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글로벌 AI發 변압기 대란 속 中 전력 부품주 '나 홀로 침체'

GE버노바 42%·슈나이더 22% 폭등할 때, 中 진판 스마트 테크 주가 29% 급락
진판 수주잔고 106억 위안(매출 3배)·해외 수주 4배 폭증에도 상반기 순익 14% 성장에 그쳐
중국국가전력망·국영 통신사 등 '갑(甲)' 종속 구조에 가격 전가 실패… 명목-실제 용량 괴리 심화

중국 제조업체들은 AI 기반 전기 인프라 부품 부족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제조업체들은 AI 기반 전기 인프라 부품 부족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사진=로이터


글로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 열풍으로 미국과 유럽의 전력망 장비 제조업체들이 사상 유례없는 슈퍼사이클을 누리고 있는 반면, 세계 최대 제조 강국인 중국의 전력 인프라 부품 제조사들은 천문학적인 주문 적체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기이한 역설에 직면했다.

시진핑 지도부가 2030년까지 AI 컴퓨팅 역량을 현재의 6배인 9,800엑사플롭스(EFLOPS)로 확대하겠다는 야심 찬 5개년 계획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전력 장비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품가에 전가하지 못하는 취약한 마진 구조와 국영 공기업 중심의 폐쇄적 시장 구조에 발목이 잡혀 있다.
9월 22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전력망 쇼티지(공급 부족)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던 중국의 건식 변압기 1위 기업 하이난 진판 스마트 테크놀로지(Hainan Jinpan Smart Technology)의 주가는 연초 대비 29% 급락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시위안전기(Sieyuan Electric)와 트베아(TBEA) 역시 각각 13%, 5% 이상 하락하며 시장의 차가운 외면을 받았다.

이는 뉴욕과 유럽 증시에서 GE 버노바(GE Vernova)가 42% 폭등하고, 프랑스 슈나이더 일렉트릭(22%), 독일 지멘스 에너지(18%), 일본 히타치(12%) 등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AI 서버 들어와도 전원 못 켠다… 특수 변압기 품귀로 '창고 방치'


중국 현장의 전력 장비 부족 사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 금융 전문 매체 경제관찰보(Economic Observer)에 따르면, 장쑤성 난퉁의 한 신규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서는 수천 대의 최신 AI 서버가 특수 변압기를 구하지 못해 4개월 넘게 창고에 방치되어 있다.

서버를 전력망에 연결하거나 가동 테스트를 진행할 수조차 없어 서버 보관료로만 수십만 위안이 낭비되는 실정이다.

중국 전역의 수많은 데이터센터 개발 현장에서도 포장조차 뜯지 못한 서버들이 변압기 배송만을 기다리며 낮잠을 자고 있다.

이에 따라 전력 부품사들의 수주 잔고는 천문학적으로 불어났다.

진판의 올해 6월 말 기준 수주 잔고는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급증한 106억 위안(약 2조 1,400억 원)으로, 상반기 매출액의 3배를 넘어섰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전력 장비 부족이 극심한 북미·유럽향 해외 신규 수주는 전년 대비 무려 4배 가까이 폭증한 41억 위안에 달했다.

에너지 컨설팅사 우드 매켄지(Wood Mackenzie)는 데이터센터가 글로벌 전력 장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2%에서 2030년 40%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초고압 변압기의 납기(리드타임)가 기존 1년에서 최장 4~5년까지 늘어났으며,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자체 가스터빈 발전기를 직접 구매해 데이터센터에 설치할 정도로 공급 대란이 일상화됐다.

매출 15% 늘어도 순익은 1% 증가… 국영 고객에 묶인 '납품단가 후려치기'


주문 폭주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침몰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처참한 '수익성'에 있다.

진판의 상반기 매출은 35억 위안으로 13% 증가했고, 순이익은 3억 위안으로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조정 EBITDA가 75% 급증하고 순이익이 7배 이상 폭발하며 53억 달러를 벌어들인 GE 버노바와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중국 업계 전반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시노링크증권(Sinolink Securities)에 따르면, 중국 65개 주요 송배전 장비 상장사의 상반기 총매출은 3,272억 위안으로 15% 증가했으나, 순이익은 고작 1% 증가한 224억 위안에 불과했다.

이 같은 구조적 마진 압박은 발주처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 공기업(SOE) 중심의 수요 독점 구조에서 기인한다.

송배전망을 독점하는 중국국가전력망공사(State Grid)와 차이나모바일·차이나텔레콤 등 국영 통신 3사, 지방정부 산하 인프라 투자 펀드들이 구매 권력을 쥐고 있어, 구리와 절연유 등 원자재 가격 폭등분을 납품 단가에 제때 반영하기 불가능한 구조다.

국가 주도의 인위적 저단가 입찰 관행이 제조업체들의 마진을 한 자릿수로 짓누르고 있는 셈이다.

살길 찾아 해외로… "국내 명목 용량과 실제 가동 괴리 커져"


수익성 한계에 부딪힌 중국 전력 장비 기업들은 마진율이 2~3배 이상 높은 수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25년 중국의 변압기 수출액은 646억 위안(약 12조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올해도 수출 쏠림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고수익 해외 시장으로 물량을 우선 배정하면서 중국 내수 시장의 AI 변압기 기근은 한층 장기화하고 있다.

경제관찰보는 많은 지방정부들이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서버 구매와 데이터센터 외형 부풀리기에만 열을 올릴 뿐, 이를 뒷받침할 실질적인 특수 전력망과 변압기 확보에는 소홀하다고 비판했다.

그 결과 중국 전역에서 정부가 대외적으로 공표한 AI 컴퓨팅 명목 용량과 실제 전력을 공급받아 돌아가는 실질 가동 용량 간의 괴리가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전력 인프라 섹터의 주가 부진은, 국가 주도의 물량 드라이브와 경직된 공공 조달 시스템이 어떻게 글로벌 테크 슈퍼사이클의 과실을 스스로 갉아먹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아울러 중국 AI 하드웨어 생태계가 첨단 칩 금수 조치라는 서방의 제재뿐만 아니라, 자국 전력망 인프라의 공급 병목과 가격 통제라는 내부의 모순에 직면해 심각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맨위로 스크롤