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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댄 설리번(Sullivan) ... 알래스카 LNG "500억 달러 청구서"

댄 설리반 미국 상원 의원/사진=미국 의회  이미지 확대보기
댄 설리반 미국 상원 의원/사진=미국 의회
[김대호 칼럼] 알래스카 LNG와 댄 설리번: 트럼프의 '500억 달러 청구서'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에 한국을 직접 끌어들였다. 한국으로부터 500억 달러(약 65조~70조 원) 안팎의 막대한 투자와 장기 구매를 유치해 멈춰 서 있던 알래스카 가스전과 배관망을 본격 가동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 산업계와 관가로서는 당혹스러운 '날벼락'에 가깝다. 미국 본토 에너지 기업들조차 채산성을 이유로 망설이던 북극권 초대형 인프라 사업에 한국 자본을 정조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거대한 지정학적·경제적 거래의 한가운데에 바로 알래스카주를 대표하는 공화당 중진 상원의원, 댄 설리번(Dan Sullivan)이 서 있다. 트럼프의 이번 '한국 끼워 넣기'는 표면적으로는 한·미 경제 협력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설리번의 지역구 숙원과 정치적 입지를 세워주기 위한 고도의 정치 역학에서 출발했다.

배후의 전략가: 댄 설리번은 누구인가
댄 설리번은 미국 상원 내에서도 손꼽히는 법률·안보·에너지 복합 전문가다. 오하이오의 명망 있는 기업가 가문 출신인 그는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거쳐 조지타운대에서 법학전문대학원(J.D.)과 외교학 석사(MSFS)를 마쳤다. 미 해병대 보병 장교로 임관해 수십 년간 복무(예비역 대령)하며 현장 안보 감각을 다졌고,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장과 국무부 경제·에너지 담당 차관보를 역임하며 글로벌 자원 통상과 국가 안보의 결합 메커니즘을 꿰뚫었다.

이후 알래스카로 건너가 주 법무장관과 천연자원부 장관을 지내며 '알래스카 자원 개발'을 자신의 평생 정치 과업으로 설정했다. 2014년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후 상원 군사위원회와 상무위원회 핵심 멤버로 활약해 온 그는 공화당 내 대중·대러 강경파이자 자원 안보의 선봉장이다.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상원 내 입법 지원과 주요 공직 인준을 원활히 끌어가기 위해 반드시 붙잡아야 할 핵심 축이며, 설리번의 최대 정치적 치적이 바로 440억~500억 달러 규모의 '알래스카 LNG'를 살려내는 일이다.

알래스카 LNG의 실체와 설리번의 최대 수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북부 노스 슬로프(North Slope) 프루도베이 유전의 천연가스를 약 800마일(1,300km)에 달하는 가스관을 통해 남부 케나이 반도의 니키스키(Nikiski)까지 끌어온 뒤, 대형 액화 기지를 거쳐 아시아·태평양으로 수출하는 사업이다.
설리번 의원은 연방 대출 보증을 확보하고 환경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주도하며 제도적 기반을 닦았으나, 사업을 착공할 대규모 민간 자본과 확실한 '장기 구매처(오프테이커)'를 찾지 못해 애를 태워왔다. 트럼프가 대미 무역흑자와 안보 동맹을 고리로 한국을 압박해 이 사업의 물주이자 수요처로 지목한 순간, 설리번은 그 모든 난제를 단숨에 풀 열쇠를 쥐게 되었다.

설리번이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이유는 명확하다. 알래스카는 원유 생산 감소와 재정 악화로 오랜 침체를 겪어왔다. 이 프로젝트가 현실화되면 수만 개의 고임금 일자리가 창출되고, 주정부에는 향후 수십 년간 안정적인 세수와 로열티가 유입된다. 설리번은 자신의 지역구에 사상 최대 규모의 부를 안겨준 독보적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며 당내 영향력을 대권 주자급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알래스카 LNG 경제성: ‘부실 청구서’인가, ‘전략적 돌파구’인가

한국의 입장에서 이 사업의 성패는 철저하게 경제성과 리스크 평가에 달려 있다. 현재 국내외 전문가들의 시각은 찬반 양론으로 팽팽히 맞선다.
[비판론: 천문학적 공사비와 가격 경쟁력 부족]

회의적인 시각에서는 알래스카 프로젝트를 '원가 통제가 불가능한 고위험 사업'으로 규정한다.

