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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살 할배 B-52 고쳐 쓴다… 미 공군이 100년 비행을 택한 속사정

새 기체 제작 대신 현역 70여 대 전량 개조… 총비용 약 202억 달러 추산
심장과 눈만 최신형으로 교체… 1만 4000km 항속·32톤 탑재력 그대로 활용
적 방공망 밖 대량 미사일 투사로 임무 전환… 한반도 출동 전력 빈틈 메운다
 B-52H 스트라토포트레스 비행 모습 출처=미 공군이미지 확대보기
B-52H 스트라토포트레스 비행 모습 출처=미 공군

미 공군이 70살 넘은 할배 폭격기 B-52를 차세대 B-52J로 개량해 2050년대까지 운용하는 사업을 본격화한다. 노인 학대라는 말도 나온다.

미국 방산 전문 매체 디펜스뉴스는 20일(현지시각) 미 공군은 엔진과 레이더 현대화에 필요한 핵심 사업 절차 승인을 최근 연이어 마쳤으며, 관련 총 조달 비용은 약 202억 달러(약 27조 1104억 원)로 추정된다며 이같이 전했다.

1950년대 처음 배치된 항공기를 100년 동안 쓰려는 겉보기에 기이한 결정을 한 이면에는 엄청난 신형 개발비를 아끼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무장 수송 능력을 지키려는 현실적 계산이 깔려 있다.

새로 만드는 대신 70여 대 전량 재개조

1952년 4월 첫 비행해 취역한 지 70년이 넘은 노후 폭격기를 2050년대까지 다시 쓴다는 계획은 항공 상식으로는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그러나 미 공군은 비행기를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재 공군에 남아 실전 배치되어 있는 70여 대의 B-52H 기체를 그대로 가져와 뼈대만 남기고 내부를 고쳐 쓰는 방식을 택했다. 비행기 뼈대의 피로도를 정밀 검사한 결과 기체 구조 자체는 2050년대 이후까지 견딜 만큼 충분히 튼튼하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대형 전략폭격기를 백지상태에서 설계해 양산하려면 수백억 달러의 예산과 10년이 넘는 개발 기간이 필요하다. 더욱이 새로 만드는 첨단 스텔스 폭격기는 대당 가격이 워낙 비싸 많은 수를 생산하기 어렵고, 적의 레이더를 피하기 위해 기체 크기를 줄이다 보니 폭탄을 실을 공간도 좁아진다. 재급유 없이 1만 4000km 이상을 날아가며 32톤에 달하는 무기를 한꺼번에 쏟아부을 수 있는 거대한 비행기를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것은 재정상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엔진과 레이다만 바꿔 다는 경제적 선택


개조 작업의 핵심은 기체 뼈대는 그대로 둔 채 심장과 눈만 최신형으로 바꾸는 일이다. 기존에 달려 있던 기름을 많이 먹고 낡은 엔진 8개를 떼어내고, 연료 효율이 뛰어나고 정비가 쉬운 상용 파생 F130 엔진 8개로 전면 교체한다. 새 엔진은 연비를 크게 개선할 뿐 아니라 전기를 많이 쓰는 최신 전자 장비를 돌릴 수 있는 넉넉한 전력 발전 능력을 제공한다.

기체 앞부분에 달린 1980년대식 구형 아날로그 레이다도 최신형 능동위상배열 레이다로 교체한다. 현대 공중전에서는 폭격기가 적의 대공 미사일 기지 위로 직접 날아갈 필요가 없기 때문에 비싼 스텔스 기능을 입힐 이유가 줄어들었다. 대신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먼 거리에서 최신 레이다로 표적을 정확히 찾아낸 뒤, 기체에 가득 실은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적 방공망 밖에서 쏘아 올리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위력적이라는 교리가 자리를 잡았다.

외곽 타격망 구축과 한반도 전개 영향


미 공군은 적 방공망을 몰래 뚫고 들어가는 고위험 침투 임무는 신형 스텔스 폭격기에 맡기고, 방공망 외곽에서 대량의 정밀 미사일을 비 오듯 쏟아붓는 장거리 화력 투사는 덩치 큰 B-52J에 맡기는 분업 체계를 구축했다. 보잉 샌안토니오 개조 시설에서는 현재 시험 기체 두 대를 이용해 새 엔진과 레이다가 낡은 기체와 잘 맞아떨어지는지 검증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러한 전략 자산 운용 변화는 한국 안보 지형과도 밀접하게 맞물린다. B-52의 안정적인 수명 연장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거대한 화력을 쏟아부을 수 있는 핵심 비행기가 앞으로도 든든하게 하늘을 지킨다는 뜻이다. 이는 유사시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 한반도 상공으로 날아오던 미국의 대표적인 대형 폭격기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출동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의 과제는 낡은 비행기 몸체에 복잡한 최신 전자 장비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돌발 결함 없이 시험 비행을 마치는 일과 미 의회의 예산 심사를 원활히 통과하는 일이다. 엔진과 레이다 개조가 순조롭게 마무리된다면 미 공군은 천문학적인 신규 폭격기 건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가장 강력한 원거리 타격망을 2050년대까지 계속 확보하게 된다.

최삼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sy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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