.

관련 엔비디아 직원도 사건의 핵심 인물로 의심받아 체포됐다. 사건은 현재 재판 절차를 앞두고 있다.

엔비디아는 플라잉타이거의 사업 확장 계획 자체를 곧바로 의심해야 할 징후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25억달러 서버 거래에도 가짜 임대계약

미국 검찰이 지난 3월 기소한 슈퍼마이크로 공동창업자 이시얀 ‘월리’ 랴오 관련 사건에서는 거래 규모가 더 컸다.

기소장에 따르면 랴오와 공범들은 총 25억달러(약 3조4110억원) 규모의 하드웨어를 동남아시아 업체에 판매했고 이 업체가 중국 고객에게 제품을 전달하는 과정을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블룸버그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이 중간업체가 태국 방콕의 디지털 인프라 업체 오본(OBON)이었다고 전했다.

미 당국은 오본이 구매한 서버를 실제 운영하려면 100메가와트(MW)가 넘는 데이터센터 용량이 필요했지만 당시 확보한 시설은 이에 크게 못 미쳤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오본이 제시한 건물 임대계약 일부가 허위였으며 하드웨어 대부분이 중국으로 향했다고 주장했다.

슈퍼마이크로는 랴오가 주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계획을 알지 못했다고 밝혔으며 랴오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싱가포르·태국까지 이어진 우회 경로

다른 사건에서도 엔비디아의 공식 파트너가 등장했다.

싱가포르 검찰은 지난 7월 동남아시아에서 엔비디아의 공식 클라우드 파트너 가운데 하나였던 아페리아그룹 CEO의 밀수 사건과 관련해 4000만달러(약 546억원) 상당의 저택을 압수했다.

엔비디아는 해당 CEO가 체포될 당시 아페리아가 이미 활성 고객사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아페리아는 혐의를 부인하고 당국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

또 미국 정부는 지난해 밀수 우려를 이유로 아시아 데이터센터 사업자 메가스피드에 대한 감사를 엔비디아에 요구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메가스피드가 수입한 칩 가운데 엔비디아가 현장에서 확인한 것보다 5만개 많은 물량이 존재하는 등 큰 차이가 발견됐다.

엔비디아는 이후 추가 창고를 조사한 뒤 칩의 ‘상당 부분’을 확인했다고 밝혔으며 미국 정부에 거래 중단 필요 여부도 문의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고객 명단 줄이고 추적 장치 강화

밀수 사건이 이어지면서 엔비디아와 서버 제조업체들도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서버 제조업체들은 현장 방문과 하드웨어 위치 확인을 위한 고객 신고 절차 등을 확대했다.

엔비디아도 고객이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 추적 기능을 도입하고 있으며 AI칩 구매를 사전 승인받을 수 있는 아시아 기업 내부 명단도 축소했다.

다만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여전히 감시 사각지대가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해외 단속 인력이 부족해 적발하지 못한 사건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을 의회에 밝힌 바 있다.

엔비디아는 중국 AI 기업들이 화웨이 등 자국산 가속기 사용을 확대하고 있어 밀수 제품을 구할 유인이 줄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중국의 AI 생태계가 여전히 미국산 첨단 하드웨어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으며 수출통제와 우회 유통을 둘러싼 공방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