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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쇼크 ‘2차 물가 충격’ 경고…근원물가·금리 압박

모건스탠리, 2027년 말 근원 PCE 2.7% 전망…연준 예상 2.5% 웃돌아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로이터

국제유가 급등이 휘발유와 난방비 같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고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까지 밀어올리는 ‘2차 물가 충격’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유가 상승이 장기간 이어지면 기업들이 높은 에너지 비용을 일시적 부담이 아니라 지속적인 비용 증가로 받아들이고 제품과 서비스 가격에 반영하면서 근원 인플레이션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제유가 상승이 미국 물가에 두 차례 충격을 줄 수 있다고 22일(이하 현지시각) 분석했다.

WSJ에 따르면 첫 번째 충격은 휘발유와 각종 연료 가격이 오르면서 전체 소비자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는 것이다.

두 번째 충격은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는 지적이다. 비싸진 연료가 운송비와 생산비를 높이고 이 비용이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반영되면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물가까지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과거 유가 충격은 짧았지만 이번에는 달라

WSJ에 따르면 최근 수십 년 동안 이런 2차 효과가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이유는 대부분의 유가 급등이 오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게이픈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40년 동안 발생한 유가 충격 대부분이 비교적 단기간에 끝났다고 설명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에너지 가격 상승이 곧 끝날 것으로 예상되면 비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크지 않다.

실제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약 200일 뒤 국제유가는 침공 이전보다 배럴당 7달러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번 중동발 유가 상승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중동 분쟁이 시작된 지 약 200일이 지난 현재 국제유가는 분쟁 이전보다 배럴당 약 25달러(약 3만4100원)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유조선과 정유시설의 공급능력이 제한되고 유럽의 석유 재고가 줄어든 가운데 미국의 수출 확대와 중국의 수입 감소가 만들어낸 공급 완충 효과도 약해지고 있어 추가적인 공급 차질에 취약하다는 것이 모건스탠리의 판단이다.

◇유가가 운송비·제품값으로 번지는 ‘2차 충격’

문제는 에너지 비용 상승이 다른 물가로 전이되는 시점이다.

지금까지 유가 상승의 2차 효과는 제한적으로 나타났지만 고유가가 장기간 지속되면 기업의 가격 결정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기업이 연료비와 운송비 상승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판단하면 이익 감소를 감수하면서 가격 인상을 미룰 수 있다.

반대로 높은 비용이 오래갈 것으로 예상하면 기업들은 이를 판매가격에 반영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직접적으로 에너지를 구매하지 않는 소비자도 식품과 공산품, 운송, 각종 서비스 가격 상승을 통해 고유가의 영향을 받게 된다.

모건스탠리는 중동 분쟁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이런 비용 전가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연준이 물가 판단에서 중요하게 보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이 2027년 말 2.7%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연준이 최근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2027년 근원 PCE 상승률 2.5%를 웃도는 수준이다.

◇물가 안 잡히면 고금리도 길어질 가능성

유가의 2차 충격이 현실화하면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은행은 일반적으로 유가 급등과 같은 일시적인 공급 충격에는 즉각 금리로 대응하지 않는다.

금리를 올려도 원유 생산량이나 운송능력을 늘릴 수 없는 데다 충격이 짧게 끝날 경우 통화정책이 실물경제를 불필요하게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급 충격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다른 물가로 확산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1일 런던에서 한 연설에서 중앙은행이 공급 충격을 무시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일시적일 때라며 지속적인 공급 충격은 물가안정 목표를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공급망 차질과 관세, 최근 유가 충격 등을 거론하며 최근의 대규모 공급 충격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굴스비 총재는 공급 충격이 지속돼 물가 상승 압력이 장기간 이어진다면 연준도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급 감소에 따른 물가 상승은 경기 과열로 발생한 인플레이션보다 중앙은행에 어려운 선택을 요구한다.

금리를 올려 수요를 줄이면 물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지만 동시에 생산과 고용도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가 1차 충격보다 ‘얼마나 오래 가느냐’가 관건

결국 향후 미국 물가와 금리 흐름을 결정할 핵심 변수는 현재의 높은 유가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가 될 전망이다.

유가가 빠르게 안정되면 휘발유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1차 충격은 시간이 지나면서 약해질 수 있다.

반면 공급 차질이 장기화해 높은 에너지 비용이 기업의 생산·운송비와 소비자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근원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질 수 있다.

WSJ는 이번 유가 충격에서 시장이 경계해야 할 부분은 눈에 바로 보이는 휘발유 가격 상승보다 시간이 지나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번지는 두 번째 충격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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