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라·SB에너지 상장 연기…앤스로픽·엔스케일도 일정 흔들
올가을 대형 기업공개(IPO)가 잇따를 것으로 기대됐던 미국 증시에서 상장 연기와 일정 재검토가 확산하고 있다.
유가 변동성과 미 국채금리 상승으로 시장 불안이 커진 데다 인공지능(AI) 안전성을 둘러싼 논쟁까지 겹치면서 위험도가 높은 신규 상장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빠르게 식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마트링 업체 오우라를 비롯한 여러 대형 상장 후보가 IPO 일정을 늦추면서 올가을 미국 IPO 시장의 흥행 기대가 약해지고 있다고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시장 분위기의 변화는 신규 상장주 수익률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올해 미국에서 상장한 기업의 주가는 공모가보다 평균 24% 높았다.
그러나 29일 오전 기준 평균 상승률은 1% 미만으로 떨어졌다. 불과 3개월 만에 신규 상장주에 붙었던 프리미엄이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오우라 22억달러 공모 제동…몸값 부담
최근 상장 계획을 바꾼 대표적인 기업은 오우라다.
오우라는 지난달 29일 IPO 시장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상장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최대 22억달러(약 2조9865억원)를 조달하면서 약 156억달러(약 21조177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잠재 투자자들이 이 같은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을 전달하면서 계획을 바꿨다고 WSJ는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투자자들은 물가와 금리 상승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질 경우 오우라의 매출 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오우라뿐 아니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데이터센터 업체 SB에너지도 예상 기업가치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발 이후 IPO 날짜를 미뤘다.
엔비디아가 투자한 클라우드 스타트업 엔스케일은 이르면 다음 주 투자자 대상 로드쇼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정이 변경될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원자로 업체 홀텍은 이달 초 불리한 시장 상황을 이유로 IPO 신청을 철회했다.
던킨을 보유한 인스파이어브랜즈도 당초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상장을 검토했지만 상장된 외식업체들의 주가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올해 IPO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앤스로픽도 11월 저울질…오픈AI는 내년 이후
AI 기업의 초대형 IPO 일정도 뒤로 밀리고 있다.
앤스로픽은 당초 올가을 더 이른 시점의 상장을 검토했지만 현재는 11월을 잠재적인 IPO 시점으로 저울질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AI 에이전트가 통제에서 벗어날 가능성 등 AI 안전 문제에 대한 논쟁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상장 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경쟁사 오픈AI도 앤스로픽과 비슷한 시기에 IPO 관련 서류를 제출했지만 상장을 최소 내년까지 미뤘다.
오픈AI는 AI 산업의 안전 문제에 대한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픈AI가 IPO를 늦추면서 앤스로픽이 먼저 증시에 입성해야 할 필요성도 다소 줄었다고 WSJ는 전했다.
앤스로픽이 오픈AI보다 먼저 상장하면 투자자 자금을 선점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오픈AI가 비상장 시장에서 추가 자금조달에 나서면서 상장 경쟁의 시급성이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6월엔 스페이스X 흥행…석달 만에 분위기 급변
미국 IPO 시장의 분위기는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지금과 달랐다.
스페이스X는 6월 IPO를 통해 860억달러(약 116조7450억원)를 조달했고 상장 초기 주가도 강세를 나타냈다.
신규 공모주를 확보하려는 투자자들의 경쟁도 치열했다.
그러나 최근 지정학적 불안이 금융시장을 흔들면서 펀드매니저들은 위험도가 높은 신규 상장주 투자를 이전보다 꺼리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고 미 국채금리가 상승한 것도 부담이다.
일부 투자자는 IPO 투자 대상을 더욱 선별하고 있으며 앤스로픽과 같은 대형 상장에 대비해 자금을 남겨두고 있다.
IPO 시장은 투자심리에 따라 분위기가 빠르게 달라지는 특성이 있어 시장 상황이 안정되면 연내 다시 회복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 IPO 시장은 2021년 발행 규모가 급증한 뒤 수년간 얼어붙었다가 2025년부터 회복하기 시작했다.
WSJ는 앤스로픽이 올해 상장을 진행할 경우 미국의 연간 신규 상장기업 자금조달 규모가 2021년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초 올가을 줄줄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됐던 대형 IPO 후보들이 상장을 연기하거나 일정을 재검토하면서 현재 미국 IPO 시장은 다시 투자자들의 가격 눈높이와 시장 변동성을 먼저 확인해야 하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