혹독한 시공 환경과 공사비 폭증 위험: 영구동토층을 관통하는 1,300km 파이프라인 건설은 기술적 난도가 극히 높다. 과거 유사 메가 프로젝트들의 전례를 볼 때, 초기 440억~500억 달러로 추산된 사업비가 공기 지연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600억~700억 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상존한다.

글로벌 LNG 대비 가격 열위: 미국 걸프만(카타르, 텍사스, 루이지애나)이나 모잠비크 등에서 생산되는 LNG는 셰일가스 채굴 원가와 기존 인프라 덕분에 단가가 저렴하다. 반면 알래스카는 가스관 신설 비용을 액화 단가에 고스란히 반영해야 하므로, 아시아 도착 기준 가격이 타 지역보다 비싸질 수밖에 없다.

재정 부담의 전가: 미국 메이저 기업(엑손모빌, 코노코필립스 등)이 직접 지분 투자를 주저하고 발을 뺐던 이유가 바로 낮은 채산성이었다. 민간 기업이 외면한 리스크를 한국 공기업과 자본이 떠안는 것은 명백한 국부 유출이자 '청구서 폭탄'이라는 지적이다.

[옹호론: 수송비 절감과 지정학적 헤징 효과]

반면 장기적 국익과 공급망 안정 측면에서 현실적 가치가 충분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압도적인 지리적 근접성과 운송비 절감: 미국 멕시코만에서 출발하는 LNG 선은 파나마 운하나 남아공 희망봉을 거쳐 한국까지 오는데 20~25일 이상이 소요된다. 파나마 운하의 극심한 가뭄으로 통행 정체와 통행료 할증까지 겹치고 있다. 반면 알래스카에서 출발하면 태평양을 직항해 단 7~9일 만에 한국에 도착한다. 해상 운송 기간이 3분의 1로 단축되면서 선박 운용비와 탄소 배출이 대폭 줄어든다.

지정학적 초크포인트(Chokepoint) 회피: 한국 LNG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동·동남아 노선은 호르무즈 해협, 말라카 해협, 남중국해, 대만 해협 등 유사시 분쟁 위험이 극도로 높은 해역을 지난다. 반면 북극권-북태평양 항로는 해상 봉쇄나 군사적 충돌 위험이 전무한 가장 안전한 수송로다.

대미 통상 협상의 강력한 지렛대: 트럼프 행정부의 거센 관세 압박과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앞에서, 500억 달러 규모의 에너지 협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틀을 지키고 제조업 수출(반도체,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징벌적 조치를 방어할 가장 확실한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

결론: 동맹의 명분보다 차가운 손익 계산이 먼저다

댄 설리번은 자신이 가진 워싱턴의 정치력과 트럼프의 '거래형 리더십'을 결합해, 알래스카의 가스관을 글로벌 안보 의제의 최상단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에게 알래스카 LNG는 완벽한 승부수다.

그러나 대한민국에게 알래스카 LNG는 무조건 환호할 기회도, 일방적으로 피해야 할 재앙만도 아니다. 원가 경쟁력과 시공 리스크를 꼼꼼히 따져 전액 지분 투자가 아닌 단순 장기 구매 계약이나 EPC(설계·조달·시공) 수주 연계 방식으로 리스크를 쪼개야 한다. 미국 정치인의 화려한 정치적 승리에 박수를 쳐주면서 한국의 실리는 냉정하게 챙기는, 정교하고 다층적인 통상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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