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가 선전 화창베이, 소비자용 MLCC 투기 거품 꺼지며 현물가 급락
AI 데이터센터發 고용량·고신뢰성 서버용 MLCC는 공급 대란… 지난 1년간 최대 5배 폭등
무라타·삼성전기 등 韓·日 선두권, 고부가 AI 전환 가속… 中 토종 기업 중저가 틈새 공략
AI 데이터센터發 고용량·고신뢰성 서버용 MLCC는 공급 대란… 지난 1년간 최대 5배 폭등
무라타·삼성전기 등 韓·日 선두권, 고부가 AI 전환 가속… 中 토종 기업 중저가 틈새 공략
이미지 확대보기'전자산업의 쌀'로 불리는 핵심 수동부품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의 중국 시장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 열풍과 가전 소비 침체가 맞물리며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 최대의 전자 하드웨어 유통 허브인 선전 화창베이(華強北)에서는 단기 차익을 노렸던 일반 소비자 가전용 MLCC의 투기성 사재기 열풍이 식으면서 현물 가격이 고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반면, 고온·고압 환경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보장해야 하는 AI 서버용 초고용량 MLCC는 극심한 품귀 현상이 지속되며 지난 1년간 가격이 최대 5배까지 치솟는 등 두 시장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9월 22일(현지시각) 홍콩 영자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선두 제조사인 일본 무라타제작소와 한국 삼성전기가 저수익성 범용 제품 라인을 축소하고 AI·전장용 고부가가치 라인업으로 생산 능력을 급속히 이전하면서 시장 구조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가전용 거품 붕괴로 현물가 3분의 2 급락… 서버용은 "부르는 게 값"
선전 화창베이의 부품 유통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TV, 일반 백색가전 기판에 쓰이는 범용 소비자용 MLCC 현물 가격은 지난 6~7월 형성된 연중 최고점 대비 약 66% 폭락했다.
일본 무라타와 한국 삼성전기의 정품 수입 부품을 취급하는 촹후이테크놀로지의 왕쥔 매니저는 "지난여름 나타났던 가격 폭등은 실제 완제품 제조사들의 실수요라기보다는 중간 유통망의 투기적 매점매석 성격이 강했다"며 "중국 내 가전 소비가 정체되면서 거품이 빠르게 빠져나갔다"고 설명했다.
중국 국영 CCTV 역시 지난 6월 랠리 당시 일부 인기 품목의 가격이 평소의 10배까지 치솟았으나, 최종 소비 수요의 뒷받침이 없어 상승세가 단기에 그쳤다고 전했다.
반면 AI 데이터센터용 서버 기판에 탑재되는 특수 하이엔드 MLCC는 정반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무라타, TDK, 다이요유덴 등 일본 3대 메이커의 서버용 부품을 유통하는 한 관계자는 "AI 가속기 서버에 투입되는 초고용량·초소형 특수 MLCC는 지난 1년간 가격이 최대 5배 폭등했다"며 "공급 부족이 워낙 심각해 물량을 확보하는 즉시 웃돈이 붙어 거래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무라타 범용 9개 라인 단종·삼성전기 가격 인상… 고부가 AI 집중
글로벌 MLCC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선두 업체들은 마진이 박한 범용 시장에서 발을 빼고 AI 서버 및 전장(차량용 전자장비) 시장으로 팹 라인을 집중 재배치하고 있다.
대만 상업시보에 따르면, 세계 1위 제조사인 일본 무라타는 최근 범용 및 일반 차량용으로 쓰이던 9개 제품군의 일부 레거시 모델 생산을 전격 중단하기로 했다.
삼성전기 역시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 분석에 따르면, 고부가 하이엔드 생산 라인의 유휴 캐파를 확보하기 위해 일부 소비자용 제품의 계약 단가를 평균 25~30% 인상하는 등 제품 포트폴리오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 리더들이 생산능력을 고수익 AI 제품으로 돌리면서, 계약 가격(정기 납품가)은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어 화창베이의 일시적 현물가 폭락과는 다른 견고한 기조를 나타내고 있다.
"韓·日 고부가 질주에 中 토종은 중저가 흡수"… AI 칩셋 추격전도 시동
한·일 선두 업체들의 하이엔드 쏠림은 중국 현지 로컬 MLCC 제조사들에게 거대한 반사이익을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조사기관 모닝스타(Morningstar)의 이토 카즈노리 이사는 "글로벌 메이저들이 마진이 낮은 성숙 공정 부품 생산을 줄이면서, 중국 로컬 제조사들이 그 빈자리를 꿰차고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 업체들이 초고성능 하이엔드 분야에서는 여전히 한국과 일본에 기술적으로 뒤처져 있지만, 현지 세라믹 유전체 원자재 조달력과 방대한 중국 완제품 제조업체들과의 지리적 근접성, 원가 우위를 앞세워 표준형 및 중상위권 부품 시장에서 빠르게 고객사 승인을 따내고 있다"고 짚었다.
나아가 중국 부품업계는 중장기적으로 AI 서버용 초고용량 MLCC 국산화에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현지 전자부품 유통업체 란바이커전자의 관계자는 "중국 국내 기업들이 개발 중인 AI 데이터센터용 특수 MLCC 모델들이 현재 주요 서버 조립업체들로부터 현장 필드 테스트를 거치고 있다"며 "조만간 하이엔드 서버 부품 영역에서도 국산화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중국 선전 화창베이에서 관측된 MLCC 시장의 양극화는, 가전제품 중심의 전통 IT 사이클이 저물고 AI 인프라 중심의 차세대 하드웨어 슈퍼사이클이 본격화되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지표로 풀이된다.
아울러 한국과 일본이 초격차 기술을 무기로 AI 서버와 전장용 고부가 시장을 독식하는 사이, 중국이 성숙 공정의 틈새를 장악하며 추격의 발판을 다지는 글로벌 부품 공급망의 새로운 분업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