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100만 칩 통합 시스템 공개 vs 美 첨단 칩 '철벽 장벽'서 '협상용 자산'으로 전환
中 오픈웨이트 모델·우회 훈련으로 맹추격하자 美 '모델 증류' 기술 탈취 공세로 압박
FCC 로봇·광트랜시버 규제 vs 中 희토류 20년 격차 독점… "누가 더 큰 비용 감수하느냐의 싸움"
中 오픈웨이트 모델·우회 훈련으로 맹추격하자 美 '모델 증류' 기술 탈취 공세로 압박
FCC 로봇·광트랜시버 규제 vs 中 희토류 20년 격차 독점… "누가 더 큰 비용 감수하느냐의 싸움"
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워싱턴에서 역사적인 양자 정상회담을 갖는 가운데, 지난 5월 베이징 회담 이후 불과 4개월 만에 미·중 기술 전쟁의 전선이 인공지능(AI) 모델, 차세대 반도체, 로보틱스, 전략 희토류 전반에 걸쳐 완전히 새로운 상호 비대칭적 '레버리지(지렛대)' 대결 구도로 진화했다.
과거 양국 간 통상 마찰을 봉합하던 보잉 항공기 대량 구매나 농산물 수입 확대와 같은 전통적인 경제적 타협 카드가 힘을 잃은 대신, 양국은 상대방의 산업 생태계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전략 무기를 전면에 배치한 채 마주 앉게 됐다.
미국은 여전히 독보적인 최첨단 칩과 프론티어 AI 파운데이션 모델의 우위를 바탕으로 봉쇄망을 클라우드와 로봇 완제품으로 넓히고 있는 반면, 중국은 미국의 수출 규제를 우회하는 독자 분산 컴퓨팅 아키텍처와 글로벌 공급망의 90%를 틀어쥔 희토류 가공 독점권을 무기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9월 22일(현지시각) 홍콩 영자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획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싱크탱크 전문가들은 "현재 미·중 양국은 어느 한쪽도 막대한 자체 출혈 없이는 결정적 승기를 잡을 수 없는 '상호 억제(Mutual Deterrence)'의 균형점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AI 프론티어 추격전… "오픈 가중치 결합" vs "증류(Distillation)는 기술 도둑질"
지난 5월 이후 중국 AI 진영의 최대 변화는 '오픈 웨이트(Open-weights·가중치 공개)' 모델과 토종 하드웨어의 결합이다.
문샷 AI가 지난 7월 공개한 2조 8,000억 파라미터 규모의 '키미(Kimi) K3'를 필두로 즈푸 AI(Z.ai), 알리바바 등이 고성능 오픈 모델을 잇달아 내놓았으며, 이들 모델은 알리바바의 젠우 M890 및 화웨이의 어센드(Ascend) 910C 국산 칩 가속 클러스터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에 맞서 미국은 중국의 기술 격차 단축 메커니즘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미국 정부 3개 기관은 합동 보고서를 통해 6개 중국 대표 AI 기업들이 미국 선도 모델의 응답 데이터를 역학습하는 '모델 증류(Distillation)' 기법을 활용해 기술을 사실상 탈취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이를 "기술 도둑질의 정중한 표현"이라며 제재를 경고하자, 중국 상무부는 "글로벌 표준 연구 관행에 대한 악의적 왜곡"이라며 추가 보복을 천명했다.
유럽정책분석센터(CEPA)의 엘리 로스툼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발전을 단순한 증류로만 치부하는 것은 근시안적"이라며 "중국 개발진은 추출한 기술을 불과 6주 만에 자체 파이프라인으로 체화해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만큼 고도화된 엔지니어링 역량을 이미 갖췄다"고 평가했다.
최첨단 칩의 무기화와 화웨이의 반격… "100만 개 프로세서 통합"
반도체 전선에서는 미국의 '완전 봉쇄' 전략에 미세한 균열과 전략적 변화가 감지된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에레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최첨단 AI 칩 분야에서 여전히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이제는 이를 뚫을 수 없는 철벽이라기보다는 정상회담에서 협상 가능한 '외교적 자산'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실제로 미국은 H200 등 일부 다운그레이드 칩의 대중 수출을 승인하는 한편, 11월 만료 예정인 '중국계 50% 해외 자회사 기술 수출 규제'의 유예 연장 여부를 핵심 카드로 쥐고 있다.
중국은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차단이라는 절대적 열세를 독자 시스템 아키텍처로 정면 돌파하고 있다.
화웨이는 최근 단일 통합 컴퓨터처럼 작동하는 '최대 100만 개 프로세서 연결 시스템'을 발표했으며, 노광 한계를 수학적·논리적 배치로 보완하는 '타우 스케일링 법칙(Tau Scaling Law)'과 '로직폴딩(LogicFolding)' 설계를 공개했다.
쉬즈쥔 화웨이 순환회장은 "기업들이 원하는 것을 사고팔 수 없는 탈세계화의 현실에 갇혔다"면서도 자사 어센드 AI 칩을 중심으로 내년 대대적인 국산 인프라 전환이 일어날 것임을 예고했다.
여기에 메모리 분야에서는 YMTC가 글로벌 낸드플래시 출하 점유율 14%로 사상 처음 세계 3위권에 진입했고, CXMT가 11.95나노 5세대 DRAM 양산에 성공하며 미국의 후방 공급망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로봇 하드웨어 통제 vs 희토류 20년 독점 격차… "비용 감수의 싸움"
기술 대결은 완제품 로봇과 광물 인프라로 급속히 번져가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7월 중국산 첨단 로봇 및 전력 인버터로 규제 대상을 확대한 데 이어, 데이터센터용 중국산 광트랜시버 수입 금지 입법을 추진 중이다.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이를 "미·중 로보틱스 디커플링(탈동조화)의 공식적인 서막"으로 정의했다.
그러나 중국은 전 세계 채굴의 60%, 정제·가공의 90%를 장악한 '희토류 영구자석'이라는 절대적 급소를 틀어쥐고 있다.
테슬라가 사이버캡용 희토류 배제 모터를 선보이고, 미국 정부가 USA 레어어스에 16억 달러를 투입해 독자 자석 공급망 구축에 나섰지만 단기 대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CEPA의 로스툼 연구원은 "중국은 전 세계 전략 광물을 입도선매하며 서방보다 무려 20년 앞선 공급망 생태계를 완성했다"며 "희토류 분야에서 중국의 우위는 절대적"이라고 단언했다.
홍콩대학교 아시아 글로벌 연구소의 마테오 조반니니 연구원은 "중국이 수십 년간 다져놓은 제조 생태계의 깊이와 규모는 서방이 단기간에 복제할 수 없는 강력한 비대칭 무기"라며 "이번 워싱턴 정상회담의 본질은 '누가 더 우위에 있는가'가 아니라, '파국을 피하기 위해 어느 쪽이 더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인플레이션 비용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에 달렸다"고 결론지었다.
미·중 양국 정상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마주 앉는 이번 정상회담은, 과거의 일방적 봉쇄나 무조건적 양보의 시대를 지나 양국이 서로의 목을 겨눈 치명적 기술 패권 레버리지를 확인하고 잠정적 '전략적 세력 균형'을 모색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